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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6회

기사승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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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6회

그날 밤 나는 억울하여 잠이 오지 않았다. 여아로서 제일 자존심 상하게 하는 <못난이>라는 조롱을 받자, 아이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무시하고 놀려 댔는가 정말 속이 상했다. 그냥 천진스런 장난으로 여겼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분통이 터졌다. 그날 밤 나는 은지의 약점을 짜내기 시작하였다. 결코 이대로 당 할 수만은 없었다. 이 때 안방에서 어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가가 어렸을 때부터 손발이 차갑고 동상에 잘 걸리더니 결국 아기가 들어서지 않았어. 한약방에 가서 몸이 따뜻하게 하는 약을 몇 첩 먹었는데도 여전히 석녀여! 그나저나 자 손이 귀한 집안에서 어찌할까!”

앞집 기식이 아줌마가 엄마와 뜨개질을 하면서 푸념하고 있었다. 드디어 확정하였다! 은지의 약점이 떠올랐다. 나는 늘 잠재의식 속에 너무도 예쁘장하고 몸이 약한 여자들이 아기를 못 낳는다는 이미지를 가졌었다. 화려하고 부잣집 여자들이 여느 여자처럼 쉽게 아기를 낳지 못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기를 낳지 못하는 결정적 비극을 연속극이나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았던 것일까! 이제 은지가 감기로 골골거리며 코 바람나는 소리를 내면‘아이 못 낳는 계집아이’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것은 은지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썩 잘 어울려서 내편의 아이들도 이미 사실이 되어버린 것처럼 예언적 주술력을 가지고 그 말을 뇌까렸다.

은지가 약하여 원기소라는 영양제를 먹을 때, 나를 건강하고 발랄하며 아기도 쑥쑥 잘 낳는 건강한 여자로 여기며 우월감에 취하였다.

어느 날 우리 편의 아이와 은지편의 아이가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큰 싸움이 벌어졌다.

“이 아기도 못 낳을 병신아!”

은지에게 대들면서 또 한 번 패싸움이 시작되었다

“무슨 소리냐? 어른도 아닌데 아기를 왜 낳아? 귀신 신나락까는 소리는 작작해라 이 못난 이들아!”

우리들은 계속 주술처럼 놀렸다. 그것은 하나의 신앙처럼 되어 은지가 동상에 발이 얼어 절룩거릴 때나 시험 때는 코피를 흘릴 때 주술력이 살아 역사하는 듯하였다.

어느덧 우리는 6학년 졸업식을 맞이하였다. 은지는 졸업식 때 그야말로 화려한 공주차림을 하고 많은 내빈들이 모인 식장의 시상식에서 모든 상을 석권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장상, 학교장상, 모범학생상…….

나에게 떨어진 건 겨우 우등상과 새마을 회장상이었다. 그 후 우리는 중학교의 뺑뺑이 돌리기의 당첨으로 나는 공립중학교로, 은지는 사립중학교에 입학한 후 이제는 각자의 삶의 환경에 익숙하여 초등학생 동창들은 그 존재가 희미해져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다시 은지를 만난 것은 대학4년의 여름방학 때였다. 서울의 명문여대 의상학과에 다니는 은지는 그 미모가 한결 더 돋보였다. 늘씬하고 커다란 눈동자에 어느 남자라도 한 번 보면 오래토록 시선이 머물며 가슴 설레게 할 만하였다. 청바지에 남방을 입고 고향을 방문한 나와는 달리 은지는 서울의 최신식 디스코 바지에 레이스가 화려한 흰색 블라우스로 세련된 모습이었다.

모처럼 시골에 내려온 우리 동창들은 읍내의 디스코 택에 갔다. 은지는 춤도 아주 세련되게 잘 추었고 말씨도 서울 말씨를 사용하여 우리와 분위기가 좀 어색하였다. 나는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위스키나 칵테일 종류의 술도 잘 마셨다. 은지는 한 때 백화양조회사의 아들과 연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결국 남자 쪽의 반대로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 소식을 은지와 친하게 지냈던 서울파로부터 들었다.

그 후 결혼 전의 몇 해 전, 언젠가 은지와 찍은 사진을 보다가 앨범을 덮고 지쳐서 겨우 잠이 들었었다. 주인 노파는 겟 돈을 탈 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없었다. 내일은 노파에게 겟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깜박 잠이 들었다.

은지는 남자와 손을 잡고 갈색의 벌판을 걷는다. 들판에 은지네 집처럼 보이는 한옥이 보였다. 그 집에서는 굴뚝에서 솜털처럼 뭉게뭉게 연기가 멈추지 않았다.

“구…구해줘요. 사람 살려요!”

그녀의 남편은 부엌에서 계속 짚을 넣고 불을 때고 있었다. 아궁이의 열기와 빨간 불빛 가운데 비쳐진 남자는 조롱의 악마적인 미소를 지으며 불을 계속 지피우고 있었다. 은지는 방이 뜨거워지자 숨이 막히듯 허둥대고 있었고 창문을 두드렸다.

“사람 살려!”.......

나는 벌떡 깨어 일어났다.

“휴……!”

긴 한숨이 흘러 나왔다. 땀에 흠뻑 젖어 침대에 내려와 냉수를 마시러 정수기 쪽으로 다가갔다. 정수상태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나는 정수기에 뽑아낸 냉수를 시원하게 목을 적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새벽 세 시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왜 은지가 꿈에 나타났을까! 그것도 아주 불길한 징조를 담고…

한애자 haj2010@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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