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논설위원장 / 문화커뮤니케이터

매년 6월이면 제주도에서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가 주관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축제에는 전국의 문예회관과 공연예술기획사,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단체에서 2천여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모여 예술의 향연을 펼친다.

필자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이자 한문연의 부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면서 이 축제에 여덟 번 정도 참가했었다. 제주도를 찾으면서 색다르게 느꼈던 것은 당시 문화예술의 일상이 아니라 공항을 나서면서 수시로 거리에서 눈에 확 띠는 “We love having you here in Jeju!'라는 환영 글귀였다.

어느 도시나 진입하는 입구에 게시된 상투적인 ‘Welcome to (도시명)’와는 사뭇 다른 그 표현이 왠지 가슴에 와 닿곤 했다. 그때 필자는 국제 관광도시 제주도가 외래 방문객을 위해 차별화된 환영 문구를 생각해 낸 그 창의적 감성과 차별화된 의식을 헤아려 보았다.

원래 해외출장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간을 내 방문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탐색하는 것을 즐기는 필자로서는 ‘우리 제주에 오신 것을 사랑합니다!’라는 뉘앙스로 담아낸 그 게시문이 이채로울 수밖에 없었다. 통상 ‘OO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뜻의 기계적인 영어 표현에만 익숙해 있었던 터에 말이다.

영어 하나의 표현 자체가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작은 섬세함의 정신과 배려가 나중에 나비효과가 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어느 지역이나 가면 ‘Welcome'과 ’Goodbye'로 표현이 천편일률적인데 그런 상징적 현상에서 그 지역의 경쟁력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경쟁력이란 차별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환영의 문구를 차별화 했듯이 한번쯤 상투적인 ‘Goodbye(안녕히 가십시오)’ 대신 ‘Be seeing you!(조만간 또 오십시요!)’처럼 더 정감 어리게 표현하면 어떨까?

글로벌시대에 영어는 외국어가 아닌 디자인적 요소가 되어 있다. 외국인을 위한 단순한 의사전달의 방편이 아니라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 되어 있다. 그래서 거리의 상호나, 상품이나, 정책이나, 제도나, 캐치프레이즈나 할 것 없이 영어가 동원되고 있다. 그만큼 영어는 현대 사회문화체계 콘텐츠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영어 표현 하나에도 그것이 디자인의 핵심표상(manifestation) 기능을 하게 된다.

지금처럼 문화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다변화시대에 지역을 일궈가는 주역들이 영어의 감각과 글로벌 전술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는 것은 무한경쟁에서 우선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촌각을 다투는 환경에서 오로지 ‘Welcome'과 ’Goodbye'로만 고착된 마인드로 글로벌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제주도에서 ‘We love having you here in Jeju!'를 보면서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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