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뉴스프리존 일러스트

사회복지 팀이 독일의 베를린에 도착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호텔에 투숙하고 이 도시 저 도시 옮겨 다니며 현장답사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내일은 독일의 사회복지 정책과에 순방할 예정이다. 송문학은 독일어가 아쉬웠다. 영어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었으나 독일에서는 말이 자유롭지 못했다. 다행히 은 기자가 곁에서 통역해 주고 있어 별 문제는 없었다.

이번 사회복지 취재팀은 정부에서도 매우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부에서 후원해 준 코스였다. 비용과 여러 가지 면에서 후원을 받아 든든했지만 그만큼 실속 있는 풍부한 내용을 싣고 고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도 있었다. 조국의 사회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은 정보를 얻어야만 할 것이다. 송 박사는 이 점에서 약간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응용 활용할 것은 무엇인가 그의 신경은 예민하게 통찰하고 있었다. 이번 독일 방문은 복지부장관도 매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후원 팀을 붙여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뭔가 우리에게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자료들이 수집이 되어야만 했다. 그것은 우리의 복지정책이 합리적이고 국민들의 요구와 행복, 그리고 새로운 정책이 요구되기 때문이었다.

우선 베를린의 시청에서 열린 세계복지정책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회복지 계 인사들이 나와 복지제도의 역사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 중 새롭게 가치가 부상된 가족의 사회복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중세 독일의 사회복지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사람을 노동으로 훈련시켜 시설 수용자들이 스스로 일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곳인〈노동의 집〉을 운영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비스마르크 시대의 정책과 1차 세계대전 후의 복지정책을 비교하면…, 21세기는 가족복지정책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됩니다. 자본과 이윤창출은 국가의 최대목표였지만 산업혁명의 회오리 속에서 가족은 사회와 경제의 흐름에 신속하고 유동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사회의 원활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족의 복지정책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가족의 생활유지를 위한 것이며 21세기의 우리는 가족의 복지제도에 대한 새로운 이슈와 그 질적인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세미나가 끝나자 일행은 그곳의 사회부 기자와 인사 접견을 했다. 송 박사가 독일어에 좀 서툴러 표현이 막힐 때마다 은 기자가 재치 있게 독일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통역해 주었다. 그런 은 기자에 대해서 송 박사는 아련한 첫사랑의 여인〈홍애〉가 떠올랐다. 더욱이 은 기자는 너무나 홍애와 그 이미지가 닮았다. 그녀는 행동거지나 말투, 그리고 옷차림이 요즘 젊은 세대와 좀 다른 매우 보수파적인 분위기였는데 그것 또한 그녀를 볼 때마다 송 박사의 마음에 안정제 역할을 했다. 그는 빨간색 염색머리나 짧은 미니스커트, 찢어진 청바지, 차림을 한 젊은이를 보면 왠지 어색해 보였다. 은 기자는 비교적 점잖은 정장차림이었다. 그녀는 빨강색이나 보라색 계통을 주로 잘 입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취재 중 틈틈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오만과 편견〉이나〈벤자민 플랭클린 자서전〉을 탐독하고 있었다. 은 기자는 간간이 사색에 잠긴 듯했다. 시원스럽고 예쁜 커다란 눈동자를 볼 때 송문학은 문득 지선을 연상하기도 했다. 은 기자는 이미 결혼한 삼십 삼세의 나이였고 송 박사는 사십 구세였다. 나이 차가 났지만 그런 것에 구애됨이 없이 송문학은 은 기자를 여자로 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내 외의 다른 여자에게 매료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은 기자가 곁에 있으면 편하고 심장이 힘차게 뛰었으며 행복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에게서 좀 떨어져 멀어진 느낌이 들면 그는 외롭고 쓸쓸했다. 잠시 은 기자가 보이지 않으면 그의 시선은 사방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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