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MBN

[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하루하루 생명력을 더해 가는 대자연의 품속을 한 시간 넘게 헤매다 마주한 하얀 집 한 채. 그곳에서 무려 17년째 산중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자연인 서석용(79)씨를 만났다. 벌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벌을 살피느라 바쁘다며 지금도 벌통마다 여왕벌이 잘 있는지 살피는 중이다. 5월에만 잠깐 맛볼 수 있다는 귀한 벚꽃 꿀로 반가움을 대신하는 자연인. 그가 이곳에 들어온 건 여기가 바로 그의 고향 땅이자 인생의 고비마다 몸과 마음을 의지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족들과 몸을 피한 곳도 이 산이었다. 석 달 열흘 동안 토굴을 파서 생활하고, 그곳에서 목숨을 부지했다. 시대적인 어려움과 가난 앞에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고등학교에서는 총학생회장을 하는 등 뛰어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돈이 없어 대학 대신 군대를 가야 했고, 제대 후 다시 공부를 해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어디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던가. 

결국 경찰공무원이 됐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13년을 일했지만 박봉에 형편은 나아질 줄 몰랐다. 두 아들을 키우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해 공무원 생활을 접었다는 자연인. 건설 붐이 일었던 80년대 초, 건설 현장을 드나들며 현장 소장으로 일했고,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결혼 후 고생만 했던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겠구나 했던 그때 아내의 건강에 이상이 감지됐다. 병원에서 내려진 진단명은 위암 3기. 수술도 치료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보다 5살 적었던 아내의 나이는 45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을 헤매고 다녔다. 약초며 버섯, 겨우살이 등 암에 좋다는 걸 찾아 하루 종일 산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1년 후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다 한 뒤 미련 없이 산으로 들어왔다.

고향 산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이제는 아들들이 지어준 6평 작은 집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 주변에는 두릅이며 쑥, 비비추, 머위 등 각종 산나물이 지천이요, 산에는 십 년 넘은 야생 더덕과 산양삼이 자라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용돈 벌이가 돼 주는 벌통에선 꿀 향기가 가득하니 무엇이 부러울까. 구름을 벗 삼아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고 있다는 자연인 서석용 씨의 이야기는 16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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