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유통망’ 붕괴시킨 CJ… 허주원 대표 “이재현 회장, 공개사과하고 마땅한 배상하라”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업체인 모비프렌의 허주원 대표가 20일 넘도록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추운 겨울날 광화문 광장에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허 대표는 지난달 21일 삭발식을 단행한 뒤,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허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휴대폰 개발실에서 엔지니어로 14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2002년 GT텔레콤(모비프렌 전신)을 설립했다. 그는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 개발 협력사로 참여하며 모바일 기술력을 확보했고, 지난 2007년 휴대폰과 연동하는 블루투스 제품으로 '모비프렌' 자사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기술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갔던 모비프렌은 지난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올해엔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 입점까지 했을 정도로, 모비프렌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불리는 모비프렌은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로 범삼성가이자 국내 굴지의 재벌인 CJ의 ‘갑질’ 때문이라고 허 대표는 외치고 있다.

모비프렌과 CJ ENM(대표 허민회)은 지난 2016년 8월 계약을 맺고, 올해 12월까지 CJ ENM에서 모비프렌의 블루투스 제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CJ ENM은 방탄소년단(BTS)를 포함한 50여명의 연예인과 Mnet, tvN, OCN, 채널CGV, 투니버스 등 16개 방송국을 보유한 초대형 미디어그룹이다.

당시 CJ 측은 "브랜드를 키워주겠다" "판매를 신장시켜 주겠다“며 모비프렌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2016년 8월 1일 모비프렌과 CJ ENM은 상품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날 이후로 온·오프라인 국내 독점 판권이 CJ로 넘어갔다.

양측이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2년5개월의 계약기간(2016년 8월~2018년 12월) 동안 CJ는 모비프렌에서 최소 98억6천만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연도별 '최소 구매 금액'은 2016년 13억6천만원, 2017년 40억원, 2018년 45억원으로 설정됐다.

▲ 모비프렌이 CJ에 판권을 넘겼던 블루투스 이어폰 ⓒ MBN

그러나 첫해부터 제대로 계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CJ는 첫달인 2016년 8월엔 4억9천만원 가량을 구매했으나, 그 달 이후론 구매량이 크게 줄어들어 2016년 총 구매액수는 8억8900만원에 그쳤다.

2017년 초 또한 마찬가지로, 1월 7200만원, 2월 3600만원, 3월 2억3900만원 구매에 그쳤으며 4월엔 심지어 구매량이 제로였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달이 되어야, CJ는 갑작스레 구매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CJ의 대처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소위 ‘재벌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모비프렌이 갖고 있던 유통망이 CJ에 의해 붕괴됐다는 것이다.

▲ 범삼성가 재벌인 CJ는 엔터산업 외에도 식품, 영화관, 운송 사업 등을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머니투데이 방송

허 대표에 따르면, 모비프렌은 CJ에 국내 판권을 넘기기 전에 전국 1천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었다고 한다. 하이마트 전 매장(당시 370개, 현 460개)과 이마트 전매장(234개)에 모두 입점해 있었고, 공항 및 면세점 교보핫트랙, 링코 등에도 입점해 있었다.

그러나 CJ로 판권이 넘어가자마자 거래처들이 대거 정리됐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계약 종료가 임박한 현재 CJ는 이마트(57곳), 올리브영(16곳) 등 150여개 매장밖에 판매처를 남겨놓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판매 모델 수마저도 대폭 축소됐다.

또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권을 넘기기 전에는 5개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됐으나, 현재는 단 한 업체에 불과하다고 허 대표는 전했다. CJ측은 이에 언론을 통해 “유통을 잘못한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모비프렌과 함께 열심히 뛴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CJ는 구매해 간 물건을 팔지 않고 75억원어치나 재고를 창고에 그대로 쌓아놓았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모비프렌에는 인건비 등을 맞추기 위해 12억 5천만원의 대출이 추가로 쌓여, 회사에 고스란히 위기로 찾아왔다. 그는 CJ 측에 20여번의 메일이나 등기, 내용증명 등을 보냈지만 단 한 번의 답변도 받지 못했던 점도 토로했다.

< 저널인미디어 > 는 10일 추운 겨울 광화문광장 한 켠에서 20일 넘게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허주원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CJ와 계약할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10년 동안 성장 가능성만 바라보고 80억원 정도를 블루투스에 투자했어요. 한 번도 수익을 못 내다가 수익이 나는 시점에 CJ에서 찾아왔어요. ‘브랜드를 키워주겠다. 제품을 팔아주겠다’고 했어요. CJ에는 (소속)연예인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50여명의 연예인이 있고 방송이 16개, 홈쇼핑 채널도 있고요. 저는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마케팅 유통을 모르고 제품만 잘 만들어 팔자는 생각을 해왔어요. 굉장히 오랫동안 고생해왔기 때문에, CJ와 계약하게 되면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2016년 8월)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약속을)지키지 않았어요”

허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자 CJ가 전략을 바꿨음을 언급했다. 사간 물건을 시중에 판매하지 않고, 재고로 창고에 쌓아놓은 것이다.

