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38분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왔다. 문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교황과의 대화는 원래 외부에 공개할 수 없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한반도 비핵화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교황청은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데 사전 합의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조심스러웠다. 관심은 교황이 북한을 정말 방문할지였다.

언론에 접견 요지를 전달해야 하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먼저 조심스럽게 문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교황과의 알현은 잘 됐습니까?”

문 대통령은 입을 열었다. 머뭇거리던 청와대 참모들도 하나둘 문 대통령 주변으로 다가서 문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프렌치스코 교황의 답변을 담담하게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아!”라는 나지막한 외마디 탄성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 관철한 교황의 사상 최초 방북 제안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실상 전면 수용한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반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교황의 언급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단독 회담 당사자인 문 대통령뿐 아니라 통역을 담당했던 한현택 신부의 말을 종합해 교황의 답변을 완성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교황과의 대화 내용을 밝히면, 한 신부가 해당 발언의 배경과 정황 등을 말하며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교황이 “나는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표현된 발언은 영어로 표현하면 ‘가능하다’는 뜻의 ‘available’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황의 파격적인 메시지는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전날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만찬 및 회동에서도 교황청 인사들은 교황이 문 대통령 알현에서 어떤 말씀을 할지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교황의 원론적이더라도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한 수준의 답변을 기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적 수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황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 정도 수위의 발언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교황의 답변에 청와대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프렌치스코 교황은 비공개 대화를 포함해 문 대통령은 1시간여 만났다. 대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오찬까지 생략했다.

▲ 프렌치스코 교황을 접견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교황과의 접견과 교황청 국무원장관의 접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수행한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 등에게 ‘늦은 점심’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황 면담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기분이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라며 “수행단과 함께 로마 시내를 산책한 뒤 함께 이탈리아식으로 점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한편 17일(현지시간)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미사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이 깜짝 발언한 한국어 메시지는 대전 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우 주교는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교화과도 가까워,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직접 한국어 발음 방법을 도왔다고 한다.

미사를 마친 뒤 비공개로 진행됐던 만찬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은 “안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대화를 통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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