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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백옥 같고 흰 눈 같네

기사승인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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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 같고 흰 눈 같네 
제가 소위 무명초(無明草)라고 일컫는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린 지도 어언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래간 만에 원불교의 성직자이신 어느 교무님이 <덕산재(德山齋)>로 찾아 오셨습니다. 마주 앉은 교무님이 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시더니 마치 “백옥(白玉) 같고 흰 눈(白雪) 같네!” 하는 감탄사를 보내 주시네요.

물론 의례적인 인사이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어쨌든 이 과분한 칭찬을 듣고 몸 둘 바를 몰라 사양의 말씀을 드렸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말이 있듯이 저도 중생인지라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교무님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 정말 제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어 거울 앞에 섰습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이 세상을 떠난 뒤에 진영(眞影)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만났던 분들의 글에서 그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다산 생전에 다산과 자주 만나 시를 짓고 글을 읽었던 후학의 한 사람인 동번 이만용(李晩用)이 다산의 죽음에 부치는 만사(輓詞)에서 “천상 세계 백발노인 정씨 신선(瑤都皓髮姓丁仙)”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다산의 노년 얼굴 모습이 ‘백발의 신선’ 모습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다산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산이 귀양살이를 하고 몇 달 만에 다시 풀려서 서울에 돌아오자 부모님 묘소에 성묘를 하려고 충주를 찾아갑니다. 그때 다산은 가까운 집안 아저씨이자, 당대의 국가 원로격인 74세의 해좌(海左) 정범조(丁範祖 : 1723∼1801)를 방문합니다. 그날 해좌가 다산을 칭찬하며 증정한 시에 “근심 걱정 겪었어도 그 얼굴은 마냥 옥과 같고 눈과 같네(憂患依然玉雪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 옥설(玉雪)과 비슷한 표현으로 ‘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 또는 마음이 넓고 쾌활하며 시원스러운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송서(宋書)》<주돈이전편(周敦頤傳篇)>에 나오는 이 말은 북송(北宋)의 시인인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를 존경하며 평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庭堅稱 基人品甚高 胸懷灑落 如光風霽月)」즉, 정견이 일컫기를 ‘그의 인품이 심히 고명하며 마음결이 시원하고 깨끗함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과 같도다.’라고 칭송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는 말은 훌륭한 인품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잘 다스려진 상태를 말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사람이 제월광풍처럼 우아하게 늙어 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원불교《정산 종사 법어(正山宗師 法語)》<근실편(勤實編)> 33장에 정산 종사의 황홀한 모습을 예찬(禮讚)한 글이 나옵니다. 안병욱(安秉煜) 교수는 정산 종사님을 뵙고「내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좋은 얼굴」이며,「얼마나 정성껏 수양의 생활을 쌓았기에 저와 같이 화열(和悅)과 인자(仁慈)가 넘치는 얼굴이 되었을까」라는 평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진구(金珍丘)라는 분이 정산 종사님을「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 하셨습니다. 또한 황성타(黃聖陀)님은 정산 종사님을「화풍경운(和風慶雲)」이라 평하셨습니다. 이 화풍경운은 온화하고 화창한 바람과 아름답고 상서로운 구름이라는 뜻으로, 성현의 자비스럽고 평화스러운 얼굴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4세라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래 사는 것 보다 우아하게 늙는 것이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맑고 밝고 훈훈한 얼굴, 선한 인상으로 호감을 주는 얼굴이 있는 반면, 가만히 있어도 성깔 있어 보이고 괴팍해 보이는 얼굴이 있습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 왔느냐에 따라 변해 진다합니다.

그래서 그 노화(老化)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아하게 늙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근 본적으로 마음에 욕심을 떼고 깊은 수양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 범부(凡夫) 중생(衆生)도 수행을 하면 정산 종사님이나 다산처럼 근사(近似)하게 늙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너무 적게 자고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뭐든지 균형이 알맞게 하는 것이 매우 좋은 것입니다. 낮잠을 자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입니다.

둘째,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 아름답게 늙어가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을 하면 곱게 늙어 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큰 사랑, 일체생령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셋째, 마음가짐을 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별의별 경계(境界)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인 태도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곱게 늙어 갈수 있지요.

넷째, 노화에 맞서지 말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입니다.

의학의 발달로 작은 주름 하나에도 집착을 하고 피부미용 시술과 성형들을 하지요. 그러나 자연스럽게 늙어가야 합니다. 어색함을 주는 얼굴은 오히려 우아함을 상실하게 됩니다.

다섯째,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 놔야지요. 아무리 하고 싶어도 나이 들면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나이 들어 욕심을 부리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고 추하게 보여 사람들의 외면을 당하기 쉽습니다.

여섯째, 수행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수행이란 무엇인가요? <정신수양(精神修養)> <사리연구(事理硏究)> <작업취사(作業取捨)>의 삼학(三學)을 닦아 삼대력(三大力)의 위대한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래도 이 여섯 가지를 몸에 익히면 우리는 훨씬 우아하게 늙어 갈 수 있습니다. 나이만 먹고 백발만 난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남을 잘 용납하고 덕을 입히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우리도 ‘옥과 같고 눈 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생을 살아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8월 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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