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기자.

제천에 살면서 가끔 외지 손님이 올 때면 걱정이 앞선다. 처음 제천을 방문한 손님이라면 의림지와 청풍호반의 풍경하나면 감탄을 자아내 만족감을 얻어낼 수 있지만 다시 방문한 분들은 이내 갈 곳이 없다는 아쉬움들을 말하곤 하니 말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도시는 이미 관광사업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어떻게든 찾아내 방문을 하려 한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좀 더 잡아 두려면 머물 곳과 맛있는 먹거리가 함께 구색을 맞춰줘야 한다.

관광을 하면서 가장 큰 실망을 하는 경우는 그 곳의 먹거리를 찾아 방문한 식당에서 발생하는 불쾌함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찾은 단양의 한 음식점은 단양의 대표 먹거리인 마늘정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평소 방문해 먹어본 기억이 있어 지인들에게 메뉴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찰나에 종업원분이 오셔서 “여기는 마늘정식을 먹어야 해요”란 말을 경직된 표정으로 수차례 강요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제지를 하긴 했지만 이미 일행들의 마음은 상한 뒤였다. 관광지의 전형적인 행태가 단양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관광도시 특수를 누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다시 한번 짚어 봐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제천으로 오는 손님들은 둘러보다 지나쳐 간다. 도심은 머물 곳이 없다. 도심의 주민들은 자꾸만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에 시름만 늘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민선 6기 동안 헛바퀴만 돌았다. 멀리 바라보지 못했고 주민들과 성공적인 모델도 만들지 못했다. 도심은 ‘임대’를 써 붙인 빈 상가로 구멍 나고 있다.

그 옛날 농번기부터 지금까지 의림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저수지이다. 자연스럽게 도심까지 흐를 수 있도록 제천역 부근까지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다. 도심 전체가 의림지의 농업용수가 흐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근본적인 지형특성을 강조하고 이것이 고대부터 내려온 제천(堤川)시의 역사성을 홍보하고 관광사업도 의림지를 시작으로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스토리를 갖춘다면 도시전체가 관광지화 될 수 있다.

대형 리조트유치도 필요하지만 역과 터미널 근처의 게스트하우스 유치 지원정책이나 빈 점포를 이용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곳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심을 애써 인공 조형물로 꾸며 치장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정책일 것이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시작단계이다. 단체장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그 아래서 움직이며 현장의 목소리와 주민들을 설득해 성공정책으로 이끌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결국 어떤 사람이 그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청풍명월의 제천은 훗날 편안한 휴식과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고 맛집이 넘쳐나는 휴양지란 명성을 얻을 날이 올 것 같다. 시민들은 활력을 얻고 도시는 행복함을 품을 것이며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도 자꾸만 머물고 싶은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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