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옥 논설주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안희정 전 지사의 김지은 정무비서 성폭행, 정봉주 전의원의 성추행 미투로 한국사회가 온통 성폭력에 노출되어있다는 생각까지 들기에 충분하다. 성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극심한 정신적 상처를 준다. 또한 치유되기 힘든 후유증으로 인하여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파괴적인 범죄다. 성폭력문제로 사회적 문제가 된 미국 여성의 13% 가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성폭행 피해자는 인구 10만 명 당 50명이 넘어선지 오래다. 대검찰청의 '10년간 범죄발생 및 범죄자 특성 추이'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성폭력범죄는 31,063건, 인구 10만 명 당 60.3건 발생했다. 성폭력범죄의 발생비는 2006년 29.1건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 60.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폭력범죄가 지난 10년 동안 107.2%나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15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39.8%)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행위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88%)이었다. 피해자는 정규직(6.2%)보다 비정규직(8.4%)이 많았고, 연령은 20대(7.7%), 30대(7.5%)로 나타났다. 성범죄는 쉬쉬하고 넘기는 분위기가 많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성폭력 범죄의 암수(暗數)범죄율이 87.5%로 추정되는 점도 감안하면 실제 발생하는 성범죄는 통계 수치의 5∼6배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 권력관계가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권력형 성범죄는 한국사회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윤택, 조민기, 안희정, 그리고 대학교수의 제자 성추행이 그것이다. 이런 권력형 성폭력의 증가 원인은 절대적인 수준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권력지향형 성범죄자는 세상을 지배·통제하고 싶은 잠재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처음에는 반항하지만 일단 제압당하면 성범죄 상황을 즐긴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폭력 행사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피해자들은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피해가 장기간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성폭력범죄, 폭행,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간음, 추행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비교적 관대한 한국사회다. 또한 권력형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되지 않고 가해자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성폭력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법이 2013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성, 범죄 예방의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고 성폭력 범죄의 구성요건이 형법과 특별법에 분산, 중복 규정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성폭력범죄가 체계적, 효과적으로 규정되어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현행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조직적 은폐, 방조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직장 내 성범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업주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등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법정형을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로 2배 이상으로 높이고 위계·위력 추행죄의 법정형도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는 10년으로,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는 7년으로 연장된다.

하지만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성관계조차 특혜, 시혜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일부 종교계, 성폭행이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 간 성관계로 희석시키는 우리사회에서 성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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