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대 졸업생 “글쓰기 수업 사회활동에 중요”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졸업생 1,600명에게 무슨 과목이 가장 유익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90%가 ‘글쓰기 수업’(essay class) 이라고 대답했다.

일단 하버드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논리적 사고를 갖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저자 송숙희, 출처 책식주의)에 의하면 하버드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오레오맵(O.R.E.O MAP)’이라는 독특한 글쓰기 기술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글이든 논리정연하게 완벽한 글을 쓸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고 한다.

오레오맵이란 ‘Opinion’(의견의 정립 개진), ‘Reason'(논리 근거를 통한 입증),’Example'(사례와 예시로 주장 보강), ‘Opinion/Offer'(의견의 확증 제안)를 뜻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분야에서든 논리적 전개로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데 있어서도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통상 영어를 배우게 되면 회화, 곧 생활영어를 중시한다. 물론 말하기가 우선이고 중요하다. 하지만 말하기는 설사 문법이 맞지 않아도 단어가 정확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영어 대화는 꼭 언어의 기능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대화하는 당사자들을 둘러싼 상황이나 분위기, 또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서도 의사를 교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글쓰기 능력’이 성공의 가장 큰 요소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더욱이 영어로 쓰는 공식적인 비즈니스 라이팅(business writing)은 문법이나 어법이나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 생활영어가 기본이 되는 말하기와 달리 문장을 작성할 때는 정형적 영어(formal English)를 구사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정형적 영어 사용 능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생활영어를 배우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영어 능력은 회화와 함께 궁극에 영어로 글쓰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로 결정된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시점부터 간단한 문장이나 일기 쓰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수준을 높여가며 평소에 글쓰기를 몸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하버드 졸업생 중 사회적인 리더로 활동하는 인사들에게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을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다름 아닌 ‘글 쓰는 능력’을 꼽았다. 우리말로 글 쓰는 능력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어로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직장생활의 모든 일은 글쓰기의 연속이다. 문서에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나는 게 사회 일이고 비즈니스다. 영어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분명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굉장한 힘이 된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영어교육이 문법, 그리고 읽기와 쓰기에 중점을 두어왔다. 그래서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영어로 제대로 말을 못한다하여 근래에는 회화, 즉 생활영어에 역점을 두고 있다.

◇ 영어 글쓰기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의 영어교육이 말하기를 경시해 왔다 해서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로 글쓰기는 잘하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셈이다. 글씨기를 먼저하고 말하기를 나중에 하느냐, 아니면 말하기를 먼저 배우고 글씨기를 나중에 하느냐를 두고 선택을 하라면 오히려 전자가 나은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올바로 글을 쓰는 게 제대로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역시 다른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미국공학교육학회>(American Society for Engineering Education)에서 성공한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업무에서 기술문서의 중요성과 문장력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45%가 ‘필수적’이라는 응답을, 50%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고, 4%가 ‘조금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전체 응답자의 95%가 업무에서도 문장 작성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영어 글쓰기가 말하기 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학습자 입장에서 담화의 습득은 무의식적인 행위이지만, 영어로 작문하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에 그렇다. 쉽게 비교하면 모국어를 터득한 사람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잘 하지만 문장을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인 것과 같다.

문어체 소통 영어가 구어체 보다 더 어려운 이유를 요약해 보자. 첫째, 문어체 소통 영어는 구어체 보다 더 정형적이다. 둘째, 문어체 소통 영어는 구어체 보다 실수가 더 부각된다. 셋째, 문어체 소통 영어는 구어체보다 더 사유적이다. 넷째, 문어체 소통 영어는 구어체보다 더 기대감이 높다.

◇ 글 쓰는 능력과 사회적 성공의 상관관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을 할 때 문법이나 문장의 체계가 맞지 않아도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격식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 쓸 때는 그렇지 않다. 글은 기록성과 보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과 질서를 지켜야 문어(文語)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글쓰기부터 습득하고 나서 말하기를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동시에 잘 할 수 있다면 최고이겠지만 말이다. 특히 영어를 일상적으로 말로 써야하는 환경에 있지 않거나, 그런 분야에서 일을 않는 한 비원어민으로서는 오히려 글쓰기가 더 필요할 수 도 있다.

영어로 글 쓰는 기량을 닦는 게 더욱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지나치게 생활영어에 치중하는 것은 그것 또한 편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에서도 하버드를 비롯해 MIT, 스탠포드 등 대부분의 미국 명문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으로 글쓰기를 포함시키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글쓰기 능력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글 쓰는 능력과 사회적 성공이 아주 큰 상관관계를 갖는다. 말하자면 글쓰기 역량 자체가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이자 습관인 것이다. 자기나라 말로 글 쓰는 것도 이렇게 중요한데 외국어인 영어로 글 쓰는 능력을 갖춘다면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그런 만큼 생활영어 습득과 함께 영어 작문에 대한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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