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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여성폭력 상담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기사승인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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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평생 동안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불안감 우리는 평생 느끼며 살고 있다

미투운동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 사진 고경하 기자

[뉴스프리존,대구=고경하 기자] 대구여성의전화(대표 김정순)는 지난 28일 대구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여성 폭력 추방주간의 행사로 경찰에서 본 미투 변화(곽미경 달서경찰서 여성 청소년계 팀장 ), 여성폭력 상담소의 역할 및 과제(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소장), 미투 전후 최근 상담통계 분석 및 상담소의 방향(양숙희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미투(나는 폭로한다) 이후 여성폭력 상담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경찰에서 본 미투 전후 변화를 주제로 곽미경 대구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의 내용

작은 변화들

‘미투(MeToo) 운동’을 ‘대지진’이란 단어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한다.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게 만든 과거 ‘김부남 사건’에서 지난해 ‘이영학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성폭력을 말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터져 나왔던 말들은 사법기관, 여성단체, 정치인 등 특정인만 움직이게 하는 규모가 낮은 지진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 붙은 미투(MeToo) 운동’은 듣는 자의 위치를 특정인에서 일반 대중으로 변화시키면서 가부장적 사고의 견고한 틀에 ‘대지진’과 같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균열에는 직접 말하는 피해자의 경험과 언어가 고스란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는 근거로 먼저 경찰관 개인의 변화에 관한 일상을 소개하겠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직위가 높은 남성 상사 한분이 “여성의 삶에 결혼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라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은 “결혼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보다 출산이다.

첫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성의 삶은 급격하게 전환된다. 모든 판단과 행동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는데 이것은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바뀐다.”라고 대답했다. 일부는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모성본능’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었고, 또 일부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작동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여성은 그 분께 왜 그것이 궁금한지에 대해 물을 때 그 남성 상사는 놀라운 답변을 했다.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젠더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던 중 아내의 삶을 짚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연애시절과 결혼생활을 거치면서 가족을 빼고 여성으로서 아내 개인의 삶만을 본다면 너무 큰 변화가 있었지만 남성으로서 자신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이 아내에게 새삼 미안해서 결혼이 여성에게 어떤 의미이고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작은 변화를 소개하겠다. 홍대 불법촬영・유포 사건의 이슈로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고 있을 때의 일이다. 여성청소년수사팀은 불법촬영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이다.

불법촬영은 찍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다. 이는 생물학적 여성만을 시위 참가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찰은 그동안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대응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거리로 내몬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일은 여성청소년수사팀 일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혜화역 시위를 지켜보면서 1차 시위 때 사무실 남자직원이 “왜 여자는 빨리 잡아줘도, 구속해도 난리야”라고 했습니다. 2차 시위 때 성범죄 수사부서 경찰답게 “신속수사와 구속의 사유를 열거하며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가 절대 아닌데 왜 난리야"라고 했다.

3차 시위 때는 진지하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1차 시위와 2차 시위 때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면 3차 시위 때는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테이블에 손을 모으며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태도였다.

옆에 있던 여직원이 “남자는 평생 동안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불안감을 우리는 평생 느끼며 산다. 우리는 화장실가면 휴지로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고 위아래 계속 살피면서 볼일을 본다. 요즘은 화장실 갈 때 가면이라도 쓰고 싶다."라고 했다. 듣고 있던 남자 직원은 “진짜? 몰랐다. 상상도 안 해봤다. 그럼 우리 집사람도 우리 딸도 그렇겠네!"라고 했다.

보수 지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보수 집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경찰조직 내에서 변화의 작은 움직임인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젠더에 대해 책이나 매체를 통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슈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는 일반 대중까지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목소리로 듣고 해석하기 시작했고 듣는 사람이 바뀌기 시작했다.

2. 성인지 감수성 향상

최근 성폭력 피해자로 소문난 당사자에게 소문의 진위를 묻거나 주변의 평가를 전달하는 것도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에게 사실 여부를 묻고 다른 사람에게 당사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전한 일로 징계를 받은 한 경찰관이 낸 행정소송이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당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평균인은 물론 다른 경찰 공무원에 비해서도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국민과의 접점에서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이 이들의 문제를 보다 공정하고 세심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경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경찰이 제대로 이해해할 필요가 있다.

불법촬영 등 일상에서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높고 사회 전반에 성평등 가치가 보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는 이때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경찰청에서는 지난 8월 이틀간에 걸쳐 경찰 총경 이상 지휘부 613명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경찰의 현안 및 주요 업무 공유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통상의 경찰 지휘부 워크숍과 달랐다. 신임 경찰청장 특강 외에 외부 전문가에 의한 성인지 감수성 강의만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의 치안책임자로서 일선 경찰관을 교육하고 지휘하는 경찰 지휘부부터 먼저 성인지 감수성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특별히 이루어진 교육이었다. 경찰인재개발원과 각 시도의 지방경찰학교에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과정 일주일, 3일, 2일, 1일 프로그램으로 개설이 되어 정기적으로 입교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일반 직무과정 교육 개설시 1시간 이상 성인지 감수성 향상 과목을 편성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일선 경찰서의 노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는 특별히 찾아가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상반기 1회, 하반기 1회 실시하고 있다.

