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시큐리티연구소장 손상철 박사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고자 제안합니다.'는 연설문의 내용은 15만 북한 주민은 물론 시청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도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방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부한 주민을 상대로 한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첫 연설을 한 것이다.

이번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북한 정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사를 정상회담장으로 선정하였고, 평양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식당에서의 만찬 그리고 두 정상이 함께 백두산을 방문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위원장이 초대한 백두산은 한민족에게 명산으로 상징되어지지만 북한 정권에게는 성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은 뿌리와도 닿아 있는 최고 존엄의 성지인 것이다. 또한 만찬장소로 선택한 '평양 대동강 수산물 식당'은 평양시민들이 회식장소나 가족행사에 활용하는 대중식당으로 만찬 때도 퇴근 후 가족단위로 찾은 평양시민들이 가득 차 있었으며, 시민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찬장소를 선택한 것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행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며, 젊은 패기를 지닌 김 위원장의 자신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은 한반도 전쟁위협 제거, 민족경제 균형 발전,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다양한 분야 교류협력 적극 추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터전 조성,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으로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단, 확실한 성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를 중심으로 한 상호간의 실천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것은 군사분야의 합의를 들 수가 있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의 남북 간 종전합의이자 불가침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은 이번 합의로 육·해·공 전 공간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를 설정했으며, 이는 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과 서해 5도 및 북방한계선(NLL) 내 훈련 등을 금지함으로써 군사 긴장을 결정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 1㎞ 이내 GP 11개를 각각 철수하고 JSA 내 지뢰제거, 초소 내 인원·화력 철수 등 합의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갈 실천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축소가 시작되는 것으로 합의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내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까지 해소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상호간에 신뢰할 수 있는 단계의 실천적 조율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그 합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양공동선언의 성공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넘어야 될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 다양한 시각의 다양한 의견과 염려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UN의 대북재제, 북미대화, 정치적인 문제 등 선행되고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예산의 투입이 되는 경우에는 국회의 비준 등 정치적인 면에서 여당과 야당의 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이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하는 남과 북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한 긍정적 시각의 공감대가 필요하기에 정부와 여당에게는 보다 진실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세가, 야당에게는 보단 미래지향적인 한반도를 그려나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 국가안보는 국가의 최대의 가치인 만큼 모험과 연습이 있을 수 없음을 상기하면서 유비무환의 자세를 겸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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