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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1회

기사승인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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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존재의 집〗1회

가을 햇빛이 한낮 동안 늦가을의 찬란한 정취를 장식하고 지친 듯 기울고 있었다. 서재의 맨 끝 책장 모서리에 사선의 기운 햇빛이 나른하게 머물렀다. 모처럼 흔들의자에 앉으니 휴식과 평안함이 몰려왔다. 잠시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나의 시선은 햇빛이 머문 자주색 가죽표피에 머물렀다. 그것은 소프트라이트처럼 환하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듯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죽의 모서리를 끌어당겼다. 두껍고 견고한 앨범으로 어렸을 때부터 찍은 사진이 정리된 추억의 보고였다. 삶이 무료할 때마다 한 장씩 한 장씩 넘기면, 지나간 삶의 발자취 속에서 생의 경이로움과 함께 생동감을 주었다. 무심코 앨범을 넘기던 중 한 장의 칼라 사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골 길 위에서 남녀 반장과 부반장 네 명이 가을의 코스모스길 위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가을빛이 무르익어 길가의 코스모스가 만발하였다. 나는 반장인 한은석과 나란히 하였고 은지는 장성수과 같이 나란히 하였다. 나는 은지를 자세히 한 번 훑어보았다. 청색 니트 조끼에 분홍색 스커트를 입어 청바지에 쉐타 차림의 나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예쁜 여자 아이 모습이었다. 우리는 학교의 모든 회의나 행사에서 선도적 존재였다. 그리고 우쭐하며 그 작은 시골마을에서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에 들떠 있었다. 학교일을 같이 하다 보니 어느덧 친숙하였고 성수와 은석은 나보다 예쁘장한 은지를 좋아하였다.

시기심이었는지 은지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며 나의 존재가 자꾸 초라해지는 듯 견딜 수 없었다. 늘 기침을 자주하고 가래로 골골거리던 은지! 겨울이면 손발에 동상이 걸려 울퉁불퉁한 모습, 손을 잡으면 차갑고 싸늘한 감촉이었던 은지였다. 거기에 비해 온기가 넘치는 나의 건강 체질이 내가 은지보다 낫다고 여기는 유일한 점이었다.

이 사진을 보면 사십이 넘었는데도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가끔씩 미자를 통해서 은지의 결혼생활을 들을 수 있었고 가끔씩 만날 수 있었다. 약속장소에 나가면 은지는 언제나 먼저 와 있었다. 귀부인처럼 성장을 하고 나타났지만 친한 듯 하면서도 여전히 이상한 거리감이 있었다.

사월의 어느 봄날에 나는 같은 학교 동기 선생의 권유로 명동에 위치한 교회에 나갔었다. 명동성당과 함께 교회 탑은 개신교의 성장을 상징하는 듯하였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그 교회를 성장시킨 큰 목사님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서 살아온 정직하고 청빈스런 그의 삶을 흠모하였기 때문이다. 그 목사님은 원로가 되었고 이제는 새로 부임된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목사였다. 예배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잔잔한 선율의 음악에 맞춰 찬송을 하였고 고개 숙여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담임목사의 메시지가 시작되었다.

그는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가!>라는 주제로 설교를 하기 시작하였다. 혀의 권세, 혀를 자갈먹이는 경건, 혀의 의지적 훈련 등에 대해서 성서의 근거를 들어서 간결하며 설득력 있게 진행하였다.

“여러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외쳐보세요.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라는 가요를 부르던 가수는 늘 그렇게 노래하고 외치더니만 정말 쨍하고 해 뜬 날처럼 행복하게 잘살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왜 자살을 합니까? <자살>의 반대말이 <살자>가 아닙니까. 자살충동이 있을 때 자꾸 <살자>라고 외쳐 보세요! 그러면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생깁니다. 자꾸 큰소리로 <다 잘 될거야!> <난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외쳐보세요 그러면 그렇게 됩니다. 혀에는 권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애자 haj2010@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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