대구 시내 각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교대 시간에 강사가 직접 지구대로 찾아가서 실시하는 교육이다. 여성폭력 신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국민과 만나는 지구대와 파출소 전 직원이 연간 2회 이상은 반드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받게 하는 조치였다.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월2회 현장학습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달서경찰서의 경우 7단계성인지 감수성 향상 특별교육을 실시하여 전국 현장학습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표창과 상금을 수상하기도 했다.

3. 성평등위원회와 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

경찰청에서는 ‘미투(MeToo)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의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차별적 관행 개선 등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에 대한 권고를 수용하여 ‘성평등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과 성인지적 경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자문한다.

위촉된 민간위원은 학계·시민단체 등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전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성평등 업무 전담부서인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하고 전문성 담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일반직 임기제로 채용하여 경찰청 성평등 정책을 총괄 기획·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위원회 소집·안건회부·평가·환류 등의 업무를 전담 수행토록 함으로써 성평등 업무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한다.

성평등정책담당관 인력은 일반직임기제 2명(4·5급), 경찰관 2명(경정, 경위), 행정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평등정책담당관의 주요 업무는 대국민측면에서 △여성폭력 대응체계 점검 △치안정책 대상 성주류화 제도 운영 등이고, 조직 내측면에서는 △성희롱 예방대책 △성인지 교육 △성별격차 해소방안 등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경찰인재개발원에 양성평등교육 전문 강사 및 폭력예방교육 통합강사 양성 과정을 개설하여 경찰관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위촉된 전문 강사는 전국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교육과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4. 성폭력 피해자 표준 조사 모델 개발

경찰청은 수사과정상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한편, 경찰수사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을 개발하였다. 미투 운동, 불법 촬영・유포 등으로 여성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성폭력피해자가 경찰수사단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이를 방지하고자 개발하게 되었다.

표준 조사모델은 총 17명의 특별팀을 구성하여 성폭력 피해자 13명에 대한 심층면접, 해바라기센터 및 성폭력 상담소 상담사 설문조사 66건, 피해자 진술조서 57개건, 성폭력범죄 피해자 특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자료, 미국·영국 등의 성폭력 범죄수사 가이드라인을 분석하였다. 또한 일선의 성폭력 전문수사관과 합숙 토론을 거치고, 현장수사관 13명과 정신과전문의, 판사·변호사, 법・범죄 심리학자, 여성단체 등 외부 전문가 12명의 검토를 거쳤다.

이 모델은 2개월 간(2018.10.22.~12.21.) 전국 8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내용을 검증하고 현장적합성 여부를 확인하여 문제점을 발굴·보완한 후 내년 1월경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범운영 경찰서는 서울 영등포서, 부산 사상서, 인천 서부서, 대구 달서서, 광주 서부서, 대전 동부서, 울산 남부서, 경기남부 용인동부서이다.

시범 운영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여성청소년수사팀 144명 전원 실습 위주로 표준조사모델 사전 교육을 완료하고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후 전체 여청수사기능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한 다음 2019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미투이후 상담소 나아갈 방향 강의후 / 사진 = 고경하 기자

이 모델은 국내·외 연구자료 및 전문가·현장조사관·여성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한 결과의 산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에서는 여성대상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했으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번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 모델’ 개발을 계기로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경찰수사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다음은 미투 전후, 최근 상담통계 분석 및 상담소의 방향에 대해 양숙희(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성폭력상담소)의 내용

1. 여성폭력과 미투운동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2006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인종 여성,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피해자끼리 서로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꿔갈 수 있도록 창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으나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조금씩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게 되었고, 이윽고 2017년 10월에 이르러서는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 등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성범죄성폭력 피해가 큰 반향을 일으켜서 확실히 공개 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제껏 피해 사실을 숨긴 피해자의 '성범죄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시작되었기에, 그 내용은 아동성범죄부터, 넓게 보자면 전쟁 범죄로 인한 위안부 문제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는, 피해자끼리 공감하며 용기를 북돋아 세상에 숨겨진 사실과 피해내용을 토로하고 폭로하는 형식상 점차 내부고발 성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권력형 성범죄자의 고발에 초점을 둔 정치, 사회 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경찰, 검찰 등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가해자로부터의 보복을 각오해야만 하는 성범죄를 대중에 폭로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해결을 촉구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한국사회를 살펴보면, 한국 최초의 미투운동은 1991년 8월 14일 전 세계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사람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이다. 김 할머니는 1941년 양아버지와 함께 떠난 중국에서 일본군에게 붙잡혀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됐다. 김 할머니는 “만약 내가 가족이 있었다면 증언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상황이었다. 김 할머니의 최초 고발 이후 위안부 피해에 대한 증언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오랜 세월 갇혀있던 위안부의 참상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시작됐다.

