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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5년,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

기사승인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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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5년동안 한쪽에서는 안보확립과 무관심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싸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등 법적인 다툼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묵묵히 정부의 발표가 아닌 ‘진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5년간 대표적으로 권력 또는 침묵에 맞섰던 이들 11인을 조명한다.

신상철 : 검찰 기소 재판만 5년째, 직장암 3기판정에도 분투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국방부가 구성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민간조사위원으로 당시 민주당 추천을 받아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는 천안함 첫 조사를 위한 회의가 열린 그해 4월 30일 평택 2함대에 갔으나 국방부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 조사단이 사실상 폭발로 결론을 정해놓은 것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미 선저에 스크래치를 들어 ‘좌초에 대한 언급은 왜 없느냐’고 따지자 현장에 있던 한 해군준장으로부터 ‘좌초는 검토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회의 이후 신 대표는 더 이상 합조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군이 사고원인을 조작 엄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체의 절단된 상태를 둘러본 결과 좌초 후 무언가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군 장성과 장교들이 신 대표를 고소고발한 데 이어 검찰이 8월 26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신 대표는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3일 “법정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장소가 되고 있다”며 “그래서 재판이 길어져도 견디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 사진=아우리픽처스  

이종인 : “폐선 가져다 놓고 실험하면 답 나온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0년간 해상 사고시 구조인양을 벌인 해난 전문가이다. 그는 사고직후 북한 어뢰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4월 15일 인양된 함미를 보고 “폭발이 아닌 좌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절단면의 형태가 폭발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없으며, 함미 선저 일부에 고르게 나타난 메탈(철) 스크래치와 작은 ‘파공’은 좌초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좌초, 충돌, 내부폭발 사고 선박과 생존자 및 시신 구조인양을 했던 경험에 비춰 폭발사고가 나면 시신이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의 근거이다. 실제로 천안함 생존자와 시신에서 화상이나 파편상과 같은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22일 최문순 당시 민주당 천안함 특위위원과 함께 백령도 해역을 탐사한 결과 근해 홍합여(암초) 바닥이 뭔가에 긁힌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8월 백령도 사고해역 탐사 땐 천안함 함미침몰 지점에서 미상의 침선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방부는 당시까지만해도 이를 밝힌 적이 없었다. 사고원인 파악을 위해 그는 폐선을 놓고 폭발실험을 해보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윤기 : 천안함 의혹 방송으로 징계…재판 4년째

강윤기 KBS PD는 지난 2010년 5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추적60분>에서 천안함 의문을 제기했다. 정권에 장악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당시 KBS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11월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 방송되는 과정에서는 불방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번어뢰에 붙은 가리비 조각’ 대목을 삭제한 채 방송됐다. 하지만 방송된 내용만으로도 반향을 낳았다. 당시 추적60분에서는 △합조단이 폭발재라고 결론낸 흡착물질이 해수에서 기인한 수산화물(비결정질 황산염 수산화수화물)이었다는 분석결과 △사고당시 백령도에 다른 초소도 있었다는 사실 △휘어진 함미 스크루 분석은 사실 스웨덴 조사단이 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밝혀냈다. 강 PD는 앞서 그해 5월 <추적60분>에서도 해군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좌초라고 설명했다는 실종자가족 인터뷰를 처음 방송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는 당시 MB정권의 괘씸죄를 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추적60분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를 내렸다. 강 PD는 부당한 징계라며 징계처분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4년 째 벌인 끝에 최근 항소심까지 승소를 받아냈다. 방통위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심인보 : 백령도 초소 발견… 이젠 뉴스타파 기자로 천안함 추적

심인보 기자는 강윤기 PD와 함께 KBS에서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제작했다. 그는 사고당시 근무했던 또다른 백령도 초소를 발견해 현장취재를 통해 ‘당시 아무런 폭발음을 듣거나 불빛,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을 방송했다. 그러던 심 기자는 최근 KBS의 기자생활을 접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본인 스스로를 더욱 긴장시키며 살아야겠다는 판단으로 회사를 옮겼다고 한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로 옮긴 다음에도 천안함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추적 취재를 벌이고 있다. 천안함 사건 5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대부분의 기자들이 판박이 같은 추모기사나 안보확립을 촉구하는 기사를 쓸 때 그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안수명 : 자비 10억 들여 미해군 자료 확보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잠수함과 크루즈 미사일 등에 들어가는 신호처리 및 관리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는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어뢰라고 결론을 내리자 미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미 해군을 상대로 천안함 조사를 벌인 미군측 조사단의 조사활동 자료를 요구하며 소송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4년 간의 소송전 끝에 지난해 9월 미군측 조사단장이었던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이메일 등 20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그는 이 소송에 자신의 사재 100만 달러(10억 원)를 들이는 등 천안함 진실 찾기에 돈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 2013년엔 국내에 들어오려다 입국이 불허되는 박해를 당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합조단의 보고서가 비과학성과 비양심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 과학적 양심 지키다 조선일보와 정면승부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합조단이 수거한 어뢰잔해에 쓰인 ‘1번’이라는 매직글씨가 폭발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의문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합조단의 중간조사결과 발표자료에 포함된 흡착물 분석 데이터 가운데 ‘수조 폭발 실험’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천안함 사건은 ‘과학사건’이 됐다. 천안함 원인을 밝히는 데 과학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조선닷컴)의 왜곡보도에 맞서 소송전을 벌인 끝에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4월 3일 조선닷컴에 실린 <나꼼수, 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왜곡해  ‘폭침’ 부인>이라는 조호진 조선일보 기자의 기사에 대해 이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항소심(2013년 10월)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안철상 부장판사)는 “이 교수의 주장 자체를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고 사실과 다른 기사를 통해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구성된다”고 판결했다.

