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은경 기자/편집 추광규 기자] 천안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던 김용현씨는 사고순간에 대해 "평소 경험할 수 없었던 소리를 들었다"면서 "우르릉 꽝꽝하는 천둥번개 소리와 같았다"고 증언했다.

사고 당시 어떤 냄새를 맡았느냐는 질문에는 "기름냄새는 분명히 강했고, 화약 냄새와도 비슷했다"고 설명했으나 "화약냄새가 맞느냐"는 변호인단의 계속된 질문에는 "처음 맡아본 냄새...."라며 말을 흐렸다.

2010년 3월 26일 저녁 견시병 근무를 마치고 세면을 준비하던 중 사고를 경험한 김 씨는 1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항소심 10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갑판병 출신 김용현씨는 천암함 사고 전인 21시 10분 무렵 함미 후타실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CCTV에 잡힌 6명의 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당일 21시10분 무렵 천안함 함미 후타실에서 운동하는 6명의 대원들/국방부 조사보고서 자료

김용현씨는 이날 자신의 동선에 대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견시병 임무를 마치고 오후 8시 30분부터 약 30분간 후타실에서 운동을 한 후 승조원 식당으로 갔으며 이때 '백상예술대상'이 방송중이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감판부 침실로 갔다가 세면을 위해 준비하던 중 '우르릉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깨어나니 비상등이 켜져 있었다. 당시 배는 거의 90도 기울어 있었다. 정준영 수병과 우선 나가자 하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2∼3명이 나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용현씨는 사고당시 맡았던 냄새에 대해 "기름냄새는 분명히 강했고, 화약 냄새와 비슷했다"고 했으나 변호인단과 재판부의 집요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 처음 맡는 냄새였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용두 재판장은 증인에게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사실이 있느냐" 묻고 검사측에 "김용현씨의 사고 순간에 대한 진술기록이 국방부에 있을 것"이라며 그 진술서 원본을 국방부로부터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명했다.

변호인단이 화약냄새가 났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던 이유에 대해 기자가 신상철 전 조사위원에게 묻자 신 위원은 "천안함 생존자 가운데 화약냄새를 맡았다는 대원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김용현씨가 '화약냄새'를 말하니 그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견시병 등 사고 순간 밖에서 근무한 대원들 어느 누구도 화약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단은 김용현씨에 대해 구조이후 상황에 관해 물은 후 국방부가 제출한 사고 직전 후타실 복원 CCTV 동영상 내용의 진위를 중심으로 집중 심리했다.

국방부가 제출한 당시 후타실 복원 CCTV 동영상에는 최대 6명의 대원이 등장하는데 그 중 일부 대원이 역기를 들고 운동을 하는 영상이 녹화 되어 있으며 이들 가운데 5명은 사고 순간 사망했으며 김용현씨만 유일하게 생존한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변호인단과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CCTV의 생명은 '날짜와 시간'인데 해당 동영상에는 시간은 나오지만 날짜기록이 없다"며 "해당 동영상이 사후에 제출되면서 사고 당일이 아닌 다른 날 녹화된 영상을 편집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김용현씨를 상대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변호인단은 당시 사고해역은 파고 2∼3미터인 해상상태였다며 ▲항해중에는 운동이 금지되어 있지 않는가? ▲항해중 비교적 높은 파고가 일고 있는데 자연스러운 운동이 가능한가? ▲ 선박의 움직임이 있을텐데 발 한 번에 떼지 않고 역기를 서른번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가능한가? ▲마신 물을 내려놓는데 처음에는 흔들리다가 잠잠해지는데 운항중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후타실은 소음이 강한 곳인데 어떻게 화면상으로 평상시처럼 대화가 가능한지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씨는 ▲후타실 체력단련장을 갔을 때 다른 병사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어 당직사관에게 허락을 맡은 것으로 생각했다. ▲2∼3미터 파고가 있어도 운동은 가능하다. ▲물이 흔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후타실 소음은 지하철에 탔을 때 소음 정도이고 대화가 가능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편 이날 법원인사 발령으로 재판부 전원이 교체된 가운데 새롭게 재판을 맡게 된 김형두 재판장은 증인에 대한 심리 절차가 끝난 후 변호인단과 검찰을 상대로 향후 공판진행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변호인단은 앞선 재판부가 채택을 거부했던 소위 '1번 어뢰'의 백색흠착물질에 대해 검증을 요청했다. 

'백색흡착물질'논란을 일으킨 어뢰/ 인터넷 자료

'백색흡착물질 논란'은 국방부의 주장에 따르면 어뢰 폭발시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화약에 포함된 알루미늄가루가 산화되어 어뢰에 흡착된 물질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의 이승헌 박사와 캐나다 양판석 박사는 "백색물질에 대한 성분분석을 하니 '산화물'이 아닌 '수산화물'이었다"고 주장하여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 가장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사안이다.

논란의 핵심은 산화물이냐 수산화물이냐, 즉 '물성분(H20)'존재하느냐 여부인데 만약 어뢰폭발이 있었다면 3천도의 고열이 발생하면 해수가 증발한 상태의 기체 버블(Bubble) 내에서 산화가 이루어지므로 백색물질에 물성분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역으로 '물성분(H20)'이 존재한다면 물을 증발시킬 고열이 없었다는 뜻이니 '폭발'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쟁이 깊어지자 2010년 11월 KBS 추적60분팀은 국내외 400명의 과학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흡착물질 분석과 관련 누구에게 의뢰를 하면 가장 정확한 결과를 받을 수 있을지를 물은 결과 안동대 정기영 박사가 가장 적임자라는 추천결과를 얻어 정기영 박사에게 백색물질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보도하여 큰 파장이 일었다.

국방부와 미국 과학자들이 실험한 것보다 2배에 달하는 12가지의 분석실험 결과 기존 국방부의 주장인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알루미늄수산화물'이라는 사실을 밝힌 정기영 박사는 천안함 1심재판 증인으로 출석하여 '외부에서 흡착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란 것' 즉 '알루미늄 녹'이라며 "만약 채취과정부터 간여했다면 생성기원(Origination)까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여 기존 국방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었던 사인이다. 

이날 재판에서 김형두 재판장은 변호인단의 '백색흡착물질 검증' 요구에 대해 채택 여부를 판단하겠다면서 검찰과 변호인단에게 검증을 할 수 있는 전문가에 명단을 각각 5명씩 추천하여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추가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재판장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단이 천안함 사건은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었기에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이상의 합참의장 등 책임있는 군 수뇌부와 고발자인 박정이 합조단장,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 그리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등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추가 증인 요청 발언에 나선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현재 변호인단과 논의중에 있으나 이명박 정부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북한의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을 증인으로 부르고 싶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이 사건의 총체적인 책임자이며 북한소행으로 단정발표하고 5.24조치를 단행한 장본인이므로 법정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채택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며 추가증인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다음 기일은 4월 19일 오후 3시 같은 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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