또한 2003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개최해온 ‘성폭력피해 생존자 말하기대회’가 있었다. 자신의 성폭력피해 경험을 많은 이들 앞에서 고백하고, 듣는 이들은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 이렇듯 한국에서 미투 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왔다.

2016년부터 한국에서도 웹상에서 해시태그 운동를 통해 미투 운동이 촉발되어 2018년 1월 검찰청 내부 성범죄로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크게 가속화되었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3년 전 성추행 사건을 알리며 미투에 동참했다.

그리고 페이미투에 이어 처치미투, 스툴미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제는 다양한 목소리에 사회가 응답해야 할 차례이다. 미투 운동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의한 갑을 관계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성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회 구조에서 여성을, 정확히는 "상대를" 힘으로 억누르는 게 남성성의 증명으로 여겨지던 남성 우월주의를 근거로 하는 젠더 문제로 보야야 한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조직 내 위계에 의한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운동, 즉 사회 부조리에 대항하는 자정 운동의 일환이다. 위계에 의한 여러 형태의 폭력들 가운데 특수한 경우인 성폭력이 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을 믿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힘없는 사람을 향하여 성폭력을 휘두르는 부자와 권력자들에 대항하는 민중 운동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자와 권력자에 의해 성폭력을 경험한 이들, 또 성폭력은 아닐지라도 부자와 권력자가 휘두르는 다른 형태의 갑질과 군기로 고난 받아 온 남성까지도 모두 함께하여 사회 부조리를 뿌리 뽑고 공평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이다.

한국에서도 남성의 미투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것을 두고 "성폭력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의 미투 운동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남성까지 피해자로 나서면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받아 온 차별과 피해를 부각하기 어려워진다"는 미투 운동의 본질을 무시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성폭력 앞에서 수치심은 남녀 구별이 없다”면서 “그동안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투는 성별대결 구도로 몰아가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여 해석하는 배타적 대립이 되어서는 안된다. 조직내 위계에 의한 폭력, 성폭력피해를 입은 이들 모두를 위한 운동이다. 그러므로 먼저 남자가 모두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넓게 보자면 성별을 떠나서 권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환경이 극복되어야 한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기회에 잘못된 일을 관행이라고 넘어가는 사회문화가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어야 했던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피해자는 보호되어지고 가해자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는 일을 해야 한다.

지난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미투 운동에 자극된 네티즌이 위드유 운동을 합하여, 성희롱, 성폭행뿐 아니라 약자에게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합리한 경험을 공유하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웹사이트(미투위드유)를 개설했다.

전국 여성단체에서도 사회변혁운동인 미투 운동에 힘입어 각 지역에 맞는 여성운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여성단체에서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여성폭력에 대한 심각성 및 실태에 대하여 한국사회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며 말하고 있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여성이 미투운동을 해왔으나 한국사회가 귀 기울이지 않다가 이제서야 겨우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Ⅱ. 최근 3년간 성폭력피해 상담통계분석

2016년~ 2018년 10월 말까지 지난 3년간 (사)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을 분석하였다. 2016년 성폭력피해상담 1,037건, 2017년 성폭력피해상담 1,108건, 2018년 10월 말 기준 00건으로 성폭력 피해상담은 많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미투운동을 기점으로 해서 수사기관과 연계되어 지원된 성폭력 인권지원의 전화상담과 성폭력피해 및 기타상담이 늘어났다. 2016년은 여성폭력과 관련된 많은 사건이 한국사회에서 드러났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 섬마을 학부모에 의한 윤간사건,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 등의 사건이 있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을 기점으로 폭력피해에 노출된 많은 사람이 자신도 잠재적 피해자임을 밝히며, 두려움과 불안으로 지내던 날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SNS상 ‘# OO내 성폭력’ 해시태그로 알려진 영화계, 미술계, 문화계, 예술계, 스포츠계, 운동권, 종교, 가족, 대학 등에서 있었던 성폭력피해 사건이 많이 폭로되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폭력사건 재범자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본회 2016년 성폭력피해 상담을 살펴보면 무고 및 명예훼손 피해상담이 많이 늘어났고,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피해상담이 많이 늘어났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데이트폭력’은 피해생존자의 목소리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사회문제화되었고, 스토킹,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지역으로 보면 대구은행, 성서농협 등 직장내 성추행 사건, 초등학생 성학대 영상 노출 사건, 칠곡 30대 여성 스토킹 살인사건, 40대 학원장에 의한 여중생 성폭력 사건 등이 있었고, 전국으로 보면 이영학 사건, 한샘, 현대카드 등 직장내 성폭력사건 등의 성폭력관련 사건이 줄줄이 드러났다.

