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泰山)은 중국에 있는 산이다. 초등학생도 익히 들어 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로다’로 시작되는 시조에 인용된 산, 높이는 실제 중국에서 중간급도 안 되는 해발 1,535m지만 옛날 중국은 천자, 즉 왕이 즉위하면 태산에서 제사를 지내 중국인들에게 높고 큰 산으로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높고 우러러 보거나 매우 크다고 비유할 때 곧잘 태산이 비유된다.  

그래선지 태산을 비유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마치 큰일이라도 하려는 듯 태산이 울릴 정도로 요란을 떨더니 막상 끝에는 겨우 쥐 한 마리 잡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고사성어는 로마의 계관시인 호라티우스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라고 한 말을 중국에서 한문으로 의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란 말도 있다.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란 뜻으로 송(宋)나라 환오극근(圜悟克勤)이 쓴 ‘벽암록(碧巖錄)’에 나온다. 내용인즉 옛날 중국 용흥사의 이름난 고승인 진존숙(陳尊宿)과 선문답(禪問答)을 한 다른 승려가 말의 위세는 좋은데(용두) 소리만 지를 뿐 답변을 피한 채(사미)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다. 따라서 이 또한 시작은 그럴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뜻으로 태산명동서일필과 유사한 의미로 쓰인다.  

오늘 검찰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기소하고 그의 부인 김혜경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나는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 즉 국가 소추권을 행사하는 양대 기관의 그간 행적을 태산명동서일필이나 용두사미로 비유해도 될 것 같아서 첫 머리에 긴 고사를 인용했다. 왜?

경찰은 이 지사가 2012년 4월 경기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친형인 이재선(사망)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검찰도 이를 받아 이 지사를 기소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방송토론 등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가 있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과거 검사 사칭건’ 또한 이전 지방선거 당시 의혹이 제기되자 부인하고, 개발이익이 확정되지 않은 분당구 대장동 개발 계획의 효과를 확정된 것처럼 선거 공보물에 표기한 혐의까지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유포혐의가 있다고 경찰이 기소의견을 냈다. 그래서 검찰도 후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 질문에 부인하고 홍보물에 썼다고 기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검찰은 그동안 이 지사 부부를 끈질기게 괴롭혀 온 여배우 스캔들이나 조폭연루 건, 그리고 이른바 혜경궁 김씨로 불리는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의 실제 주인이 김혜경 씨라며 고발된 사건 등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김혜경 씨가 트위터 계정주로 볼 만한 직접 증거들이 충분하지 않아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다.

또 여배우 스캔들이나 조폭연루설을 부인한 것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물론 이런 건들은 경찰도 무혐의로 봤다. 따라서 이제 오늘 검찰이 기소한 3건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들은 재판에서 이 지사와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이다. 이 지사 측은 검찰의 기소를 예상하고 이미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친형 강제입원 건은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규정한 옛 정신보건법 25조(2017년 개정)을 두고 양측 해석이 판이하게 다르다.  

검찰은 2001년 2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어떠한 강제입원의 경우에도 전문의의 대면 진찰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면 진찰 없이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을 시도한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입장이다. 또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전문의들이 “재선씨를 대면하지 않고 작성된 문건이라 의학적 효력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혐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지사 쪽은 “2012년 당시 정신보건법 25조를 보면, ‘정신질환으로 자기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의심되는 자’는 ①전문의의 진단 신청과 ②보건소의 진단 의뢰를 거쳐 ③지자체장의 진단을 위한 입원(2주 내) 조처가 가능하다. 즉, ③은 본인이 (대면 진찰에) 응하지 않으면 진찰이 불가능하므로 대면 진찰용 강제입원 절차를 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이 의심되지만 당사자가 전문의를 만나지 않으려고 하므로 지자체장이 전문의 진료를 위한 강제입원 조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외 이 지사는 “지방선거 방송토론회에서 2002년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사 사칭 전화는 취재진이 했는데, 공범으로 인정돼 누명을 썼다’라 말한 것이고, 대장동 개발 이익 확정 공표는 사전 이익 확정식 공영개발이어서 공사 완료 전에 5천여억 원을 벌었다고 밝힌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이러므로 나는 태산명동서일필, 용두사미를 비유했다.

이재명 반대파는 일단 여배우 불륜설로 바람을 잡았다. 그리고 덧붙여 조폭 연루설로 방송에서 까지 이 지사를 코너로 몰았다, 여론은 시끄러웠으며 이를 빌미로 언론은 이재명을 바람둥이 또는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사들은 지난 7개월 여 하루가 멀다하고 포털에 게시되었다.

▲ 영화배우 김부선 페이스북 프로필창 갈무리 ⓒ임두만

‘@08-hkkim' '정의를 위하여’ 트위터 건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 당내경선이 시작되면서 전해철 예비후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한 뒤 지금까지 언론에 ‘혜경궁 김 씨’는 희대의 거짓말쟁이로 보도되었다. 그렇게 언론플레이 하다가 결국엔 이 의혹들은 불기소 처분되었다. 가히 태산명동서일필, 용두사미가 아닌가. 누가 봐도 억지춘향. 즉 검찰이 어딘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짓을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검찰이 이재명 지사를 확증적 범죄자로 당당하게 기소하는 게 아니라 “공소유지가 가능하다" 논리로 ”우린 기소하니까 넌 재판에서 무죄 받아라“ 하고 재판부로 공을 넘겨버린 꼴이라서 하는 말이다.  

이에 검찰의 오늘 기소는 두고두고 검찰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 즉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너 네 친형 강제입원시켰지?”라고 물으니까 “아니야. 법 절차대로 자치단체장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 거야”라고 답했으므로 그 답을 허위사실공표죄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소한 검찰의 행위를 법조인들은 ‘규범의 합목적적 적용의 법칙’이라는 죄형법정주의 일내용을 어긴 것으로 본다.  

이를 다른 비유로 쉽게 하자면 탈세로 열심히 조사하다가 기소할 혐의가 안 되니까 엉뚱하게 노상방뇨를 트집 잡아서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는 식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로 위헌이고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법조인은 “이를 기소했다면 검사들이 이런 법이론적 법철학적 기본지식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일부 혐의는 단순한 부정을 범죄다 하는 것으로, 이는 헌법상의 자기부죄금지 묵비권 진술거부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의 적용과 단죄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본원리를 부정해 버리는 폭거”라며 “한마디로 무식한 짓”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다. 나는 오늘 검찰의 이 조치는 법에 능통한 검찰이 법을 가지고 이 지사를 단죄하자고 나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검찰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결정을 박근혜 시절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벌써 확인했다.  

정윤회 씨의 국정농단 문건이 불거진 뒤 당시 검찰은 박 대통령의 대노를 거역하지 못하고 문건에서 지적한 국정농단 의혹은 덮고 문건을 유출했다며 힘없는 말단 경찰만 법으로 단죄했다. 그리고 그 값은 정윤회 씨의 전 부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이에 놀아난 대통령 박근혜의 1심 30년 징역형 단죄로 나타났다. 지금 권력은 이를 벌써 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결과는 세월이 흐른 후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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