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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여로역여전

기사승인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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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불교문인회장 김덕권

여로역여전

《금강경(金剛經)》종장(終章)인 사구게(四句揭)에「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이 꿈 · 환상 · 물거품 · 그림자 · 이슬 · 번개처럼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는 것이 현상계라는 의미이지요.

오감(五感)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현상이 무(無)와 무상(無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깊이 수행하다 보면 마음이 비워집니다. 그러니까 공(空)이란 것을 느끼고 알게 되고 만사에 감사하게 되고, 미움과 집착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내 마음 속에는 아무런 미련 · 원망 ·아쉬움 · 집착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요. 그러면 무엇이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을까요? 일체 유위법(有爲法), 즉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세상을 봐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일연(一然)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보면 ‘조신의 꿈’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라의 승려 조신은 고을의 유력자 김흔의 딸을 사모하여 관음보살께 그녀와 혼인하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른 배필이 정해지자 법당에서 관음보살을 원망하며 선잠이 듭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조신이 원하던 세속적 욕망이 이루어집니다. 남녀 간의 정욕을 통해 자식을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독한 궁핍과 가난에 자식을 잃고 김흔의 딸과도 헤어지는 대목에서 꿈을 깨고 맙니다. 김흔의 딸을 사모하여 맺어진 세속에서의 삶은 매우 힘들고 비참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꿈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조신은 세속적 욕망은 허무한 것임을 깨닫고 욕망에서 벗어나 수행에 힘쓰게 됩니다.

꿈결과 같은 인생! 일장춘몽처럼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한바탕 꿈과 같은 것입니다. 선인들의 문집이나 어록을 보면 한 결 같이 인생에 대하여 ‘꿈결과 같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노장(老莊)철학에서 장자의 꿈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장자(莊子)가 꿈을 꾸었는데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습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닙니다. 너무도 기분이 좋아진 장자는 자신이 장자인지 나비인지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니 자신은 나비가 아니라 장자 자신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장자는 깊은 생각에 잠기지요. ‘나는 정말 장자 본인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가? 나는 나고 나비는 나비인데 어찌된 일인가?’

나는 누구인지요? 미리 짜놓은 현실, 치밀하게 계산된 현실을 ‘가상현실(假想現實)’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손에 닿지 않는 제도,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가상의 세계가 아닐까요? 가상현실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시야에서 펼쳐보여 줍니다. 꿈인 듯 꿈이 아니고, 꿈이 아닌 듯 꿈만 같은 세상살이가 되어 가는 것이지요.

밤늦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즐겁게 보내었는데 다음날 아침 통곡하는 일이 생깁니다. 간밤에 꿈속에서 괴로워 슬퍼하며 통곡을 하였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꿈이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슬퍼하고 기뻐하고 걱정하고 아침이 되어보니 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꿈인가요? 아니면 어제 밤에 꾼 꿈만이 꿈일까요?

우리네 인생살이는 다 꿈속에서 깨지 못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어리석은 중생은 꿈에서 깨어나 완전히 깨어난 줄 알겠지만, 모두가 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본래 인간의 몸과 마음이 실재하지 않으며 이 세상 제법(諸法) 또한 비어 있으며, 물질이 곧 비어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불변의 실체인 양 믿고 있는 우리 인간은 파도와 같고 물거품 같은 것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想)입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수시로 변하며 변하는 것은 겉모습일 뿐 실재가 아닙니다. 오감(五感)으로 직접보고 느끼는 현상세계는 가상세계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이버 세계뿐 아니라 모든 세상만사와 물질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물을 얼리면 고체요, 녹으면 액체가 됩니다. 또한 증발하면 기체가 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인간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 또한 그림자처럼 실체가 아닌 허상(虛像)이고 가상(假像)입니다.

이 세계는 무시무공(無時無空)이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며, 불변불천(不變不遷)입니다. 시간도 공간도 없으며, 시작도 끝도 없으며, 변하는 것도 옮기는 것도 없으면 현실이든 꿈속에서든 결국은 무아(無我)일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허무하고 덧없는 노릇에 올인 하는 중생의 삶이 ‘여몽환포영’입니다. 인생이 꿈결 같다는 뜻이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붇습니다. 예뻐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에 시달리고, 늙고 병들어 결국은 치매(癡呆)도 걸리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구름입니다. 모든 것이 무상이고, 무아입니다. 그러니 상(相)에서 벗어나고, 고(苦)에서 벗어나고, 아(我)에서 벗어나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열반(涅槃) 아닌가요?《반야심경(般若心經)》에 오온(五蘊)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아(自我)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이지요.

색(色)은 거품덩이와 같고/ 수(受)는 물거품과 같고/ 상(想)은 신기루와 같고/ 행(行)은 파초와 같으며/ 식(識)은 환영과 같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근원적으로 보는 자에게 그것은 공허하고 비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허공 같이 되면 윤회(輪廻)의 승강(昇降)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빈 마음을 바탕 하여 상(相)을 떠나면, 항상 은혜를 입어 인생이 길이 편안해 집니다. 여로역여전! 모든 것이 이슬과 번개처럼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부디 집착을 여의고 욕심과 상을 여의어 모두 불보살의 위에 오르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4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김덕권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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