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⑭

국방부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증거인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너무나 자주. 수시로. 그것도 눈에 띌 만큼 확연하게, 심지어 업체에 용역을 주어가며 증거를 없애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절대로 ‘증거인멸’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부식방지’라는 용어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좌측은 2010년 4월 촬영한 모습이며 우측은 2012년 7월 21일 촬영한 사진입니다. 녹색계열의 페인트 색상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충돌의 증거’를 없앤 것에 해당하며 다음의 사진들은 ‘좌초의 증거’를 없앤 경우입니다. 선체외판과 함안정기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업체에 용역을 주어 클리닝 및 코팅처리 (업체 홈페이지)
고압세척의 패턴 및 고압세척의 효과

모두 ‘부식방지’라는 명목하에 고압세척과 코팅으로 ‘충돌’과 ‘좌초’의 흔적들을 없애버린 명백한 ‘증거인멸’ 행위입니다. 특히 함안정기의 경우 프레임 부분만 집중적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 확연하게 나타나 있어 물리적인 압박에 의한 손상임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증거인데 깨끗하게 클리닝 처리한 것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분명한 ‘증거인멸’인 셈입니다.

국방부와 합조단이 증거인멸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지는 것은 논쟁만 격화시킬 뿐이어서 저는 그 문제에 집착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좌초’를 입증할 주요한 증거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사진자료라도 남아 있어서 사진을 제시하면서 비교분석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그들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은 해야 할 것이고 그들이 인정하도록 만들 생각합니다.

참고로 전문업체에서 시행하는 ‘고압세척’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결과로 선체 외판에 나타나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고압세척의 흔적 (가스터빈실 외판)
고압세척의 흔적 (절단면 부위 선저외판)

국방부는 주장할지 모릅니다. <시간은 흐르고 선체가 계속 부식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 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부식방지’라는 명분이라도 내세워 여기저기 드러나 있는 좌초와 충돌의 흔적들을 모두 없애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천안함은 현재 법정 다툼이 진행 중에 있는 중요한 증거물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녹이 났으면 녹이 난대로 그대로 둔 채 ‘투명코팅’만으로 얼마든지 현상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이 전문 업체를 투입하여 고압세척을 하고 특수코팅제로 처리하는 것만큼 부식을 완벽하게 방지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녹이 난 상태의 증거’로서 보존되어야 할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점을 중시하여 ‘고압세척’과 같은 무모한 처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금속은 공기와 접촉하면 공기중 수분과 결합하여 부식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산화결과물인 ‘녹’은 그 자체로 상당히 안정되어 일단 녹이 났다 하더라도 투명코팅 처리 등 최소한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기간 부식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천안함은 바닷물 속에서 나올 때 발생한 녹과 부식의 상태 그 자체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앞 편의 글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다시 한번 Reminding 시켜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함안정기 녹이 발생한 부위(위 왼쪽)를 오른쪽 사진과 같이 완전히 털어내고 투명락카 페인트로 깔끔하게 도포해 버렸습니다. 일반인들께서는 “그게 어때서? 그렇다고 함안정기가 어디 가나?”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 녹이 나 있던 줄 하나하나가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좌측의 모습이 왜 중요한가 하면, 함안정기는 ‘프레임(Frame)’이 촘촘하게 배치된 구조물이어서 프레임 부분의 굴곡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물이 ‘강한 외력’을 만났을 때, 어떠한 형태로 손상을 받는지 분석하는 것은 ‘외력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가상실험으로 우리 손 등 위에 소규모 ‘폭발’로 충격을 주고 폭발에 의한 ‘화상’을 입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손가락 마디의 튀어나옴과 상관없이 손 등 전체에 골고루 ‘폭발’에 의한 혹은 ‘화상’에 의한 손상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손 등이 운동장 바닥에 긁혔거나, 손 등 위를 거친 물체가 긁으며 지나갔다면 즉, 물리적인 손상(Physical Damage)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래 사진과 같이 손가락과 손 등의 돌출된 부위가 집중적으로 까지거나 긁히는 손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면 전반적으로 손상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손상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특성으로 손상이 발생했는지 살피고 분석하는 것은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필수적인 사항인 것입니다.

함안정기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물리적인 접촉에 의한 손상은 선체 전반적으로 발생합니다. 소위 국방부가 말하는 폭발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스터빈실’인양 직후의 사진을 보아도 동일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측 사진은 가스터빈실이 인양되어 2함대에 거치된 후 촬영된 사진으로 길이 방향의 프레임 부분이 집중적으로 손상되고 그곳에 녹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저바닥이 해저 모래톱을 파고 들어갈 때 돌출된 프레임 부분이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 손상’에 의하여 선저 페인트가 벗겨진 결과인 것이며 이 현상은 ‘좌초’이외에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될 수 없는 선체손상인 것입니다.  

이러한 흔적을 없앤다는 것은 선체가 해저에서 겪어야만 했던 손상의 과정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증거인멸’이라 규정하는 것입니다.

천안함 외판 곳곳에는 지금도 성능좋은 고압세척기의 효능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그나마 초기의 상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국방부의 증거인멸 행위는 제가 최초 좌현외판 스크래치와 상부 충돌지점에 발생하였던 녹색계열 페인트 문제를 제기하자 흔적을 없애거나 약화시킨 이후 지속적으로 행해져 왔던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선체에 물리적인 ‘접촉손상’즉 좌초와 충돌을 입증해 줄 -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증거들이 지금 현재 대부분 사라졌단 사실이며 그것만으로도 ‘국방부의 증거인멸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충돌편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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