“2017년 5월달에 갑자기 7억5천만원어치를 사갔어요. 왜냐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자 겁이 나니까, 하반기부턴 전반기에 가져가지 않았던 물량까지 가져갔는데 이걸 전부 다 재고로 팔지 않고 쌓아놨어요”

그는 “CJ와 계약 전엔 판매처가 1천여개가 넘었는데, 얘네가 다 정리해서 150여개까지 줄였다. 계약 전에는 월당 1억7천만원어치 정도 팔았지만, 지금은 월 매출액이 4~5천만원밖에 안 된다. 그것도 (CJ에서 쌓아놓고 판매를 안하니) 대부분 우리가 팔아주고 있는 거다. 납품을 한 다음에 10%(웃돈)를 더 주고 재구매해서 (온라인에서 자체적으로)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금년 말 계약이 끝난다. 블루투스 이어폰 종사자 월 인건비만 1억2천만원이 나가는데 매출이 4~5천만원밖에 안 되니 회사는 (앞으로)도산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구조를 CJ가 만든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는 CJ가 행한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주위에서 CJ가 회사를 죽여서 헐값에 인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 외에는 해석이 안 되고 있습니다. 계약을 하자마자 이행을 안 해서 회사를 죽이려하다가,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물건을 사갖고 갔지만, 팔아줘야 유통망이 형성되는데 창고에 75억원 어치를 (그대로)쌓아놨다는 거죠. 그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CJ의 행태를 규탄했다. 모비프렌 브랜드마저도 CJ가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CJ가 모비프렌을)죽이려고 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처음엔 계약 불이행으로 죽이려다가 사회적 여건 때문에 물건을 갖고 왔는데 팔지는 않고 쌓아뒀죠. 그리고 인기 아이돌인 워너원(이 출연한 모비프렌) 광고를 한 적이 있어요. 광고를 촬영했으면 지속적으로 내보내야는데 한 달만 하고 말았어요. 또 저희는 이어폰만 납품하기로 돼 있었는데 (CJ측에서)불량케이스를 납품해버렸어요. 그 원성은 우리가 다 들었고, 제품의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사용설명서)을 누락해버려서 그 원성도 우리가 샀지만, CJ는 갑이기 때문에 고소도 못하고 저희가 안고 있는 처지입니다. 저희 브랜드마저도 치명적으로 손상 받았습니다”

▲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광고모델로 나왔던 모비프렌의 블루투스 이어폰 광고. ⓒ모비프렌

그는 CJ에게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지금 저희 자체로 (기존 1천여개에 달하던) 유통망을 회복시킬 수는 없어요. CJ는 (소속)연예인이라든지 방송이라든지 홈쇼핑이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회사 키워주기 굉장히 쉽습니다. 최소한 유통망을 예전 이상으로 회복시켜주고, 그동안의 저희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피해를 본 데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하고요. 이 상태까지 오게 한 이재현 회장은 반드시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J는 100억을 지원하고도 오히려 75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모비프렌이 ‘역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허 대표는 CJ측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허 대표는 “허위사실유포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CJ를 검찰에 고소했다. 75억원(어치 물품)를 재고로 쌓아놓은 것을 손실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이재현 CJ회장,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을 살다가 2016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바 있다. 이후 경영에 복귀했다. ⓒYTN

그는 “우리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형사소송을 진행했는데, CJ에서 로비를 한 건지 이재현 회장과 허민회 대표를 고소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법인 대표가 결재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을 빼겠다고 해서 결국 고소장 접수를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우리 홍보대행사와 대외 창구를 책임지던 제 친구를 CJ에서 회유했다는 강력한 정황도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남의 안방까지 회유했다는 거 자체가 용서가 안 된다”며 분개했다.

허 대표는 “제가 자주 언급하는 얘기인데 삼성전자가 78년부터 88년까지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10년동안 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89년도 반도체호황으로 1년 만에 투자금액 해소하고도 남았다. 지금도 반도체가 엄청난 수익을 내는 이유가 그 때 10년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며 “저희도 블루투스 성장성을 보고 10년을 투자했고 성장하는 시점에 CJ가 유통망이나 브랜드를 완전 추락시켰다는 게 정말 파렴치하다”고 규탄했다.

▲ 허주원 대표는 이재현 CJ회장을 향해, 공개사과와 마땅한 배상 등을 촉구했다. ⓒ저널인미디어

그는 이재현 CJ회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거듭 촉구했다.

“저는 이 정도까지 왔다는 자체가 이재현 회장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이재현 회장을 검색하면 허주원하고 모비프렌이 연관검색어로 떴고요. 허주원을 입력해도 이재현과 모비프렌이 연관검색어로 뜹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온 데 대해선,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역갑질 당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언론에 도배하는 거 자체가 범죄행위라 봅니다. 반드시 이재현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고, 유통망 회복해주시고, 그 동안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분명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해외 수출 같은 경우에도 2015년 수출이 98만 불이었고 작년에 131만 불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바이어 대행을 못해 12만불로 추락해버렸어요.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추락한 데 대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저희가 청와대 청원도 올렸지만, 언론에는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며 “청와대나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러질 각오로 왔다”며 “힘든 싸움이지만 진실이 이길 것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저희가 이길 거라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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