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심사 출석 ‘사법농단’ 전 대법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왼쪽)과 박병대 전 대법관

[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전임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장을 이어서 맡으면서 사법농단의 주역으로 꼽혔던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전직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인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30분무터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오후까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7일 오전 0시 38분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4월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같은 내용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재직 중이던 2015년 4월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재판을 맡았던 임민성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그리고 이어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재판을 전담했던 명재권 부장판사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명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사유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명 부장판사는 이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당시 이 만남에서 이 전 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박 전 대법관에게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후임이 돼 줄 것을 제안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과 이 전 실장의 회동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처리를 논의한 것으로 의심받아 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상식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이들을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 소식이 나온 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고 전 처장 모두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 전모의 규명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검찰의 수사 수순이 어긋난 것은 분명하다. 앞서 지난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해 이들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 영장을 재청구 할 것인지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영장을 청구하며 제출한 수사자료 외에 더 깊은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검찰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도 법원의 판단을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더욱 고심할 것 같다.

이에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법조계 안팍에선 양 전 원장의 검찰 출석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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