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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2회

기사승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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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2회

나는 그의 설교를 청종하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언어에 따라 그들의 생각이 흐르고 있는 듯한 감화된 표정이었다. 그의 언어는 생각의 우두머리가 되어 무리를 지휘하고 있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영원을 사모하고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을 생래적으로 소유하고 있어서일까. 과학문명이 발달하였어도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에 대한 신념!

돌이켜보면 그것은 나의 삶에도 어떤 내부의 불씨처럼 영향력을 발하고 있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마다 드리는 이 예배라는 행위는 자신을 성찰하고 그 존재 앞에서 다짐하며 미래의 삶의 보장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다소는 위로와 기복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나 그것은 모든 종교에 어느 정도는 필요한 영역이다. 그 시간이야말로 삶의 요약이며 역사이며 발전의 통로가 열리는 길이다.

목사의 설교는 힘이 있었고 진실한 호소력이 있어 감동적이었다. 조용한 목소리에는 경건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모두들 일주일의 자신들의 생활을 혀 사용과 관련하여 새롭게 창조하고자 하는 희망찬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어느덧 예배를 마치자 성가대의 잔잔한 합창소리와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드리는 사람들, 먼저 나가는 사람들 속에 조용히 예배당 밖으로 나섰다. 내가 그 많은 인파를 뚫고 교회 예배당 뜰 쪽으로 나오자 어디선가

“희아야!”

누군가 손을 흔들면서 다가왔는데 은지였다. 옆에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서 표정도 매우 밝아 보였다. 서울 아가씨의 세련된 차림이었다. 단발파마 머리에 앞가르마를 하여서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양 귀밑으로 흘러내리게 하여 지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인사해. 나의 약혼자야!”

나는 어리둥절하여 남자 쪽을 향해 목례를 하였다. 남자는 머리에 희끗한 세치가 몇 개 보였고 얼굴은 하얀 편이었으며 양 볼은 어린아이 볼과 같이 앳된 모습으로 어딘지 모르게 지력과 안력이 모자라 보였다. 은지가 미모가 빼어나 대비되어서 그랬는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y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서영석씨야. 이쪽은 고향친구인 민희아예요. 서울로 발령받은 중학교 교사거든요!”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하고 주변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은지는 보랏빛 외투에 보랏빛 화사한 눈 화장을 하고 있어 한결 우아하게 보였다. 남자는 그런 미모의 여자를 자신이 소유하게 되었다는 우월감에 약간 어색하고 부자연스런 태도를 보였다.

“곧 결혼도 하겠군요. 혹시 사귀는 분이 없다면 교수를 준비 중인 제 친구를 소개시켜 드릴까요?

난 말없이 비프스테이크를 절반쯤 먹고 약속이 있다면서 바쁘게 그들과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자신의 약혼자에 비교해서 못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원체 미인을 밝히는 속물이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나에게 모멸감을 주었다. 그 불쾌한 감정은 한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 포털인용

“어서 와. 어머! 희아도 왔어?”

“응, 너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서 방학이라 시간도 있고 해서 함께 왔어!”

오랜만에 방문한 은지네 집은 일산의 고급저택으로 없는 것 없이 잘 갖추고 있었지만 왠지 활기가 없어 보였다. 은지의 얼굴도 축이 났고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우리가 거실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은지는 저녁을 차리겠다고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왠지 그 행동에도 활기가 없는 분위기라 우리는 마음이 편치 못하였다.

응접실의 장식이 놓여 있는 크리스탈 장식장에 그의 시댁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모두 부유한 사람들 얼굴처럼 윤기가 흐르고 귀티가 났다. 맨 앞에 나란히 앉은 그의 시부모는 좀 까다로운 분위기였다. 왼편의 남편과 함께 비스듬히 서있는 은지는 왠지 위축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없어서 시댁식구들의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닌가봐!”

“결혼 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칠년이 지났는데도 애가 없으니 자손이 귀한 집안에서 어떻겠어!

잠시 후 식사준비가 되었는지 은지가 식탁 쪽에서 손짓하였다. 우리는 시장함을 느끼며 식탁 쪽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식탁에 펼쳐진 메뉴는 우리를 실망케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위해서 정성껏 차린 식단이 예상되었으나 저녁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무말랭이와 오징어젓갈, 그리고 깍두기, 두부조림, 콩조림 그리고 콩나물국이었다. 이와 같은 식단은 기본 밑반찬으로 반찬이 없을 때나 간단히 먹는 메뉴였다. 나는 그의 밥상을 받으면서 어렸을 때 은지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밥 먹을 때,

“자는 밥 먹는 것이 깔짝깔짝하여 복이 없어 보인다!”

r고 하셨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은지는 언제나 밥도 젓가락으로 먹고 반찬도 조금씩 입에 오물오물 우아하게 익히려는 듯 그렇게 먹었다. 나는 밥 볼이 큼지막하며 푸짐하고 복스럽고 맛있게 먹는 편이었다. 엄마는 그 때마다 밥은 우리 희아가 복스럽게 먹는다고 칭찬하였다. 얼굴은 예쁘지만 왠지 냉정하고 복스럽지 않은 것은 여전하였다.

한애자 haj2010@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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