SNS상 미국과 한국에서는 ‘#미투(Me too)’란 해시태그로 ‘나도 성폭력피해자입니다.’,‘나도 고발한다’ 라고 말하면서, 침묵을 깨는 피해자가 늘어났다. 이렇듯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은 폭력피해에 노출된 사람이 자신도 피해자임을 밝히며, 두려움과 불안으로 지내던 날들을 말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남성이 말하자며 ‘#I WILL SPEAK UP(나는 나서서 말할 것이다)’라는 미투 캠페인에 대한 남성의 응답으로 프랑스에서 진행되기도 하였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남성만이 끝낼 수 있으며, 모든 남성이 가해자는 아니므로 가능한 많은 남성이 성폭력 가해자와 남성우월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미투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라고 하며 부당한 사람과 그것을 방조하는 사회에 맞서고 목소리를 내고 도전하고 책임을 묻는 용감한 사람이 생기길 바란다는 것이다.

본회 2017년 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상담에서 수사 및 의료기관, 재판동행 등 방문하여 지원한 상담이 2016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방문 상담지원이 많은 것은 성폭력피해 생존자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겪게되는 힘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된다.

치유상담에서는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에 대한 후유증을 호소하거나 가정폭력과 성폭력피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 이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게 되고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유형별로 보면 강간, 데이트 폭력, 사이버성폭력 등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데이트 폭력을 지원함에 있어 더욱 시급한 것은 현재의 지원체계 안에서는 성적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의료적, 법적 등으로 지원할 수 없으므로 현 여성폭력 지원체계 안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여성폭력을 개인의 사소한 문제로 보는 순간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게 된다. 미투운동 창시자인 타라나 버크가 말했다. “가장 주변적인 목소리가 가장 쉽게 사라진다.” 이는 미투운동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도 미투운동의 상태를 보면, 여전히 주변적인 목소리는 묻히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사의 미투 폭로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쏠리고, 일반인들의 폭로에는 ‘뭘 그런 것 갖고 그러냐?’는 주변인의 말(2차 가해)이라던가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여성폭력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도 많아져야 한다.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해가고 있으며, 인권감수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피해자는 있는데, 여전히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많아져 안타까움이 크다.

이는 이미 여성폭력과 관련된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아직 우리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위기와 폭력에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성폭력피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추행,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 피해유형별로 늘어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은 다양한 연령대 및 유형별로 나타나고 있으며, 피해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17년 성폭력피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간, 데이트 폭력 등 피해유형별로 늘어난 추세를 보이며, 성추행, 스토킹, 사이버성폭력은 꾸준히 보이고 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은 다양한 연령대 및 유형별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정폭력피해와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폭력이 일어나는 통제와 권력에 대한 맥락은 사라진 채 사적인 문제로 돌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폭력일수록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피해자는 이로 이한 극심한 공포를 가지며, 드러내지 못하는 암수범죄가 많아지고 있다.

2018년 성폭력피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간, 성추행, 사이버성폭력 등의 피해유형별로 늘어날 추세를 보인다. 불법촬영 등 사이버상의 범죄와 성추행 피해 내용을 보면 위력관계에서 나타나는 직장내 성범죄들이 수면 위로 많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3) 성폭력 가해자 연령

2016년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에 미파악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전화상담 접수시 대부분 익명 보장을 원하는 내담자의 정보를 확인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발찌 착용, 가해자 의무교육, 화학적 거세, 신상 정보 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고 하나, 불기소처분, 혐의없음 등 실질적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낮게 나타났다.

2017년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은 60세 이상의 가해자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을 볼 수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가부장적 시각이 여전히 잔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령과 상관없이 한국사회에서 권력과 통제가 가능여부 및 그것을 배운 인식에 따라 상대의 성(性)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짐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은 20대~50대는 70여건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60세 이상의 가해자가 올해도 맣이 드러나고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性)에 대한 다양하고 개방적인 담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성 인권에 대한 인간존중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4) 성폭력 가해자 유형

2016년 성폭력 가해자 유형을 보면, 애인/과거애인에 의한 피해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당시 데이트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하던 시기였다. 2017년 성폭력 가해자 유형을 보면, 16년에 이어 애인/과거애인에 의한 피해가 높게 나타났다. 경찰에서 TF팀을 꾸리는 등 변화는 있었지만, 꾸준히 데이트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하던 시기였으며, 이는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2018년 성폭력 가해자 유형을 보면, 직장관계자, 동급생선후배, 교사/강사에 의한 피해가 높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미투운동을 반영해주는 통계로 볼 수있다.

