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다음블러그 인용

한애자 단편소설〖난지도〗1회

2002년 하면 사람들은 월드컵을 떠올린다. 그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외국인 히딩크 감독을 용병으로 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걸었던 그 해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해였다. 아마 지금껏 하늘에 차올렸던 축구공 중에 그 때만큼 스릴 있고, 관중의 환호와 열광을 받은 축구공은 드물 것이다. 또한 난지도가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한 의미 깊은 해이기도하다. 난지도는 천연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던 아름다운 동산이었다. 그러던 그 곳이 언젠가 도시 문명의 현대화로 쓰레기 매립지가 되더니 어느 새 월드컵과 함께 아름다운 동산인 공원으로 변하였다. 이곳 월드컵 공원을 산책하며 저 멀리 큰 축구공의 탑과 함께 경기장 주변에 다다르면, 함성소리와 함께 나의 뇌리에는 한 소년이 떠오른다. 나의 유일한 축구팬이다. 항상 축구공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며 열정적으로 축구연습을 하던 그가, 축구공과 함께 그 때 홀연히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또다시 월드컵의 열기가 불어오고 있는 이 때쯤 아직도 어디선가 초라하고 관객이 없는 외로운 축구게임이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의 축구 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축구경기에 대한 결말에 대한 해석을 이제 세상에 선포하는 일이다.

“슛 - 골인 .......?”

나는 5년 전에 상암동 근처의 공립 중학교에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공기가 매우 습하고 탁하여 가슴이 답답하였다.

“어서 오세요”

오십대 중반의 여교장의 인사였다. 그녀 앞에선 왠지 눈초리가 살벌함을 느꼈다.

“교장 앞에서 잘 난 척하면 찍힌다. 자기보다 아름답게 하고 다녀도 찍혀!”

같은 여교사들의 말이었다. 그들은 젊고 아름다운 내가 타깃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였다. 나에겐 하루가 마냥 즐겁고 희망차게 다가왔다. 상쾌한 아침에 조깅을 하고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하고 출근하면, 현대의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 된 듯 즐거웠다. 이처럼 언제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는 교직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교무일지를 결재 받으러 일주일에 한 번은 교장실에 들러야 했다.

“학교 행사나 공문서에 대한 전달내용이 빠진 곳이 몇 있어요.”

엷은 노란색 투피스로 단아한 나의 모습을 쏘아보았다.

“여기 학생들은 강남의 학생들보다 수준 차이가 많이 나죠. 학생들을 대할 때 이 점을 각 별히 조심하고 옷차림도 너무 화려하면 위화감을 조성하지요. 여기는 환경이 너무 열 악한 학생들이라 질이 좋지 않은 학생이 많으니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단호하게 마치 내가 문제아가 되듯 쏘아보면서 말하였다. 가슴에 열이 복받쳐 오른다. 저 쪽의 난지도 하늘에서 매캐한 가스가 날아온다.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사람 공기도 탁하다. 모두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교장에게 아부하는 사람, 묵묵히 자기 일에만 열심히 하는 사람, 서로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자랑하고 내세우는 냄새가 풍겼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임을 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다. 교장실에 들어갈 때 그녀는 한 번도 나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는 용서 못해!’

이런 공주병에 사로잡혔다는 소문은 뜬 소문이 아니었다. 공주병인지 우월감의 표시인지 좀 덜 돼보이는 교장을 모셔야 하는 것이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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