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말)도 생명이 있다. 즉, 생겨났다가 언젠가는 소멸한다. 사회적 유기체라는 얘기다. 내 어릴 적에만 해도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동무’(친구)라는 말은 이제 사어(死語)가 됐다. 북한에서 사용한다는 이유로 남한에서는 금기어가 돼버렸다.

어제 <매일신보>를 검색하다가 가슴 아픈 투신자살 기사를 접했다. 봄날 기생 두 명이 한강과 대동강에서 각각 자살한 얘기였다. 생활고로 투신한 서울 기생은 죽었고, 신세 비관 때문에 투신한 평양 기생은 마침 강가를 지나던 사람에게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둘 다 20대였다.

두 번째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매소부(賣笑婦)’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이 말이 언제 생겨났고 언제부터 사용하지 않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분명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해당 기사에서 원문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자살을 결심한 원인은 들은 바에 의하면 동인은 평소에 (자신의) 뜻이 아닌 매소부(賣笑婦)와 기생(妓生) 노릇을 가정형편상 앞으로 얼마라도 계속 하지 않으면 아니 될 기막힌 신세를 비관함이라 한다.”

출처 : 매일신보, 1932.4.25

문맥의 흐름상 그 뜻을 짐작은 했지만, 이 단어는 처음 접했다. 포털에서 ‘매소부’를 검색해봤더니 ‘돈을 받고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라고 나온다. 유의어로는 매음부(賣淫婦), 흥녀(興女), 창부(娼婦), 매음녀(賣淫女), 춘부(春婦), 갈보, 매춘부(賣春婦), 창녀(娼女), 유녀(遊女), 노류장화(路柳牆花), 분홍녀(粉紅女), 자녀(恣女) 등이 있단다.

유의어 가운데 매춘부, 창녀, 갈보, 노류장화 정도는 익숙하지만 흥녀(興女), 춘부(春婦), 분홍녀(粉紅女), 자녀(恣女) 같은 말은 역시 생소하다. 한 때는 이런 말들도 사용됐다는 얘긴데 그 시작과 끝은 알 길이 없다. 시대변천에 따른 언어의 생멸사(生滅史)에 대해서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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