5) 성폭력 피해지원 내용

2016년 성폭력 피해지원 내용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법적지원에 있어서 전화상담이나 법률상담 건수는 높게 나타났지만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낮게 나타났다. 이는 친고죄는 폐지되었으나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성폭력 사건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하게 될 때 겪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2017년 성폭력 피해지원 내용은 피해생존자 치유와 당사자의 욕구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적극적으로 시설입소 및 타 기관 연계를 하였다.

Ⅲ. 여성폭력상담소의 나아갈 방향

대구여성의전화는 여성인권운동단체로서, 성평등한 가치실현을 위해 부설기관으로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성폭력상담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성폭력피해상담소는 1995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1,000건 가량의 상담은 물론 사건지원 등을 진행해왔다.

여성폭력 피해는 미투운동으로 새롭게 드러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은 미투운동 이전과 미투운동 이후 피해상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가장 많이 물어본다. 상담건수로 비교해보자면 2017년 1월~10월까지 상담이 916건, 2018년 1월~10월까지 상담이 1,214건으로 작년에 비해 298건 높게 나타났다.

상담내용에 있어서 미투운동을 보고 용기를 내어 자신도 오랜 기간 묵혀놓은 사실을 말하게 된다는 피해생존자가 두드러지게 많아진 점을 볼 수 있다. 권련관계의 문제로 남성피해자도 피해사실을 말하기 시작한 점을 들 수 있다.

‘미투운동’을 통하여 제기되는 성폭력 피해사례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많았는데,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사건, 폭행과 협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사건, 공소시효가 도래한 오래된 사건 등 기존의 성폭력에 대한 정책 대응에서 충분히 주목을 받지 못하였거나,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처벌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가벼운 처벌밖에 할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미투운동 / 사진 = 고경하 기자

이미 오래전부터 상담소로 수많은 피해생존자는 자신의 성폭력피해에 대한 미투를 하고 있었다. 전화상담을 통해, 혹은 면접상담을 통해 여건이 여의치 않거나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가 아직 두려워 사이버상담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투를 하고 있었다.

이는 이미 한국사회에는 미투운동 이전부터 성폭력 피해가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왜곡된 성문화로 인해 성폭력을 성관계로 보거나, 성희롱을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해 버림으로써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폭력피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감하거나 예민한 개인의 문제로 만들려고 한다. 사회구조적으로 만연해있던 성차별과 권력관계에 의해서 나타난 다. 또한 미투운동 이전에도 본회 상담소를 찾아 전화를 하고, 내방을 하고,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는 등의 그들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미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은 각자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언어도, 속도도 다르다. 자신의 언어로 용기를 내며 한걸음씩 자신의 속도에 맞게 어렵게 어렵게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에게 미투가 지금 이슈이니 ‘빠르게 걸어야한다.’ ‘용기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 오히려 자칫하면 피해생존자를 부추기는 것처럼 느껴질까 염려스럽다.

그렇다면 여기서 각자가 생각하는 ‘미투’가 무엇인지 정의가 필요하다. 미투를 구분짓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가짜 미투’, ‘진짜 미투’를 말하며,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것만 ‘미투’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익명 미투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폭로한 개인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적인 한계도 있으나, ‘왜 말할 수 없는지, 익명으로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질문해보아야 한다. 공개 미투이든, 익명 미투이든 폭로한 피해자와 피해사실을 궁금해 하지 말고, 가해자에게 질문해야 한다.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익명성 또한 그대로 존중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상담소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설사 익명 글을 보더라도 강제성을 띠어 접근할 수는 없다. 다만 정보를 주고, 피해생존자의 시간과 속도를 기다려야 한다. 신고를 하는 것에 대해, 혹은 상담소로 연락하는 것에 대해 선택의 망설임이 있을 때는 상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보는 주지만,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피해상담소를 몰라서, 정보가 없어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몰라서라기보다 피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하는 힘이 생긴 것으로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개인이 진행하기에는 사건마다 달라 오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도 같이 든다.

그렇기에 신고하지 않더라도 피해상담소나 전문기관으로 사전에 상담을 먼저 받아보기를 권한다. 피해상담소로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것이 성폭력 피해신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꼭 전하고 싶다.

