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펠러 손상’에 대하여 ②
천안함 프로펠러의 손상 형태를 보면 천안함 프로펠러가 해저에서 어떤 운명을 겪어야 했는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천안함 프로펠러가 해저지반을 어떻게 파고 들었는지, 빠져나오기 위해 프로펠러를 어떻게 작동하였는지 프로펠러 스스로 날개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심지어 비운의 프로펠러는 인양 과정에서 합조단의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하단이 플라즈마 용접기로 잘려나가는 운명까지 겪어야만 했습니다. 천안함 검사당시 그리고 1심 재판과정에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 해군장성에게 심문을 하였으나 ‘탑재 중 부러졌다’고 거짓말로 일관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9월13일 평택 2함대에서 재판부, 검찰, 변호인단과 피고인이 참석하여 실시한 ‘천안함 선체 및 어뢰 현장검증’에서 ‘프로펠러 하부 손상’ 부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 논쟁이 벌어지자 국방부 관계자는 어디론가 통화를 하고 나서 ‘플라즈마로 하부를 잘랐다’고 인정하였습니다. 8년 만에…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 세부 분석
◇ 우현 프로펠러만 휘어지고 광택이 나는 이유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좌현 프로펠러보다 우현 프로펠러가 더 깊이 모래 속에 파묻혔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해저 지형의 굴곡 때문이든 아니면 선체가 좌초할 당시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해저를 파고 들었든. 좌현 보다 우현 프로펠러가 더 깊이 파묻혔기 때문에 이초 (離礁, 좌초상태에서 빠져나옴)시에 우현 프로펠러가 집중적으로 손상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현 프로펠러 휘어진 부분이 광택이 날만큼 빤질빤질한 이유는 프로펠러가 모래톱을 파면서 회전하는 동안 모래와의 마찰로 인해 마치 페퍼로 사포질한 것과 같은 샌딩효과(Sanding Effect)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 마찰의 정도는 프로펠러에 부착된 따개비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금속표면이 광택이 날 만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폭발 충격으로 회전이 급정지되어 ‘관성의 힘’으로 프로펠러가 휘어졌다고 주장하는 국방부는 따개비 역시 ‘관성이 힘’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했습니다. 따개비들이 프로펠러에 놀러와 걸터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선체에 달라붙은 따개비들의 부착력이 얼마나 강한지 우리 해군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프로펠러가 마치 고속으로 회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회전 RPM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최대속도 32노트일 때 99RPM입니다.
천안함 사고 직전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선속은 6.5노트에서 9노트로 속도를 올렸다는 사실(민주당 박영선 의원 주장)입니다. 9노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략 30RPM정도가 됩니다. 1분에 30회전이고 1초에 1/2회전입니다. 즉, 프로펠러가 한 바퀴 돌아가는데 2초 걸린다는 계산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손가락으로 2초에 1회전 하도록 한번 허공에 원을 그려보시면, 당시 천안함 반파 직전에 프로펠러가 얼마나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는지 아실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정지했다고 관성에 의해 프로펠러가 휘어지고 따개비들도 관성에 의해 떨어져 나간다? 코메디죠.
프로펠러에 따개비들이 붙어있는 이유는 방오도료 (해양생물이 부착되지 않는 독성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선저하부나 키(타舵, Rudder)와는 달리 금속상태의 프로펠러에는 방오페인트를 칠하지 않기 때문이며 따개비들은 수리 시 한 번씩 털어내면 그만입니다. 항해에 방해될 것도 없고 오히려 추진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하니 따개비가 있어 별로 나쁠 것 없습니다.
한편 좌현 프로펠러의 경우 우현처럼 휘는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좌현 역시 회전하면서 모래톱을 어느 정도 파고들었다는 사실은 다섯 프로펠러 날개 끝단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프로펠러 전체에 따개비가 존재하지만 날개 끝단 부위에는 따개비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끝 부분이 해저지반과 접촉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휘어질 만큼 깊이 파묻히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약 좌초에 의한 해저와의 마찰이 없었다면 따개비들은 프로펠러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며 붙어 있어야 맞습니다.
