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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시론] 영어로 쓰면 ‘품격’ 마케팅일까?

기사승인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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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논설위원장 / 문화커뮤니케이터

한글 표준어에는 이미 외래어로 정착된 말들이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갈수록 점점 더 생경한 외국어가 우리의 생활언어에 파고드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영어가 ‘품격’의 이미지를 준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요즘 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명칭도 영어가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후크음악(hook music)의 노래가사나 랩에 영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느 외국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 커피 잔의 포장지를 보자. 한국 사람이 주 고객임에도 포장지에 한국어는 단 한 마디도 없다. 모두가 영어로 쓰여 있다.

그것뿐인가. 동네 유명 제과점 체인에서 사먹는 어느 샌드위치나 명품 식품들은 아예 영어로만 포장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말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것은 영어가 단순한 제품 표기나 의사전달의 설명을 넘어 마케팅 디자인과 문화적 소통, 아니 현대 고급 생활문화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어서다.

영어의 시대적 매력 때문에 이제는 ‘이브자리’(Evezary), ‘아리따움’(ARITAUM), '푸르지오‘(PRUGIO) 처럼 순수 우리말을 의도적으로 영어화해서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모던가야그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퓨전국악을 한다는 의미의 ’모던‘(modern)에 가야금 연주자를 영어식으로 바꾼 ’가야그머‘를 합쳐 만든 것이다. 참으로 기발한 창의력이다.

‘KT&G’ 라는 기업이 있다. 종전의 공기업이었던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면서 새로 창안해냈던 회사 명칭이다. ’Korea Tomorrow & Global'의 약칭으로 '한국의 미래와 세계화된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과 도적의식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렇게 명칭이 영어로 바뀌면서 그야말로 기업의 이미지는 천양지차로 혁신되었다. 단순한 영어 네이밍이 이렇게 한 기업을 세계적 수준의 위상으로 탈바꿈 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보게 한 것이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도 영어를 좀 섞어가며 대화를 하면 마치 유식하고 품격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굳이 영어를 쓰지 않더라도 좋은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도 영어를 끌어다 쓰는 것은 일종의 과시욕이다. 전에 한국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엘레강스하고 럭셔리하고 스펙타클하고……. 버줜 업되어 뷰티 업된…"과 같은 말을 자주 쓴 적이 있다. 그래서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그의 말을 모방해서 웃음을 선사하고는 했었다.

사실 우리말을 쓰자는 주장들도 많이 하지만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일상생활 언어에서 영어를 쓰는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스루’, ‘시크’, ‘뷰티’, ‘밀리터리’, ‘워터프루프’, ‘패밀리’ 등등…. 엄연히 훌륭한 한국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거의 우리말처럼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한 홈쇼핑 광고에 나온 문구를 들여다보자.

“데이트용 블라우스와 섹시 큐트 시스루 카라 원피스를 샀지만 솔로인게 함정이다.”

“퍼피짱 스포티 밀리터리 올 인원 레드”, “워터프루프 뷰티 칼라”, “캐시캣 워터푸루프 마스카라와 시크한 셀프 네일아트”.

이걸 보면 이게 한국어로 하는 광고인지 영어로 하는 광고인지 통 구분이 안 된다. 그럴 정도로 영어가 일상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일종의 ‘매스티지’(Masstige)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영어를 쓰면 무언가 고급스럽고 품격 있게 보일 수 있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심리가 바로 영어에 대한 애착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이다.

바야흐로 영어는 모든 국가에서나 모든 영역에서 공통의 언어로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국문화원(The British Council)은 영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표 자료를 낸 바 있다.

“영어는 서적, 신문, 통신, 과학, 기술, 외교, 항공, 관제, 학문, 교역, 스포츠, 팝 뮤직, 국제 경연대회, 광고, 홍보의 주요 언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영어로 자료를 읽으며, 세계 우편물의 4분의 3이 영어로 쓰여 진다. 그런가하면 세계의 컴퓨터 정보 80퍼센트가 영어로 저장되어 있으며, 세계 인터넷 통신의 약 80퍼센트 정도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사치성이고 선택성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어를 목적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과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국경을 넘어 세계무대를 상대하지 않으면 성장 발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환경이니 영어 능력의 구비가 우리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환경은 곧바로 영어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영어를 멀리하면서 글로벌의 파고가 해일처럼 밀려오는 현실을 피해갈 수 없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음치나 길치는 창피해 하면서 혹시 영어에는 둔한 “언치”를 무감각하게 생각한다면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영어를 앞뒤 구별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체성을 갖추지 않은 전후불각(前後不覺)의 태도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인권 논설위원장 leeingw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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