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천국에서 타 털고 가삐라

申欽(신흠),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桐千年老恒藏曲,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평생을 춥게 지내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변치 않으며,

柳經百別又新枝, 버들가지는 백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가 돋는다.

▲ 봄은 '매화'로 부터 지역의 꽃 축제들이 시작된다. 많은 이들은 봄을 기다리다 광양의 '매화'를 맞이한다. /사진=조경환

이른 봄날 _ 안도현

​이른 봄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

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

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을 풀고

마루 끝으로 내려선 다음,

질척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

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차리고

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

한 그루 매화나무한테로 가리

조경환_공간 콘텐츠 프로듀서

[뉴스프리존=조경환_공간 콘텐츠 프로듀서] 지난 2017년 한 해의 유행어 중에 하나는 ‘꽃길만 걸어라’는 것이 있다. 무거운 짐 지고 가고 있는 가시밭길인 인생에 있어 희망의 메시지만 보라는 것일 것이다. 모든 사물이라는 것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일 것이다. 

마음이 편한할 때 보는 '꽃길' 속 작은 행복감은 나이가 들면들수록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늘 신춘에는 '매화축제'를 시작으로 이곳 '광양'에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賞春客)들이 찾는다. 매화축제의 으뜸은 바로 '광양매화축제'가 아닌가 싶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며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가를 따라가면 매화꽃의 군락지(群落地)인 홍쌍리 여사와 그의 시아버지 故 김오천 선생이 평생 가꾼 매화마을을 만났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삼벅재 골짜기로도 불리는 이 마을의 산과 밭에 가득한 매화 군락지는 맨 먼저 봄이 시작되면 매화(梅花)가 꽃구름을 만들어내면서 장관을 이룬다.

늘 '매화'를 보려고 이른 봄을 기다린다. 이곳 농원을 걸으면 마치 '꽃길'을 꿈 속에서 걸어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각양각색의 인파로 함께 '매화'의 향기와 함께 봄의 싱그러움을 나눈다. 늘 꽃 구경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임은 분명하다.

▲ 2018년 광양매화축제(3월 17일~ 3월 25일)는 광양의 '청매실농원'을 주변에서 개최되었다. /사진=조경환
▲ 봄이 시작되면  '청매실농원'은 매화(梅花)가 꽃구름을 만들어내면서 장관을 이룬다./사진=조경환

이 마을에서 매실농사를 뿌리내리게 한 ‘청매실농원’의 안주인 홍쌍리 여사는 이곳으로 시집을 와서 섬진강, 백운산, 지리산을 함께 품은 이곳에서 ‘사람이 그리워서 매화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일하다가 시아버지인 故 김오천 선생을 만났고 1965년 광양 백운산에 있는 농원을 운영하였다. 

당초 밤나무를 주로 심었지만 시아버지를 설득해 매화꽃은 심은 것은 1966년 부터이다.그리고 매실농사에 매진해 1994년 '청매실농원'을 설립하고 1997년 부터는 광양의 대표지역축제가 된 '매화축제'를 해마다 개최해 지금은 연인원 100만 명이 찾고 있다.

▲ 광양에서의  '매화축제'는 지역을 더 빛나게 하는 대표축제이다. /사진=조경환

그녀는 봄꽃 중에서는 향이 없는 꽃이 많지만 매화는 은은한 향으로 마을 전체에 흐르게 하여 그 보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서산에 해지는 그 때 매화의 향기 속에 그 절정과 그 향기에 지금까지 취해서 살아왔다고 한다. 이 골짜기 마을에서 매화를 가꾸며 살아온 점이 인정되어 정부로 부터 21세기를 주도할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이곳 매화마을에 와서 모두들 와서 '모든 세상의 찌꺼기는 다 털고 가삐라'라고 한다.

그렇다. 축제는라는 것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화축제'를 바라보는 홍쌍리 여사는'모든 세상의 찌꺼기는 다 털고 가삐라' 말로 매화축제를 정의하였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결속시키기도 한다. 세계 속에 주목을 받고 있는 축제의 대부분은 그러한 지역사회의 공동체들이 얻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이야기를 담으면 그야말로 축제는 그 개최 취지가 더욱 더 빛난다. 

▲ 지역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지역축제'야말로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탄탄한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사진=조경환

홍쌍리 여사가 갖꾼 '청매실농원' 주변에서 개최되는 '광양매화축제'는  농원 그 자체가 그녀의 일생(一生)의 연대기(年代記)로써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늘 감동을 준다.  

이 세상에 가장 마음을 얻는 것이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가 청매실농원을 일구어 온 이야기들은 이렇게 매화를 바라보는  마음자세를 바로잡게 해서 더욱 공감을 얻는 것이다.  

방문객들이 스스로 스토리 엮으면서 곳곳의 청매실농원에서 체험하고 매화향기에 빠져 그 포만감을 서로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광양매화축제'이 장점이다. 그래서 그 먼 길를 마다하지 않고  많은 매화 애호가들의 이곳을 찾는 이유인 것이다.

