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현직간부 문자메세지 공개

강대옥 논설주필

연합뉴스 전·현직간부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뉴스편집을 보고하는 것 같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었다. 연합뉴스는 기자만 580여 명인 국내최대 취재망을 갖춘 국가 기간 언론사이다. 하루에 생산되는 콘텐츠가 3,000여건을 넘어간다. 연간 300억 원 이상 국고보조금인 국민세금을 지원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민을 위해서, 국민을 위한 언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언론사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전 편집국장의 문자는 국민이 아니라 삼성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뉴스는 아침에 각 부서의 부장회의를 통해 어떤 뉴스를 내보낼 것인지 결정한다. 언론사의 가장 민감한 상품으로 극비의 보안사항이다. 보도국 기자도 전체적인 뉴스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극소수 기자들만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뉴스 유출시 중징계의 대상이다. 이렇게 민감한 핵심 사항을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와 이창섭 연합뉴스TV 뉴미디어 기획위원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유출한 것이다.

조 상무는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장 사장님, 바쁘게 잘 지내시지요? 총선 이후 식사 한번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동지인 ***본부장과 같이 하려합니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본부장이 따로 할 말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창섭 위원은 “사장님 연합뉴스 이창섭입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간 나실 때 전화 요망합니다” “답신 감사합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창섭 올림”이라는 문자가 공개되었다. 언론이 자본에 종속되어버린 최악의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인간사회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가 산업화, 도시화될수록 이러한 언론 기능은 더욱더 다양해지며 그 역할과 기능에 의하여 사회가 건강한 사회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언론은 사회공동체 주변 환경에 대한 감시와 사회 제 세력을 연결해 주어야 하며, 세대간 문화와 전통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게 새로운 정보로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언론은 주위환경에 대한 감시기능을 통해 사회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감시기능을 통해 잘못된 정부정책이나 비합리적인 사회규범과 법령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뉴스가치를 담아내야 하는가?,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뉴스 소비자의 정보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자본이 강력한 사회 권력인 한국사회에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란 이상일지도 모른다.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의 구조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자본에 독립적인 언론은 만들기도 힘들고 존재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자본과 언론의 유착이 아니라 종속되어버린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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