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용어인 영어 - 230개 국가 70억 인구를 상대하는 언어’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외무공무원 임용령에 보면 특임공관장의 자격에 대해 외국어 능력, 도덕성, 교섭능력, 지도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외국어 능력은 국제 공영어인 영어나 주재국 언어를 대상으로 한다. 국익을 위해 외교의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현지인들과 소통 교류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필수다.

그런데 비단 외교관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전문가들이 이른바 ‘3S 현상’에 해당된다면 되겠는가? 3S는 국제회의만 나가면 '말없이'(silent) '미소만 짓다가'(smile) '졸기만 한다'(sleep)는 뜻이다. 물론 한국인의 영어실력을 꼬집은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국제 다자(多者) 회의에 가면 한국 외교관들은 입이 무겁다는 얘기가 입에 오르내린다. 국제 외교가에서 이런 조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마치 우리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제 언어인 영어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문화 전통을 지키며, 그것을 세계에 알리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영어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던 그 시절에는 영어가 오로지 미국과 미국인을 상대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을 초월해 전 세계를 상대하는 당당한 주권국가인 한국의 국민으로서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나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내 위치를 점하고 있는 우리가 초라했던 과거에 눌려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상품 수출은 세계 22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국내총생산(GDP)도 25위에서 15위로 뛰어오르며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우리는 오늘날과 같이 자랑스러운 세계 국가를 건설했는데도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단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언어로서만 받아들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왜 우리는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유럽의 각 국가들처럼 우리식 영어 ‘콩글리시’를 영어원어민에게 당당하게 주입하지 못할까? 오히려 콩글리시를 영어 못하는 한국사람 스스로를 비아냥대는 비속어로 사용하고 있을까?

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직장에서 영어를 직접 필요로 하는 약 10 퍼센트의 사람 외에 나머지 90 퍼센트 사람들은 영어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여길까? 글로벌 시대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미국이 싫어 미국인을 상대하지 않는다 치자. 그래도 지구촌을 구성하는 약 230개 국가의 70억 세계 사람을 상대하려면 그 나라 말을 모두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모든 나라와 소통하는 국제공용어가 영어이기에 우리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유태인을 우수한 민족으로 여긴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인류에 큰 공적을 남긴 많은 사람들 중에 유태인이 많다. 아인슈타인, 프로이드, 토마스만, 빌게이츠, 스필버그, 토플러, 록펠러, 에디슨, 번스타인, 로스차일드, 키진저 등등... 이처럼 유태인은 과학자, 연예인, 음악가, 작가, 학자, 경제인, 정치인 등 각 분야에서 그 이름을 떨쳤다.

그뿐인가. 유태인의 인구는 1,700만명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중 약 23 퍼센트가 유태인이며, 미국의 유명한 대학 교수 약 30퍼센트가 유태인이다. 사실 미국 총 인구 중 유태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 퍼센트 미만이지만 그들은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미국 억만장자 40 퍼센트가 유태인 출신이다. 

2천년동안 핍박받던 민족이 지금 글로벌 리더가 되어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를 휘어잡게 된 것은 유태인식 육아 및 교육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유태인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어 익히는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고 있다.

유태인들은 대개 2개 언어 이상의 말을 못하는 사람이 드물다. 유태인들은 박해를 피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언어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다중언어(multilingual) 환경에서 언어학습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셈이었다.

몇 개 언어들을 자유로이 쓰게 되는 유태인들은 당연히 머리가 명석해지고 똑똑해 질 수밖에 없다. 언어 훈련을 통해 그들은 다중 지능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그문트 프로이드도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불편 없이 자유롭게 썼다고 한다.

이처럼 유태인들은 어려서부터 몇 개 나라말을 씀으로써 모국어, 즉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언어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 말할 것도 없이 몇 개 언어를 구사하는 유태인들의 지식과 정보 경쟁력, 그리고 다양한 외국어를 닦으면서 체득한 창의력은 월등했을 것이다. 유태인들은 이러한 특별한 교육체계를 통해 일찍이 인생과 사업의 지혜를 바탕으로 한 경영기법을 통해 세계를 움직였다.

지혜라는 것은 지식을 기초로 한다. 지식의 범주가 넓으면 넓을수록 지혜의 폭은 더욱더 깊어지게 된다. 여러 개 언어를 하면서 그들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창의적인 지혜를 얻어낸 것이다.

언어철학의 대가였던 루드비히 비트겐스타인은 ‘내가 쓰고 있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우리말만 하는 사람은 한국만을 알 것이며, 영어를 쓰는 사람은 세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글로벌 시대, 이제 우리가 한국어 하나에만 집착하지 말고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갈고 닦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을 유태인들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필자는 영어 배우기를 취미로 생각한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영어를 스스로 터득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코리아타임스>와 대학 영자신문 등에 영어 칼럼을 쓰기 시작해 다양한 영어 매체에 250여회 기고를 했다. 영어 능력을 바탕으로 언론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안 5대양 6대주의 수많은 전문가들과 네트워킹 했으며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영어-자기 스타일로 도전하라> <영-국문 에세이집 '65세의 영국 젊은이'> 등 다양한 주제로 14권을 저술했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지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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