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班固)가 쓴 『한서(漢書)』에 나오는 얘기다. 여기서 ‘먼저 나서 사람을 제압한다’라는 뜻의 성어 ‘선발제인(先發制人)’이 나왔다.

▲이정랑 고전연구가

선발제인(先發制人), 먼저 출발하여 제압한다.

『사기』 「항우본기」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기원전 209년 9월, 진승(陳勝)‧오광(吳廣) 등 농민 봉기군이 진나라에 대항해 일어났다. 회계군(會稽郡)의 군수 은통(殷通)도 이러한 정세를 틈타 봉기하여 권력을 잡고자, 항우의 부친 항량(項梁)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진나라의 기운은 다했다. 장강(長江) 북안에서는 이미 봉기군이 일어났다. 듣자하니 ‘선수를 치면 상대를 제압하고, 뒤처지면 」상대에게 제압당한다고’고 했으니‧‧‧‧‧‧.

항량의 조카 두 사람은 진작부터 봉기할 생각이 있었으나, 은통의 밑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몰래 은통을 죽이고 은통의 권력의 상징인 대인(大印)을 빼앗아 회계군 8천 명을 통솔, ‘진을 반대하고 초를 부흥 시킨다’는 기치를 높이 들었다.

『한서』 「항적전 項籍傳」에도 “선수를 치면 상대를 제압하고, 뒤처지면 상대에게 제압당한다.”는 말이 보인다.

『병경백자 兵經百子』 「상권 지부 上卷 智部‧先」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병에는 선천(先天)‧선기(先機)‧선수(先手)‧선성(先聲)이 있다.‧‧‧‧‧‧ 선이 최고고 그 중에서 선천의 활용이 최선이다. 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을 제대로 꿸 수 있다.

요컨대 『병경백자』에서는 ‘선(先)’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선’은 곧 ‘선발제인’의 뜻이다. 전쟁에서는 ‘선발제인’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바, 누구든지 ’선발제인‘의 비결을 장악하기만 한다면 주도권을 확실하게 움켜쥘 수 있다.
『좌전』 선공 12년조에는 내가 먼저 적을 치는 것이 낫지 적이 먼저 나를 치게 하지 않겠다며, ‘선발제인’하면 적의 의도를 깰 수 있기 때문에 선수를 쳐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병뢰』에도 “병가는 선수를 쳐야 상대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선발제인’할 수 있어야 적의 의도를 깰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영역에서 ‘선발제인’의 수단을 활용하여 크게 성공을 거둔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1939년 9월 1일 4시 50분, 폴란드 군대가 달콤한 잠에 빠져 있을 때 독일 군은 2,300대의 비행기와 수만 문의 대포를 출동시켜 폴란드 전역을 맹렬하게 폭격했다. 이어 독일군 64개 사단이 주야로 시속 30~50킬로미터의 빠른 속도로 진격했고, 폴란드는 한 달도 채 못 되어 패망했다.

1941년 6월 22일 4시, 독일군은 181개 사단과 218개 여단을 출동시키고 4,980대의 비행기에 3,350대의 탱크로 ‘벼락 치듯’ 소련을 침공했다. 1주일 안에 소련 영토 수백 킬로미터를 쳐들어가, 소련은 전쟁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1941년 12월 7일 4시 30분, 일본은 진주만 기습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고 6시에 기습을 가해 9시 50분에 마무리를 지었다. 약 3시간에 걸친 기습으로 미군의 각종 함정 39척과 비행기 230대가 부서지고 인명 4,575명이 살상 당함으로써 미군 태평양 함대는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다.

1968년8월 20일 심야 23시에서 다음날 새벽에 이르기까지 소련은 폴란드‧동독‧헝가리와 불가리아를 규합하여 25만의 군대와 800대의 비행기, 7천여 대의 탱크로 지상과 공중 양면에서 체코를 기습했다. 소련은 단 6시간 만에 체코 전체를 통제권 안에 넣었다.

많은 사례들이 유감없이 증명하듯, 상대방이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 갑자기 ‘선발제인’의 방법을 활용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함으로써 지휘 계통과 협조 체계를 뒤흔들어버릴 수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마치 나폴레옹이 자신의 성공 경험을 다음과 같이 의기양양하게 결론지은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나는 상대가 미처 막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잘 알아낸다.”

‘선수는 강해지고 후수는 재난을 맞는다’는 중국의 오랜 격언은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군사상 ‘선발제인’을 운용한 사례들은 많기도 하거니와 대단히 전형적이다. 그러나 정치상 ‘선발제인’을 운용한 사례는 더 많고 더 보편적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먼저 앉은 놈이 임자’라든가, ‘나쁜 놈이 먼저 고발장을 들이 민다’ 등등은 모두 정치상 ‘선발제인’의 정수를 표현하는 것들이다. 음모가 들이 흔히 담요를 뒤집어 씌워놓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것처럼 여론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정직한 사람들에게 돌연 기습을 가한다. 상대방 은 미처 사실의 진상도 모른 채 어느새 몸과 마음의 자유를 빼앗긴다. 그런 상태에서는 변명의 기회도 반격의 능력도 모두 잃고 만다. 이 모두가 ‘선발제인’의 방법을 운용함으로서 얻는 효과다.

이재명 경기지사나 김경수 경남지사도 반대세력에 의해 이 ‘선발제인’의 모함에 빠지진 않았는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고 갈 소중한 인재들이요 자산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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