전국 129개소의 성폭력상담소가 있으며, 대구도 2개의 성폭력상담소, 2개의 통합상담소가 있다. 상담소에서는 법률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심리상담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법률지원으로 신고 전/후 경찰서에 피해자국서변호인을 요청하여 무료로 수사와 형사재판과정에서 필요한 도움과 상담소를 통해 무료법률지원을 신청하시면 민/형사 소송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권지원 활동가가 신고접수부터 피해자와 경찰서 진술조사 동행, 재판과정 모니터링 등 사안에 따라 기관의견서, 기자회견, 서명전, 1인 시위, 수사기관 항의방문 등을 한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마다 변호사님이 저희 기관으로 방문하여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지원으로 성폭력피해로 인해 의료적 치료(외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가 필요한 경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관련한 제도 사항은 가까운 상담소나 구청에 상담 및 문의할 수 있다. 주거지원으로 가해자와 분리가 필요하거나, 피해로 인해 주거가 불안정한 경우, 피해자보호시설(쉼터)에서 일정 기간동안 생활할 수 있다.

입소기간 동안에는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직업훈련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심리상담지원으로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치유회복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피해와 관련한 후유증으로 인한 심리상담비용에 대한 지원 또한 가까운 구청이나 상담소에 신청 가능하다.

매월 성폭력피해생존자모임인 치유글쓰기 ‘젠작(젠더글쓰기)’이 운영 중에 있으며, 매년 가을에는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을 진행하지 않아도 심리상담이 필요할 때는 개별심리상담은 수시로 진행하고 있어 사전 예약하여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위와 같이 현재 정부에서 해야 할 시민의 안전에 관한 일들을 민간상담소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초기에는 정부가 개입되지 않아 여성단체에서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어 여성폭력관련법을 만들어내고 자부담으로 상담소를 운영한 것이다.

그러다가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한 통제와 규제는 더욱 심해져갔다. 최근 들어 지자체에서 내년 정부합동평가에 피해상담소의 상담건수를 수치평가해서 상담이 적은 피해상담소에 무수한 압력을 넣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낮은 상담건수 때문에) 상담소가 있으므로 지자체 평가가 낮아진다’,‘상담건수가 없는 상담소는 없애겠다’,‘(일정기준을 정해두고) 0000건의 상담건수를 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게 정말 지자체 공무원에게 들은 말이 사실인지 싶을 정도로 놀랍다. 상담소에 대한 정부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은 미투로 인해 피해생존자는 마음 속 깊이 눌려왔던 억압이 풀려나 스스로 감정을 추스릴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서 나오는 힘겹고 무거운 심리상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내담자의 욕구만큼 채워지지 못함도, 법의 사각지대를 보게 되어 무기력함도 같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딜레마는 본회 피해생존자를 인권 지원하는 활동가도 대리외상으로 점점 지쳐간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 외 야근은 물론, 주말근무는 허다하며, 매일 소진되어 활동하기가 더욱 어려울 정도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명감으로 큰 보상을 바라며 하는 게 아니었기에 감당하였다. 사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어떤 경우는 피해자가 함께한 활동가에게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과 비난을 하기도 한다. 물론 승소하는 사건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한 활동가 또한 지치고 힘겹다.

피해당사자에게 인권 지원활동가가 최선을 다하고도 더 많이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 연간 1,100여건의 상담을 3명의 상담소 활동가가 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성폭력관련기관을 계속 늘릴 게 아니라 기존 운영하고 있는 기관에 정부 보조금의 인건비와 운영비 분리하고 이용시설에 대한 기능 보강비를 충당한다.

예산지원을 늘려 부족한 인원이 충원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지난 4월 3일, 여성가족부, ‘여성폭력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연대행동’ 발대식을 하였다. 일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전문성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으로 처우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정도이다.

30년 가까이 활동을 하신 분도 은퇴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고 한다. 사회복지시설은 호봉에 따라 차등 지급되지만, 사회복지시설로 평가를 받고 여성복지로 분류된 상담소는 호봉이 없으며, 기본급이 같다. 최저로 책정된 연차수당이 있으나 결구엔 신입활동가와 오래된 활동가의 임금차이가 거의 없다.

이러한 실정에 사명감만을 강조하며 일하기엔 너무 힘들며 열악하고 참담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위탁된 성폭력관련 기관은 민간상담소와 보조금 지원부터 종사자 처우는 다르게 운영되어진다. 그러면서 정부 위탁긴관을 지자체마다 더 늘이려고 한다.

정부 위탁된 성폭력관련 기관은 초기상담 지원 후 지속으로 상담이 이루어져야할 경우 대개 민간상담소로 연계되고 있다. 다른 경우이기 한데, 올해 들어 경찰에서는 피해상담소로 바로 연계하던 상담도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서 상담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하여 1366은 일이 많아지고, 경찰 측도 이중연계, 연계지연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는 상담을 원하는 내담자에게 불편함과 불만감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위와 같이 운영되어지는 것은 정부가 위탁기관에 지자체에서 원하는 상담건수만 늘이기 위함이 아닌지 묻고 싶다. 피해상담은 만들어내는 것도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사법기관에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단순히 그것을 원한다. 자신의 피해가 피해상담으로 수치화되어 실적으로 되고 평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경악할 일이다.