◇ 우현 프로펠러 - ‘S’자로 휘어진 현상
우현 프로펠러 손상의 특이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날개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날개 끝단이 마치 ‘S'자 형태로 휘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로펠러가 ‘S’자 형태로 휘어지는 손상은 천안함이 좌초한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천안함은 ‘양날개 가변피치프로펠러’(Twin Variable Pitch Propeller)입니다. 즉, 전후진과 상관없이 좌현 프로펠러는 항상 왼쪽으로 회전하고, 우현 프로펠러는 항상 오른쪽으로 회전합니다. 따라서 전진과 후진을 사용할 때는 프로펠러의 각도를 변환시켜(가변피치) 전진과 후진을 결정합니다.
앞 사진과 같이 항상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우현 프로펠러가 ‘전진’ 상태로 해저지반인 모래톱을 파고 돌면서 마찰을 일으킬 때 우현 프로펠러 끝단부가 어떻게 휘어질지 손바닥을 움직이며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프로펠러 날개의 각도를 변환시킨 후 ‘후진’ 상태로 우회전을 시켜 프로펠러 날개 끝단부가 어떻게 휘어질지 상상해 본다면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S’자 형태로 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진모드’에서 더 많이 손상이 발생한 이유는 항해당직사관이 ‘좌초’를 파악하기 전까지 천안함은 모래톱을 파고 들면서 계속 전진모드로 프로펠러가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후진’은 그리 오랫동안 쓰지는 않았습니다. 후진으로 프로펠러가 땅을 파면서 배가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 급속 중단에 의한 ‘관성’으로 휘었다는 국방부의 주장
이번 검증에서 검찰과 국방부(이재혁 대령)는 동력이 차단되고 급속히 정지하는 바람에 관성의 법칙에 의해 프로펠러가 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관성으로 휘어졌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프로펠러 날개가 휘어지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어야 합니다. 회전관성은 회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우회전 하다가 정지했다면 날개 역시 오른쪽 방향으로 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국방부 주장대로라면 천안함은 후진한 적이 없었다고 하니 좌측 그림과 같은 날개각도로 회전하였을 것이고 그 상태에서 정지로 인한 관성이 작용했다면 날개가 휘어지는 방향은 앞쪽(오른쪽)으로 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국방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으며, 실험적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거짓’입니다. 이러한 가설로 국방부 합조단을 측면 지원했던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세계에서 최초의 사례”라고 얼버무렸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오류를 인정한 충남대 노인식 교수의 잘못된 주장과 논문을 그대로 받아들여 ‘관성에 의해 프로펠러가 휘어졌다’는 주장을 8년이 지난 이번 9/13 현장검증에서도 대령계급을 국방부 관계자가 반복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노릇입니다.
명령에 따라 불가피하게 거짓과 왜곡과 조작을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Screening과 Update는 좀 하시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 우현 프로펠러 날개 끝단부의 손상
우현 프로펠러가 모래톱에 파묻힌 상태로 작동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는 프로펠러 날개 끝단부에 발생한 손상입니다. Sand(모래톱)와 Shell(조개무덤)이라는 해저지질은 모래와 조개껍데기 뿐만아니라 흘러가다 가라앉은 돌멩이, 자갈 등이 혼재된 해저지형입니다. 따라서 프로펠러가 모래를 파면서 돌아가는 동안 그 속의 돌이나 자갈을 만날 경우 날개의 끝 부분이 금이 가고, 깨어지고, 찌그러지는 등의 손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번 9/13 천안함 검증 때에도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만, 바로 이러한 끝단부 손상 - 휘어지고 찢어지고 끊어지고 갈린 손상이야말로 좌초 혹은 충돌과 같이 물리적인 접촉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프로펠러 손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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