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덕이 되고 자신이 본받아야 할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어 배웁니다.

덕산 김덕권[전 원불교문인회장]

은건(隱愆)

며칠 전 졸문(拙文) <선정(禪定)>을 발표했더니 어느 분이 그 내용 중《참전계경(參佺戒經)》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참전계경》은 우리 민족의 ‘3대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전중의 하나입니다. 그 3대 경전은《천부경(天符經)》《삼일신고(三一神誥)》《참전계경》이지요.

그 중《참전계경》에는 <366사(事)> 즉, 삼백예순여섯 가지 지침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여러 역사서에서《참전계경》은 배달국(倍達國) 환웅천왕(桓雄天王 : BC 3898~BC 2333)시대부터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敎化)시키는 교과서이자 지침서였습니다. 그리고《참전계경》은 삶의 목적인 인간완성을 이루고자함에 지키고 경계해야 할 바를 성(誠), 신(信), 애(愛), 제(濟), 화(禍), 복(福), 보(報), 응(應) 이라는 여덟 가지 강령(綱領)으로 나누어진 <366사> 속에 담아 하늘의 가르침을 펴고 있는 경전입니다.

오늘은 그《참전계경》제250사에 나오는 <은건(隱愆)>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은(隱)’은 ‘숨기다’ ‘비밀에 부치다’는 뜻이고 ‘건(愆)’은 ‘허물’ 또는 ‘잘못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마음’ 또는 ‘남이 지은 허물을 숨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불보살(佛菩薩)이 남의 허물을 들으면 곧 숨겨 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먼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먼저 스스로 경계하며, 또한 다른 사람도 관련될까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 잃는 것을 천하 사람을 잃는 것처럼 중히 여기기 때문이지요.

중생들은 대개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불보살은 다른 이의 허물을 보면 먼저 자신을 점검하고 경계합니다. 누구나 잘못하거나 허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잘못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 사람을 위하여 허물을 덮어주면 인관관계에 상처를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보는 것입니다.《법구경(法句經)》에 ‘성공을 하려면 인연(因緣)을 소중히 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인(因)’은 결과를 부르는 직접적인 원인이며, ‘연(緣)’은 인을 도와 결과를 낳는 간접적인 원인을 말합니다. 인연이란 ‘인’과 ‘연’에 의해 정해진 모든 생멸(生滅)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인연법은 확실히 다릅니다. 자신에게 덕이 되고 자신이 본받아야 할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어 배웁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인연이 선한 연이던, 악한 연이던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듭니다. 그 인연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악한 연은 빨리 끊어 버리고 좋은 인연은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겨울철 보리밭은 흙으로 덮어주어야 보리가 잘 자란다고 합니다. 인삼밭도 울타리와 덮개를 씌워 잘 덮어줘야 품질 좋은 인삼으로 자라고, 제주도 감귤 밭도 사철나무나 돌로 울타리를 만들어줘야 바람을 피하고 감귤이 잘 익는다고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식물을 덮어주고,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돌봐주어야 열매를 잘 맺는 것처럼, 사람도 허물과 실수를 덮어주고 보호해 줄 때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는 환경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성을 통해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I am ok, you are ok’, ‘나도 잘 살고, 너도 잘 살자’는 자세로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면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고, 세계에서 강력한 국가가 되었지요.

중국인들은 ‘나는 죽어도 너는 살라’는 자세를 가집니다. 중국인들은 세계 어디에나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민족끼리 서로 단결해서 경제력을 키웁니다. 반면 유대인들은 ‘너는 죽어도 나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다가 세계의 경제권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자세로 민족끼리 싸우고 모함하다가 결국 모두 다 망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오래 전 매일경제신문에 ‘저놈 죽여라 외치는 사회’라는 논설이 실린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 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글입니다. 조선왕조 역사도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 하는 내용의 상소가 끊이지 않고, 사색당파 싸움에 국력을 소모하다가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어 백성은 도탄에 빠졌습니다. 결국 조선왕조는 권력투쟁을 벌이다가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요즘도 마찬 가지입니다. 어떻게든지 각 정당이 서로 허물을 들추어내며 싸우고 극한투쟁으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허물없이 모두 깨끗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자질에는 도덕성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덕성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일 것입니다. 사사건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됩니다. 허물을 덮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면 허물을 덮어주고, 대통령직에 합당한 능력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럴 때 대한민국은 발전하고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은건’에 관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법칙이 있습니다.

첫째, '남의 허물을 들추는 자는 성공도 행복도 없다' 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나 현명한 사람은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은 남의 결점만 찾습니다. 부부싸움에도 서로의 약점이나 허물을 덮어주면 신뢰와 애정이 쌓여서 가정의 행복을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기 때문이지요.

둘째,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자는 성공하고 축복을 받는다' 입니다.

남의 허물을 덮어주고, 장점만 보며,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성공합니다. ‘세기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심한 경쟁을 하면서 한 번도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거나, 허물을 들춰내 인신공격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허물이 있습니다. 우리가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타인의 허물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비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허물을 용서하고 감싸주는《참전계경》가운데 <은건>의 교훈을 실천하면 우리 인생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堂上)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5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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