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칼럼니스트

질능(嫉能)

《참전계경(參佺戒經)》제 221사(事)에 <질능(嫉能)>이란 말이 나옵니다. 언뜻 생각나는 뜻이 질투(嫉妬)에 능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질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샘을 내고 미워하거나 싫어함을 말합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자신보다 앞서서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을 시기하여, 미워하며 깎아 내림이지요.

비슷한 말로 투기(妬忌)는 시샘을 말하고, 시기(猜忌)는 남이 잘되는 것을 미워하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질능’이란 덕이 없는 사람이 덕 있는 사람을 훼방 놓으며, 재주 없는 사람이 재주 있는 사람을 헐뜯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질능’은 사람으로서 할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우주만물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빛이 납니다. 오직 인간만이 끊임없이 담을 쌓고, 경계를 긋고 자기 안으로 빠져듭니다. 자신의 생명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망각할 때 우리는 교류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근원과의 연결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스스로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래서 질투와 경쟁, 소유와 지배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진 사람을 질투함이란 소인배가 어진 사람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자기의 단점으로 남의 장점을 시기하니 단점이 능히 장점과 겨룰 수 있을까요? 결국 소인배가 얽어놓은 이 질투라는 그물은 오히려 어진 사람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다치게 되고 마는 것이 질투의 끝인 것입니다.

질능의 뜻에 대해 원문에는 어떻게 쓰여 졌는지 한 번 알아봅니다.

旣能者無德妨有德 : 능한 사람을 투기하는 것은 덕이 없는 사람이 덕인을 방해하는 것이다.

      無才毁有才也 : 재주가 없는 사람이 재주가 있는 사람을 헐뜯는 것이다.

        旣不如 可讓 : 이미 덕과 재주가 상대방 같지 아니하면 양보하는 것이 옳고,

        旣不讓 可後 : 이미 양보하지 않았으면 뒤에 물러서는 것이 옳다.

     不知讓 不知後 : 양보하는 것도 모르고 뒤에 물러서는 것도 모르면서

獨欲先 陰害德才者 : 홀로 앞서고자 덕과 재주가 있는 사람을 음해하는 자는

       人族之大盜也 : 인류의 큰 도적이다.

    盜能脫羅無餘世 : 도적이 능히 그물을 벗어날 수 있다해도 머무를 세상이 없느니라.

결국 질투에 능한 사람은 세상에 설 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조선 500년 동안 너무 공맹(孔孟)사상에 쏠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교(儒敎)의 사상도 인류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사상입니다. 그러나 이 유교사상에 앞서 이미 우리나라는 단군시대부터 우주사상을 전하는 신교(神敎)의 3대 경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천부경(天符經)》《삼일신고(三一神誥)》《참전계경(參佺戒經)》입니다.

《천부경》은 신교 우주관의 정수를 기록한 경전이고,《삼일신고》는 신교의 신관이 집약된 경전이며,《참전계경》은 신교의 인간론을 담은 경전입니다.

첫째,《천부경》입니다.

《천부경》은 인류 최초 역사 시대인 환국(桓國)에서 구전되어 오다 배달(倍達) 시대에 문자로 옮겨진, 한민족의 최초 경전일 뿐 아니라, 인류 최초의 경전입니다. 천부(天符)는 ‘하늘의 법’이란 뜻이므로,《천부경》은 ‘하늘의 이법(理法)을 기록한 경전입니다. 모두 81자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천지인(天地人)의 창조와 변화 원리를 압축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둘째,《삼일신고》입니다.

《삼일신고》는 배달의 시조 거발환 환웅(桓雄)이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지은 신학서(神學書)이자 인성론과 수행론의 경전입니다. 환웅천황은 나라를 열고서 천부경을 강설하고《삼일신고》366자를 강론하였다고 전합니다. 이미 6천 년 전에 우리 한민족에게는 우주와 신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깨달음이 있었고, 그것은 곧 백성들 사이에 보편적인 앎이었습니다.

셋째,《참전계경》입니다.

《참전계경》은 배달 시대부터 내려오던 한민족의 윤리 교과서입니다. 참전은 ‘참여할 참(參)’ 자에 ‘신선 이름 전(佺)’ 자인데, ‘전’자는 ‘사람 인(人) 변’에 ‘온전 전(全)’ 자를 붙인 글자입니다. 그래서 참전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참전계(參佺戒)>란 그러한 인간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계율을 말합니다.

《참전계경》의 <366사(事)>란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행하거나 겪는 모든 일을 삼백 예순 여섯 가지로 분류하여 그 처신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경전을 일명『366사(三百六十六事)』라고 부르지요.《참전계경》은 고구려 9대 고국천왕 때의 명재상 을파소(乙巴素)가 백운산에서 기도하여 하늘로부터 강령을 받아 기록한 경전이라 합니다.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 이 세 경전에 담겨 있는 근본 가르침은 한마디로 한민족의 우주사상입니다. 이 우주사상을 제대로 깨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나와 우주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내 속에 깃든 삼신(三神)의 신성(神性)을 깨달아 유한한 인간 생명의 벽을 넘어 영원불멸의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요즘 이 세 경전 중,《참전계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실력이 너무 용열(庸劣)해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하고, 가르침을 받을 스승도 없어, 우선 제 가슴에 닿는 항목부터 연마를 합니다. 몹시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좋은 가르침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오늘은《참전계경》제 221事 <질능(嫉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질능’은 결국 자신을 망칩니다.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어진 사람을 미워하거나 ‘질능’하지 않는 대인의 길을 감이 어떠하신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6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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