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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6회

기사승인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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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6회

‘영치기 영차.......’

돌을 나르는 사람들, 삽으로 흙을 파는 사람들, 자갈을 고르던 조상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수십 년 전에 이 마을에 가뭄이 극심하여 농작물이 말라 비틀어 질 때였다 그 마을의 지주로서 청상 과부인 의암 부인이 바로 웅덩이를 파는 공사를 벌였다. 이유는 웅덩이를 깊고 넓게 파서 가뭄을 대비하여 물을 저장 하려던 것이었다. 이 때부터 마을은 생명으로 가득 찼고 물속에는 잉어 떼가 생기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웅덩이는 물을 저축지 못할 썩은 웅덩이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잉어는 점차 줄었다. 물이 빨간색으로 변하였다. 잉어 떼는 죽어갔다. 물에 하얀 시체가 되어 거품이 올랐다. 잉어는 썩은 웅덩이를 피하여 곧 죽을 힘을 다하여 뭍으로 올라왔다.

내가 도랑의 맑은 물에 잉어를 놓아 주었을 때, 잉어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도랑을 따라 곧 바다로 연결 된 큰 물줄기를 따라 헤엄치기 시작하였다.

‘용왕님의 딸인지도 몰라’

나는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기뻐하였다. 착한 일을 한 주인공의 행운이 어떤 것인지 예감하여서일까!

헤엄쳐가는 잉어를 바라보고 나는 갑자기 생명력으로 가슴이 충만해졌다. 곧 바로 헤엄치듯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 잉어의 붉은 눈동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그 눈물은 이상하게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하였다……

어느 덧 난지도는 삼월을 맞이하였다. 천연적인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였던 난지도! 도시의 현대화로 황폐하여지고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매립지가 새롭게 변화되었던 것이다. 그 곳은 놀랍게 다시 낙원으로 변모되어 되어가고 있었다. 그 해 3월에 다시 돌아온 난지도! 이제 그 곳은 월드컵의 개최를 위한 화려한 모습과 함께 공원이 조성되고 옛 모습으로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내가 휴직을 마치고 다시 복직한 학교가 그 난지 부근의 중학교였다.

삼월의 어느 날이었다. 날씨는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나는 자가용으로 일찍 출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쏟아지는 눈 꽃 속에서 운동장 한쪽에서 맹현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교문으로 들어섰다. 축구공이 나의 자가용 앞으로 굴렀다. 순간 나는 브레이크를 밟아 공을 피하였다.

“얼음! 얼음! 슛 - 골인 -!”

얼어붙은 입술로 맹현은 외쳤다. 차 안의 스팀은 그의 몸을 녹이고 있었다. 조금 후에 봄을 향하여 다가오는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였다. 차 안의 스팀으로 맹현의 얼굴이 붉게 상기 되어 있었다. 나는 최 석을 닮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천상에서 내려온 동자와 같이 사심 없는 투명한 눈동자였다. 어느 땐가 보았던 붉게 충혈된 잉어의 눈동자가 스친다. 나는 차 안에서 최 석에 대한 미움을 눈물로 모두 씻어버린 듯 맹현을 끌어 안았다. 눈물이 와칵 쏟아졌다. 나의 뜨거운 눈물이 맹현의 눈가에 떨어졌다. 그의 충혈된 눈동자가 깜빡 거렸다.

드디어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상암동의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밤하늘에는 환호 속에 터지는 불꽃 축제로 대낮 같았고 붉은 악마의 응원단의 함성과 함께 월드컵은 시작되었다. 나는 학교의 주변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화단 가꾸기와 복도의 게시판 정리로 피곤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곧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들려오는 함성에 잠이 깨었다. 옆 집 창 밖에서도 뒷집 창 밖에서도 일제히

“와! 한 점 더!”

“골인! 골인! 오, 멋진 골인!”

모두가 축구경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TV 속의 아나운서와 일제히 터져 나오는 함성과 박수소리는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들끓고 있었다.

“아! 드디어 해냈습니다! 16강으로 진출을 시작한 우리의 선수들! 16강을 뚫기 위해 그 동안 얼마나 그 힘든 훈련과 시합을 통과해야만 했습니까!”

나는 TV 리모콘을 눌렀다. 화면에 붉은 악마의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곧 이어 시청 앞 광장의 월드컵을 응원하는 수백 명의 남녀 인파가 보였다. 화면에 잠깐 인터뷰하는 친구의 동생 선정을 보았다. 친구는 요즈음 저녁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 동생 때문에 크게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남녀가 섞여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육체가 밀착되어 있었다. 아마 그들의 지갑에는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붉은 티를 입고 응원에 열광하고 있는 붉은 악마의 모습은 매우 환상적이고 이례적인 동포애를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이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펼치고 데생을 하기 시작하였다. 손을 따라 집중하여 단숨에 스케치하였다. 그것은 축구공을 겨드랑이에 끼고 먼 하늘을 응시하는 맹현의 모습이었다. 언제나 보아오던 그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았다. 오디오에서는 계속 음악이 흐른다. 말러의 교향곡 ‘부활’이었다. 나는 그 소년의 축구를 응원하는 관객이 된 듯 그림의 소년에 빨려 들었다.

한애자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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