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1회

마음의 집

─ 모델하우스 -

그들은 감사를 표시하며 잔잔하게 두 부부를 향해 우러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애춘은 빨리 몸을 숨겨 정원 쪽으로 걸어 나왔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승용차에 몸을 싣고 서서히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애춘은 뭔가 결연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청소년들을 버린 부모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어디선가 남녀 쌍쌍이 어우러져 희희낙락하고 매춘을 하든지 아니며 절망, 우울증 속에 사로잡힐 수 있을 것이다. 애춘은 버려진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수고해야 하는 민지선을 생각해 보았다. 지선은 자신과 상관없는 아이들에게 왜 책임의식을 가졌을까! 자신은 왜 이런 것에 아무런 관심 없이 살았을까! 사회 문제는커녕 자신의 문제에만 빠져 허덕이고 있지 않았던가! 문득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모델하우스의 형편을 상기시켰다. 그것은 후원단체 없이 이름도 없이 자비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십여 명의 청소년들을 친자식처럼 돌보고 있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자신은 어떠한가!

자신의 애욕과 성형과 명품치장의 사치로 낭비했던 지난날의 삶의 자취가 너무도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 그 소비한 물질로 저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라도 했었더라면…. 애춘은 이제 자신이 해야 할일을 깨달았다. 지선과 함께 모델하우스에서 봉사하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도 자신만으로 꽉 차 버린 자신의 기질에 그것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다. 갑자기 변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어색하고 괜히 구도자가 된 선행의 외식처럼 움츠러들었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러나 민지선과 함께라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채성도 함께 이 일에 동참하며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애춘은 자신의 굳었던 모든 감각이 서서히 피가 흐르는 듯하였고 몸이 활짝 열리며 빛이 비쳐오는 듯했다. 이런 기분은 난생 처음 가져보는 것이었다. 뿌듯함과 함께 어둡고 답답했던 동굴에서 헤쳐 나와 환하고 찬란한 햇빛을 보는 것 같았다.

애춘은 채성과 함께 이곳에서 봉사하며 사는 모습을 상상했다. 왜 자신은 채성을 함께 떠올렸을까! 무슨 이유로 채성과 함께 하는 것을 먼저 상상해 보았을까! 문득 애춘은 자신이 채성과 화합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는 나와 뗄 수 없는 사람인가!’

문득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만일 자살소동을 일으킬 때 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지금쯤 영원한 어둠의 장막 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죽은 시체가 된 가련한 인생이지 않았겠는가! 극도의 우울감은 또한 어디서 비롯되었나! 사랑을 주기보다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심통을 부리고 원망과 저주가 서린 마음으로 남편을 증오하고 성형으로 유치한 장난의 자기도착증에 빠지지 않았던가. 날 사랑해 주지 않으니 죽어버리자…. 애춘은 자살기도 하던 그 당시의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해 보았다.

“매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세요. 그러면 우울증이 없어지고 마음에 서서히 기쁨이 찾아올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말을 우습게 여겼었다. 건방진 녀석이라고 그렇게 코웃음 쳤다. 그런데 그 말이 맞았다. 이제 모델하우스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이토록 후련하고 뿌듯해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민 선생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애춘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살고자하는 생에 대한 애착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채성은 자신에겐 생명의 은인이었다. 자살하려 할 때 하늘이 채성을 자신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졌던 채성에게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그는 내가 살기를 원했어. 정말 나를 미워하고 있다면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텐데… 아! 그도 불쌍하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엄마 없이 자란 그 외로운 사람. 그를 난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

애춘은 채성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었다는 자책이 앞섰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포근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도로변에는 승용차가 꽤나 북적거렸다. 신호등에 걸려 옆 차를 돌아보았다. 남녀가 쌍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볼을 만지며 웃었다. 남자도 여자의 콧망울을 건드리며 서로 웃고 있었다.

애춘은 차를 좀 빠르게 몰아 평창동 저택으로 향했다.

‘난 채성을 사랑하고 있다. 그도 나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채성이었다. 애춘은 선뜻 받지 않았다. 이건 정말 운명적인 역사처럼 뭔가가 펼쳐지고 있었다. 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떴다.

“당신이 염려되오. 지금 빨리 돌아와 주시오!”

애춘은 살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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