이는 정부에서 여성폭력 범죄를 실적으로 보며, 실질적 대책 없이 방치하고 일이다. 오히려 지자체마다 상담소가 있는 것에 대해서 지역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민을 보호 하고 치유에 힘쓴다는 점에서 추가점수를 주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2003년 시작된 여성의 성폭력피해생존자 말하기는 우리 법제도와 사회 변화의 물꼬를 텄다. 1955년 한국판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을 계기로 시작된 페미니즘 운동은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등으로 이어졌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_내_성폭력 말하기 운동 등 사회 각계의 추한 민낯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수많은 피해생존자들과 미투 운동을 응원하며,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서지현 검사의 법조계 내 성폭력 폭로 이후로, 현재 한국사회에는 미투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잊은 채 살아온 피해생존자는 서로 용기를 북돋고 연대하며 미투운동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인 아직 끝나지 않은 미투운동은 수많은 말하기와 연대행동으로 연결되어지고 있다.

2007년 대구여성의전화를 만나 현재까지 오랜 기간 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배가 이 길을 걸어왔다. 여성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꾼 경험도 있고, 사명감으로 열심히 활동하였다. 선배 활동가는 이미 많은 길을 만들어 놓았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멈추고 싶을 때도 많았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내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다시금 내가 마음을 다잡고 활동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끼는 건 여성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였다. 강남역 여성살해에서 여성은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고 말했으나, 언론과 정부는 성별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여성혐오를 말하니 조현병이라고 듣는다. ‘여자에게 무시당해서 살해’ 그러더니 이제 여성이 피해를 폭로하니 ‘정치적 공작’이라는 말을 한다. 그대로 듣지 않고, 왜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드는 건지, 그것 또한 권력임을 느꼈다. 여성의 자기 언어 찾기, 피해생존자의 자기 언어 되돌려주기, 더 많은 말하기와 연대가 필요함을 느낀다.

성폭력피해 생존자가 조사받던 중 오히려 무고 피의자가 되어 조사받는 말도 안되는 경우를 듣고 바로 조치를 취했지만, 상담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럴 때 점점 무기력함에 빠진다. 미투 이전부터 현재까지 매일 쉼 없이 활동해왔는데, 도대체 무엇을 한 건지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져 너무 허무하게 만들었다.

가부장제 문화는 이것을 노린 것이다. 미세먼지처럼 스며든 가부장제는 결국 성차별적 문화를 유지하는 토대를 만들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매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회구조로 작동하게 만들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배척한다.

사실 의식도 못한 채 우리의 폐 속에 들어가 몸을 병들게 하는 미세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스며든 문화, 의식과의 싸움이라 더욱 쉬이 지치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 예민한 사람만 되어가니까 그것도 활동가 소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일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차별과 편견에 맞서고, 불편함에 맞서고, 부당함에 맞서는 일이 더디지만 조금씩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때 보람과 함께 사명감을 느낀다. 이것이 지금의 미투운동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생각에 힘차게 때론 어렵게 한걸음을 내딛게 된다. 또한 멈추지 말아야함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걷고, 길 위에서 혹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현재 피해상담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안정성과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자율성 사이의 문제도 안고 있다. 국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감독하려는 정부의 역할과 성폭력상담소의 입장에 간격이 있다. 특히 피해자의 상담일지를 중앙정부에서 통제하는 경우에는 제도적인 대응이 매우 시급하다.

활동의 중심을 여성주의에 두고 있는 만큼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여성운동 경험의 이론화도 상담소의 중요한 역할이다. 피해생존자가 수사·재판·언론·주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민간상담소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고 자부담이 들더라도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정부의 대행업무를 하고 있는데, 정작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되려 2차 피해를 주거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을 보게 될 때 분노하게 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의 확산,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한 SNS에서의 폭로 행렬, 뒤이어 2018년 초 시작된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MeToo) 운동(이하 ‘미투운동’)’은 법조계, 정치계, 문화예술계 등등 사회 각 분야에서 그간 숨겨져 왔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성폭력 처벌 강화 중심의 정책적 대응과 그간의 피해자 지원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주의에서 무엇을 드러낼지 운동의 방향을 깊이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여성폭력피해 상담소의 나아갈 방향은 첫째, 지역내 여성폭력관련 유관기관의 지역연대를 설립하여야 한다. 지역 내에 있는 여성폭력관련 기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여성폭력 관련 지역 현안에 대한 공동행동 및 공동대응을 한다.

그로 인해 여성폭력 관련 의제를 만들어내고 지역에서 여성폭력을 한 목소리로 말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열악하고 힘든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서로 연결되어 격려하고 지지하는 힘을 모아 새롭게 변화될 세상을 함께 꿈꾼다.

