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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촌철활인

기사승인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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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활인
촌철활인(寸鐵活人)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아마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촌철활인이라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촌철살인은 ‘작은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짧은 말 한 마디가 지닌 힘을 강조하는 성어(成語)입니다. 이에 반해 촌철활인은 짧은 말 한마디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이지요.

남송(南宋)의 유학자 나대경(羅大經)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어떤 사람이 한 수레의 무기를 싣고 왔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 치도 안 되는 칼만 있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我則只有寸鐵 便可殺人)” 그런데 생각을 바꿔 생각하면 촌철살인과 촌철활인은 같은 말이 아닐까요?

여기서 ‘촌(寸)’이란 보통 성인 남자의 손가락 한 마디를 말하며, ‘철(鐵)’은 쇠로 만든 무기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촌철’이란 한 치도 못 되는 무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날카로운 경구(警句)를 비유한 것으로, 상대편의 허를 찌르는 한 마디 말이 수천 마디의 말을 능가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마찬 가지로 촌철활인은 한 치의 혀로도 사람을 살린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 보다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그들은 항상 상대방에 대해 질문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또한 매일 사람을 만나기 전에 잠시 틈을 내어 상대의 기분을 북돋워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노력을 하지요.

그 촌철활인의 달인(達人)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난 7월 23일 유명(幽冥)을 달리한 고 노회찬 의원을 꼽습니다. 말에 유머도 있고 깊은 의미까지 담으면서도 짧게 함축하는 실력은 단연 으뜸입니다. 그의 빼어난 언어구사 솜씨는 정치성향 막론하고 모두 인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주로 비유법을 썼습니다. 그게 전달력이 좋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지요.

제 17대 국회 때였습니다. M-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정치인들을 인터뷰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진행자가 의원 몇 사람을 향해 불문곡직(不問曲直) “의원님들이 웃으면 국민들이 좋아하고 안심할 것 같으니 마구 웃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청했습니다. 유명한 의원들은 인터뷰 의도가 궁금했는지 나서 주질 않았습니다.

그때 노회찬 의원이 다짜고짜 나와 “푸하하하~!”하고 큰 소리로 웃어주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특별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여유와 유순한 표정이 얼굴에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우리가 일본과 싸워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은 아니지 않습니까?” 노 의원의 절묘한 비유 언어들입니다. 분노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 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주는 능력, 가진 자 힘센 자에게는 다소 거칠게 몰아붙여도 약자에게는 관대하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 이런 성품을 갖춘 사람 흔치 않습니다.

이외에도 촌철활인의 예는 많이 있습니다. 마르셀 뒤상은 “진지한 삶은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진지함이 유머와 함께 할 때, 훌륭한 색채를 띠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말합니다. “본래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은 없다. 다만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C.S.루이스는 “지옥이든 천당이든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교만의 반대편에 선 미덕은 겸손이다. 겸손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교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겸손의 첫 단계이다. 적어도 이 단계를 밟기 전에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자신이 교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큰 교만이다.”

《시경(詩經)》에 ‘행백리자 반구십(行百里者 半九十)’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100리를 가려는 사람은 90리를 가고서야 이제 절반쯤 왔다고 여긴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든 완전히 마무리 할 때 까지 결코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긴장을 늦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요즘 인터넷상의 악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플 대신 사람을 살리고, 용기를 주며, 덕을 세우는 촌철활인의 글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카페가 있습니다. 우리 [덕화만발] 카페에서는 지난 10년간 제가 알기에는 촌철살인의 댓글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촌철활인의 댓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습니다.

좋은 댓글과 답 글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우리의 기를 살리기도 합니다. 간단한 경구(警句)로도 남을 감동시키거나 남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옛날 이 태조와 무학 대사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태조가 “대사의 얼굴은 어찌 꼭 돼지같이 생겼소.” 이 때,대사는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전하의 얼굴은 꼭 부처님 같습니다.”라고 답합니다.

당황한 태조가. “대사, 나는 대사에 대하여 좋지 않게 말했는데. 어찌 대사는 그리 황감한 말을 하시오?” “예 전하. 본시 마음이 돼지 같은 사람의 눈에는 다른 사람이 돼지같이 보이고. 마음이 부처님 같은 사람의 눈에는 중생이 다 부처님같이 보이는 법이지요.”

참으로 멋진 촌철활인의 응대가 아닌가요? 다른 사람에 대하여 평가하는 말들은 대개가 자기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을 폄하(貶下)하고 악하게 비평하는 것은 더욱 그 마음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조심할 일입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공자도 칼보다 무서운 것이 말이고 말보다 무서운 것이 붓이라고 하였습니다.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칼보다 더 예리한 무기로 사람을 찔려 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말 한 마디에도 죄와 복이 왕래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이왕이면 복도 받고 사람도 살리는 촌철활인의 글을 쓰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8월 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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