서재정 : 수중폭발 충격파는 없었다, 과학으로 입증

서재정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천안함 사고 이후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 수중폭발로 인한 충격파로 볼 때 천안함 함미처럼 깨끗할 수 없다는 과학적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서 교수는 천안함 1주기인 2011년 3월 토론회에서는 합조단 보고서 자체가 천안함이 폭발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수중폭발시 3000도의 고온을 동반한 뜨거운 불덩어리가 발생하는데 정작 보고서엔 723도 이상의 열이력은 없었으며 전선이 절단될 때 열흔적이 없었다고 기재돼있다”며 “근접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발생했어야 할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 고열 그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아 ‘근접 수중폭발했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당시 합조단이 제시한 선체 외판의 휨 현상 등에 대해 좌초나 충돌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교수를 마친 뒤 지난해 국제기독교대로 옮긴 뒤에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

양판석 : “합조단은 과학이란 말, 상대에 윽박지르는 데 사용”

천안함 침몰원인이 어뢰폭발이라는 증거로 제시된 선체와 1번 어뢰의 흡착물질 성분이 폭발재가 아닌 수산화물이라는 분석을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캐나다 거주 학자였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구과학과 분석실장은 2010년 이정희 당시 천안함 특위 위원이 확보한 흡착물질을 분석한 결과 고온의 폭발로 나타나는 물질이 아닌 수산화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양 박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애초 ‘어뢰 흡착물=함미 흡착물=함수 흡착물’이라는 합조단 논리대로라면 분초를 다투는 와중에 굳이 시간을 더 투자해서 폭발실험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는 그들 스스로도 폭발에서 생성된 물질이라 확신하기 힘들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적 결론이라는 합조단 주장에 대해 양 박사는 “과학적이란 말을 상대방을 윽박지르고 위협하기 위해 사용했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란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합조단은 과학이란 용어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선원 : “수심 20m, 아군기뢰 폭발 가능성 크다”

박선원 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국제정치학)은 천안함 사고 직후 천안함의 항적 및 미국정보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미군만이 천안함 운행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2년 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고지점 수심이 20m였다’는 박연수 천안함 작전관의 법정증언에 대해 “‘수심 20m’ 지점이라는 것이 법정 증언에서 확보됐고, ‘폭발’의 경우 지진파가 그것을 충족시켜준다”며 “‘수심 20m’에서 폭발했다는 것은 합조단 최종보고서 안에 있는 고정형 기뢰(육상조종기뢰)가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황수 : 잠수함 충돌론을 괴담에서 학설로 끌어올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과)는 천안함 사고원인 가운데 가장 금기시 돼 온 잠수함 충돌론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하나의 가설로 확립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2일 캠브리지대 머로 카레스타 연구원과 함께 국제학술지 ‘음향학과 진동학의 진전’에 게재된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천안함 사고발생시 나타난 지진파의 스펙트럼이 8.5 헤르츠 대역에서 강한 피크의 진폭과 조화주파수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와 카레스타 연구원은 “천안함 사고 순간 발생한 지진파가 113m 길이의 잠수함에서 나오는 진동의 고유주파수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엔 어뢰잔해 수거 지역을 분석한 결과 1번 어뢰가 천안함 침몰 위치에서 최소 90m 이상 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TOD 동영상에 나타난 천안함 함수가 200도 이상 회전한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원식 : “감춰진 진실, 정보공개 청구로 밝혀야”

김원식 민중의소리 뉴욕특파원은 애초 ‘뉴요코리안’이란 필명으로 서프라이즈 등지에서 천안함 사고원인 분석을 해온 블로거로 더 잘 알려져있다. 그는 잠수함 충돌 가능성, 지진파의 허점, TOD 시간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뉴욕에 거주해온 그는 서울신문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통신원으로 뉴욕에서 국제관계 기사를 송고해왔다. 그는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정보공개 청구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출처: 미디어 저널

온라인뉴스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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