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그 언어의 위상을 높이고 또 언어는 그 문화를 선양’

◇ 한류 문화에 따라가는 한국어 배우기 열정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자료사진]

2012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때 ‘강남스타일’은 모든 부문에서 기록을 남겼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3억 건을 돌파했고, 영어의 원조국가인 미국과 영국을 포함 30여 개 국가의 아이튠즈 음원차트 1위, 빌보드 랩 싱글 차트 1위, 영국 공식 음악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마디로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를 잡았고 지구인들을 “싸이홀릭”(Psyholic)이 되게 했다. 그것이 경제적 가치로는 1조 원이 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바로 100%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통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K-Pop 그룹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영어로 가사를 쓰고 유창한 영어 발음을 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터에 온전히 한국말 가사로 이뤄낸 승전보였다. 그래서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도 일었다. 지금은 다시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에 한국을 알리며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유학생이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어학연수를 위해 입국한 베트남 학생 수가 2만 명을 넘어섰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5,000여 개가 되면서 베트남 젊은이들에게는 한국어가 필수 스펙이 되어 있다. 세계를 휘어잡는 한류와 한국기업의 세계무대 진출은 한국어의 위상까지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 문화는 언어를, 언어는 문화를 구축한다

그래서 문화는 그 언어의 위상을 높이고 또 언어는 그 문화를 선양한다는 논리를 만든다. 글로벌 시대 모든 영역에서 영어가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곧 국제공용어로 자리매김 됐다. 만약 한 세대 전에 빌 게이츠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를 썼다고 하면 세계 언어의 위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중국어가 국제표준어가 됐을지도 말이다.

지금은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 모든 방면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구도가 되어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의 대중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분명한 것은 문화는 언어를, 언어는 문화를 구축하는 막강한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요즘 대중예술을 중심으로 한 한류가 외국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문화 곧 패션, 텔레비전, 음악, 영화, 음식 등이 미국영어를 세계의 언어로 만들어 놓고 있다. 또 상호 관계에서 미국영어는 세계의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문화를 담아 침투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그 언어를 전파하는 국가의 정치 경제적 위상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영어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의 영국영어를 제치고 세계를 정복한 이유다. 지금에 와서는 이들 영국영어권 국가들조차도 ‘미국주의'(Americanism)의 범람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미국영어의 위력은 미국이 누리는 국제사회에서의 막강한 파워에 비례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미국영어에 몰입되어 있는 이유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문화의 세계화가 국제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위해 미국의 대중문화를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런 비즈니스 모델과 실천전략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의 ‘이상’(ideals)을 전파하는 선순환 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 ‘할리우드 영어’로 대변되는 미국의 문화

미국영어를 세계에 전파시키는데 미국의 대중문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집단 전염성이 강해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파되는 국가마다 구매력에 영향을 주고 생활패턴을 바꾸게 만들었다.

이러한 영향력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문화에 쉽게 동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또한 그 문화와 수반된 미국영어를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편안한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다. 미국의 문화 가운데에서도 대중음악과 영화와 드라마는 단연 미국영어의 세계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창작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MTV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안방에 파고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는 유명하지도 않았던 음악가들이 세계 순회공연에 나서면서 인기를 얻은 후 나중에 미국 청중들에게 알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은 기획사들이 세계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잠재력을 지켜본 뒤 미국 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드라마 붐이 일었고 1990년대 이래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미국의 사상, 관점, 문화를 세계에 주입시키면서 동시에 미국영어의 위세도 키워나갔다.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로빈슨(David Robinson)은 ‘미국이 할리우드 영화를 앞세워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할리우드는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 미국 영화의 대중문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어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독일의 영화연출가 빔 벤더스(Wim Wenders)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믿게 되고, 믿는 것을 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을 쓰고, 몰고, 입고, 먹고, 사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글로벌 PPL(간접 제품 광고 . 임베디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는 것이다. PPL이란 영화나 방송 드라마의 주요 장면에 특정 상품, 브랜드, 이미지를 배치하여 노출시킴으로써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홍보 선전을 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그렇다면 세계의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대부분 영화들이 미국영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미드'(미국드라마)가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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