▲ 광양 '청매실농원'은 홍쌍리 여사의 인생 연대기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 빛나는 장소이다. /사진=조경환

'홍쌍리' 여사와 '청매실농원' 그리고 '매화축제'는 일목요연하게 그 관계성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에 눈에 확 들어온다. 축제 이야기의 핵심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청매실농원에서 매화축제를 하게 되었는지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 홍쌍리 여사는 1943년생으로 밀양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유복했지만 아버지는 딸을 중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열여섯부터 부산 국제시장에서 일하다 훗날 시아버지가 될 김오천 선생을 만났다.

그리고 1965년 광양 백운산으로 시집가서 농원 안주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약 30년간 홍쌍리는 건강과 경제적 어려움, 남편 병 수발로 시련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실 농사와 먹거리 연구에 매진해 1994년 청매실농원을 설립하고, 이후 농민기업가로 크게 성공했다. 

1997년에 매실 명인이 되었고 이듬해에 대통령상을 받았다. ‘청매실농원’에서 1995년부터 열린 매화축제에는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 2008년에는 청매실농원이 ‘백만불수출의탑’을 수상하며 기술혁신 중소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매실을 비롯한 전통식품 연구와 친환경 농법의 실천, 꽃 천국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농원 가꾸기에 열정을 쏟아온 삶을 많은 사람이 주목해 국내외 언론에서 다양한 지면과 프로그램으로 홍쌍리와 청매실농원을 소개했다. 

일흔이 넘은 홍쌍리는 지금도 직접 밭을 매고 매화나무 가지를 치고, 나무에 올라 매실을 딴다. ”

_ 홍쌍리, 김도혜 지음, 『인생은 파도가 쳐야 제밌제이』. 랄마출판사, 2014

축제를 개최하는 주제에는, 여러 가지들을 고려한다. 지역경제의 활성화,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인 자긍심 고취, 지역의 여러 단체들의 참여 기회의 확대, 그리고, 지역의 문화 자본의 환경, 그 가치를 발전시키고,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축제의 존재 이유가 문화적이든, 경제적이든, 그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지역의 공동체 문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매년 1,200개 넘는 지역축제가 열린다. 특히 봄과 가을 많은 지역축제들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축제는 단연코 계절에 관련된 '꽃'을 테미로 한 지역축제일 것이다.

▲ 홍쌍리 여사가 평생 갖꾼 '청매실농원'에서 개최되는 매화축제,는 늘 봄을 기다리게 하는 '설렘'이 있는 꽃축제다.. /사진=조경환
▲ 광양매화축제는 연인원 100만 명이 찾는 광양시의 대표적인 지역축제이다.  주변 지역경제에 끼치는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사진=조경환
▲ 광양매화축제가 펼쳐지는 '청매실농원' 에는 봄을 맞이하는 상춘객들로 붐빈다. '청매실농원' 주변의 정자 등 매화꽃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장소들은 영화 촬영지로도 선호되고 있다.  영화 '  첫사랑', '매화연가', '취화선', '흑수선' 등 많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 사진=조경환

축제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존재감으로서, 마음속에 자리 잡아 영원한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영원성을 가지고 있으면 지역 주변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축제의 목표 중에 하나인 지역주민의 일체감 조성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 그 축제의 영원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축제여야만이 '지역을 살리는 축제'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바로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을 할 수 있는 축제이다.

축제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존재감으로서, 마음속에 자리 잡아 영원한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영원성을 가지고 있으면 지역 주변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축제의 목표 중에 하나인 지역주민의 일체감 조성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 그 축제의 영원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축제여야만이 '지역을 살리는 축제'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바로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을 할 수 있는 축제이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축제가 일 년에 한 번이라는 이벤트 행사로 일회성이라는 낭비적인 소비문화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축제가 되어서 지역의 주변부에 영향력을 미치게 하였을 때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의 순기능을 지역에 전파하게 된다. 

지역 축제라는 것은 분명 지역민들의 참여라는 지역 문화 민주주의와도 연관되어 있지만 또 다른 정치. 사회경제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지역 경제적인 기능에 있어서 지역의 어떤 상징과 지역의 문화 자본을 활용해 그것을 지역의 경제와 연관시키고 또한 이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을 구현할 수 지속 발전 가능한 축제의 지향점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변별력 있는 지역축제로서의 지향점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 누구나 축제를 방문하면 공감할 수 있는 그 지역 특유의 감동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지역 축제의 유무형의 성과를 통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써의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만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지역을 살리는 축제 그리고, 지역민들의 자부심을 간직한 축제가 된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2018년 광양매화축제를 다녀오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 지역축제의 유무형의 성과를 통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써의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광양매화축제는 지역 농민들의 참여도가 높은 축제로 지역경제에 끼치는 부가가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사진=조경환
▲ '매화축제' 기간 중 매실 막걸리을 비롯해서 각종 매실 음료, 사탕, 아이스크림, 기타 지역의 토산품들을  '플리마켓'과 같은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사진=조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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