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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2회

기사승인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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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소리

채성은 오후 늦게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요 며칠 동안 애춘에 대한 회오와 자각 등으로 그의 마음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자살하려던 애춘의 그 절망적인 상태,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를 뿌리치던 그녀의 진지한 모습, 이 두 가지 일만 가지고도 채성의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이 한 여자를 말살하려했던 살인자라는 죄인임을 인정하였다. 후회와 연민과 책임감이 밀려와서 요즘 그는 잠시 소강상태였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속히 애춘과의 어떤 결의를 보여야할 때라고 여겼다. 조만간 속히 송문학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사무실의 소파에 앉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어둠을 응시했다. 언젠가 친구 강석이 선물한 앵무새가 우는 듯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울부짖었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가르쳐 달라는 듯 앵무새는 자신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바깥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강한 여자, 그러나 또한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창밖의 밤하늘엔 작은 별들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의 네온사인은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게 시야를 가리는 듯했다. 그러나 희미하게나마 저 높은 창공에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감정에 의지하는 부부간의 사랑은 언제나 위태로웠다. 채성 역시 혜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이제는 의지를 동원해 완전히 정리하리라 다짐했다. 변하기 쉬운 감정, 그것은 위험한 것이었다. 의지적 사랑! 그렇다. 모든 것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거꾸로 흐르는 피를 바르게 흐르도록 하는 정신적 강한 펌프를 퍼올려야 한다. 그러한 의지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위대한 것이다. 가정을 떠난 자는 유리하는 별과 같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애춘과의 결혼생활은 한 번도 평안한 적이 없었다. 삶의 의미는 물론 생동감은 무덤에 묻힌 듯 자신과는 소원하였다. 자신은 그것을 잃어버리고 오직 일에 미쳤었다. 그저 일에 마음과 몸이 팔린 상태였다. 언제나 슬픈 노래만을 부르는 불행한 앵무새의 울음이었다. 이때 또한 삶의 무료와 권태가 자신을 엄습하게 되자 모성애적 결핍증을 채워 줄 희극배우로 혜란을 이용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혜란을 희롱하고 노리개로 취급했던 것은 아니었다. 외로운 그는 혜란의 사랑을 필요로 했고 자신 또한 혜란을 사랑하였다. 사무실의 앵무새는 이 두 사람을 내내 지켜보았을 것이다.

‘사랑해… 영원히….’

그는 희극배우처럼 혜란에게 속삭였다.

‘거짓되고 공허한 무수한 언어들….’

사무실의 어둠 속에 있는 앵무새는 눈을 깜박였다. 몹시 피곤해 지쳐있는 듯 두 눈을 가느다랗게 힘없이 감는 듯했다.

“무슨 소리를 따라서 해야 하나요? 제발 혼돈스럽게 하지 말아요!”

그렇게 자신에게 호소하는 듯했다. 채성은 앵무새가 자신의 무슨 소리를 따라할 수 있나 생각해 보았다. 애춘, 혜란, 채성 이 세 사람을 지켜보다 앵무새는 그 단어들을 찾지 못해 지친 듯했다. 다만 앵무새는,

“권태, 방탕, 혼돈, 공허….”

이렇게 울부짖듯 보였다. 앵무새는 깃에 털이 빠지고 병든 것처럼 맥이 빠져 보였다.

‘나는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채성은 애춘과 새롭게 생활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그것은 타지마할을 세우는 것처럼 힘겹고 버거워 보였다. 앵무새가 오른쪽 날개를 퍼덕였다. 그리고 목이 타서 적시려고 애타는 듯했다. 털이 몇 개가 빠져 휘날렸다. 여전히 졸린 눈이었다. 그는 주인의 언어를 따라하고 싶어 그 언어를 재촉한 듯했다. 털이 빠지고 시들시들해진 앵무새를 채성은 측은히 여기며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권태, 방탕, 혼돈, 공허….”

한애자 haj2010@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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