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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빈 틈

기사승인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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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처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빈 틈

▲ 김덕권 칼럼니스트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100% 완벽 할 수는 없지요. 아무리 완벽을 기한다고 해도 어딘가 허점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장점은 드러내려고 해도, 단점은 애써 숨기려고 합니다. 대화를 할 때도 자신의 좋은 점이나 잘한 일들은 말하기 좋아하지만, 실수한 것이나 창피당한 일은 숨기려 하는 것이 상정(常情)일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자신의 장점만을 내세우다 보면, 처음에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점차 거부감을 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그 사람은 실수도 안 하는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고 부담스러워하거나, 항상 자기 자랑만 일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신의 장점을 말하기 전에 단점을 먼저 말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면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자신의 단점이나 실패담은 상대방에게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인간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럼 상대방은 더욱 호감 을 갖게 되고, 또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줄 것입니다.

“아하, 저 사람은 저런 점이 고민이겠구나.” 또는 “그래, 실패 없는 사람은 없는 법이야.” 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대화는 더욱 따뜻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장점이나 성공담을 말한다면 상대방은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요령이 생기면 더욱 수월해집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는 순서만 바꿔도 상대방은 우리를 겸손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지 않을까요?

도인은 이렇게 빈틈 있는 사람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외모도 그렇습니다. 언제나 조는 듯하고, 말도 조금 어 눌(語訥)합니다. 걷는 것도 병든 사람 같이 위태위태합니다. 그러나 도인의 조는 듯한 눈 속엔 형형한 안광(眼光)을 숨기고 있는 것이지요.

빈틈이란 물체의 어느 부분이나 물체와 물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어 있는 비교적 작은 공간을 말합니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답니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답니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 이라 부르지요.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돌담을 살펴보면 돌과 돌의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지요. 이와 같이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에 부족한 듯이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미와 매력을 느낍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가 있는 빈틈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리적 틈새가 아닌 제 3의 공간인 틈새가 존재할 때에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처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빈틈을 허용하고 나면 관계가 훨씬 가까워지고 서로 간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말을 청산유수처럼 유창하게 하기로 알려진 영국의 한 의원이 20세기 최고의 웅변가 처칠에게 자기 연설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그는 몹시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연설태도를 물었습니다. 칭찬을 받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처칠은 이렇게 충고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듬거리게!” 처칠의 조언처럼 사람들은 너무 지나치게 완벽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너무 완벽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합니다. 또 그런 사람을 만나면 시기심이 생겨서 기분이 금방 나빠집니다. 자기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 까요?

둘째로, 사람들은 결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에 대해 위선적이고 인간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장점만 드러나고 허점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어쩐지 믿을 만하지 않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결점이 너무 쉽게 노출된다고 생각해 지레 경계심을 품고 마음의 문을 닫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심리학에서는 완벽한 사람보다 빈틈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보편적인 심리 작용을 상담기법으로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상담가가 자기의 문제를 진솔하게 공개해 상대가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상담자도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 친밀감이 형성되어 마음의 문을 열기가 훨씬 쉬워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기법은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적용됩니다.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빈틈을 허용하고 나면 관계가 훨씬 가까워지고 서로 간에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도를 잘 행하는 도인은 미묘 현통하다(古之善爲道者,微妙玄通)”라고 말한 노자(老子)는 빈틈이 있는 도인의 풍모를 일곱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1, 도인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듯 조심조심 합니다.

2, 사방을 경계하듯 머뭇거립니다.

3, 손님처럼 어려워합니다.

4,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풀어져 있습니다.

5, 통나무처럼 도탑습니다.

6. 계곡과 같이 텅 비어있습니다.

7. 도인은 흐린 물처럼 혼미하게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노자의 일곱 가지 도인의 풍모가요? 어쩌면 현대인에게 너무나 절실하고 소중한 가치가 아닌가요? 우리 조금은 빈틈을 보이며 헌거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이 빈틈이 인간관계 최고의 덕목(德目)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5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김덕권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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