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서울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하며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출입국 당국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을 받는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 조 전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소환 장소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다.

지난 2014년 12월 일명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했던 조 전 부사장이 이번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으로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어머니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은 대한항공 해외지점을 이용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연수생으로 위장 취업시켜 불법 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불법 고용한 가사도우미는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입국 당국은 이 이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이사장은 갑질논란으로 오는 28일 경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에서 근무한 전‧현직 노동자 등 10여 명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2014년 6월 23일 대한항공 인사부 직원이 상사인 인사부 전무에게 보낸 이메일(맨 왼쪽 상단)과 같은 날 대한항공 마닐라 지점에서 인사부에 보낸 이메일(맨 왼쪽 하단), 2014년 11월 3일 대한항공 비서실이 인사부에 보낸 이메일(가운데), 2014년 11월 12일 대한항공 비서실이 인사부에 보낸 이메일(오른쪽) [연합뉴스]

이후 5개월 뒤인 2014년 11월 3일 대한항공 비서실이 인사부에 보낸 이메일에는 이 이사장의 지시사항이 구체적으로 포함됐다.
'연수생 관련 사모님 지시시항 전달'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새로 온 연수생이 과일 손질/야채 손질 보통이라고 되어 있는데, 하나도 할 줄 모른다. 부엌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애만 봤다고 한다'며 '부엌일 할 줄 아는 애로 새로 연수생을 빨리 구해라. 어느 정도 기간 안에는 소개비 안 내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돈 내지 말고 구해라'라는 등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다.

나흘 뒤 대한항공 비서실은 인사부에 '사모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다시 한번 보내 '기존 연수생을 마닐라로 돌려보내라'는 사항을 전달했다.

이메일에는 '비서실 차량이 5시 30분경 평창동에서 연수생 데리고 출발 예정', '내일 오전 중 비자 취소 완료할 것' 등 차량 제공과 비자 처리 문제와 관련한 이 이사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겼다.

또 '새 연수생 구하라고 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구했다는 연락이 없음을 질책하셨다'는 등의 이 이사장의 질책과 '영어 할 줄 아는 애로 (가사) 실습도 시켜보고 뽑을 것', '빨리 진행하도록 독촉할 것' 등의 내용도 덧붙였다.

한편 한진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 입증에 도움이 될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관련 조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출입국 당국은 대한항공 본사에서 사내 인사 관련 자료와 기존 외국인 출입국 기록 등을 압수해 대조 분석했다.

출입국 당국은 최근 10여년간 총수 일가에 불법 고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규모를 10~20명으로 추산하고, 대한항공 직원과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에 이어 이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이들로 제한된다. 만약 가사도우미들이 일반연수생 비자(D-4)로 입국해 일했다면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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