둘째,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는 여성폭력상담소 및 관련기관,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는 여성폭력상담소 및 관련기관 활동가 충원과 안전성 확보, 전문성 및 역량강화,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는 처우개선 등과 함께 매번 시달리는 소진예방에 따른 촘촘하고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예산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내 여성폭력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지역에서도 인력확보 및 예산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수사 재판 과정시 여성폭력상담소 및 관련기관의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한다. 수사 재판 과정시 여성폭력상담소 및 관련기관 등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관련기관에서 수사기관으로 문제 제기시 이에 따라 행할 수 있는 강제조항, 2차 피해를 주게 되는 수사기관 관계자에 대한 내부 공시 및 처벌 등이 필요하다.

넷째, 여성폭력 관련기관 및 관련 업무를 하는 수사 및 사법기관, 학교에서는 여성주의 상담을 의무화하여 적극 실시하여야 한다. 여성폭력피해는 엄연히 사회적 범죄이며,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연관성이 높고, 이로 인해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상담은 여성심리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상담 혹은 교육을 통해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주의 가치에 입각하여 개인의 변화는 물론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여성주의 상담을 여성폭력관련 유관기관 및 수사사법기관, 학교 등에서는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여성폭력피해는 여성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이며 사회범죄이다. 정부는 시민의 안전에 대한 책무를 방기하지 못하도록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 학교 지역사회에서도 여성주의 상담을 의무화하는 과정을 개설하여야 한다.

다섯째, 지자체는 물론, 지역 사회의 노력과 여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먼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고 있는 한국사회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성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미세먼지와 같은 가부장제 문화는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오히려 무게를 더할 뿐이다.

여성이 약자라기보다 노동하는 인간이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폭력이 야기하는 많은 문제 중 하나는 여성의 노동권을 침해하여 경제력을 박탈한다는 점이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성별대립 구도가 아닌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여 ‘여성폭력, 그건 범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문제제기할 때 비로소 폭력은 감소되어질 수 있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대표는 미투(나는 폭로한다)의 의미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지난 1년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던 미투의 위력은 가히 폭풍처럼 휘 몰아 쳤다. 우리사회에서의 미투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린 늘 말하기를 해왔고 생존자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애써왔으며 견고한 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배우 장자연이 그러했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고발과 외침이 그러했고, 수없이 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말해왔음을 알고 있다.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했던 것이 아니다. 우린 늘 말해 왔지만 우리사회는 그것을 들을려고 하지 않았고 들을 준비하지 않았으며 외면해 왔다.

우리사회의 일상화된 성폭력에 피해자는 목까지 차오른 분노를 더 이상 삭일 수 없고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미투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가 한편으론 안타깝다. 왜냐하면 미투를 통한 성폭력 피해사실의 폭로는 이후의 수없이 많은 2차 가해를 감내해야하며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거는 힘겨운 결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를 감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수십 년 간의 꽁꽁 묶어 두었던 아픔을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해본다.

우리 상담소에도 그동안의 성폭력 상담과는 다른 양상의 상담들이 눈에 띠게 늘어났었다. 오래된 피해사실을 털어 놓으며 그동안의 아픔을 말하였다. 공개된 곳에서 가해자의 이름을 밝히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용기 있게 미투를 하는 여성을 보며 자신도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피해사실을 상담소에 와서 털어 놓았다.

자신의 상처를 달래고 누군가가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길 간절히 염원하고 지금도 그러하다. 미투나 개인상담은 누군가가 나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그러지 못했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불평등한 조직내의 위계구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성가치관,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성역할 이데올로기, 남성의 성욕에 대한 너무나 관대한 사회,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 너무나 많은 성폭력을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 모두 다 나열하기도 벅찬 원인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 시켰다.

미투가 견고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의 균열을 암시하는 신호탄의 역할을 하였다. 정부도 계속해서 대책을 쏟아내었다. 마치 우리사회가 그동안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듯이 그것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였다는 듯이 언론도 정치권도 정부도 한목소리로 대책을 쏟아냈다.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나 자신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일이었다. 내가 가해자였고 또한 피해자였고 2차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잊고 피해자를 타자화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제3자의 일이 아니며 나 자신의 문제임을 돌아봐야한다. 우리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스스로 변화되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 8년이 걸렸고 또 30년이 걸렸고, 나아가 40년이 걸린 피해경험자, 그들의 편에 서서 우리사회가 함께 평등과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료집 인용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김정순)는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단체도 성폭력상담이 폭증하고 있다. 상담소의 역할에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할 기회를 갖고자 마련했다.” “미투의 영향으로 용기를 얻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오래된 사건을 보며 여성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잔잔한 소회를 밝혔다.

고경하 기자 rhrudg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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