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횡..'내부 비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 하고 있다는 지적 나와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밝힌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전말이 한동안 세간에 회자 되면서 깊은 충격을 안겼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조직 내부에서 성추행뿐만 아니라 강간을 당한 검사도 있다"고 밝히면서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서지현(왼쪽) 검사와 안태근 전 검찰국장.

서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이 촉발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사건 처리 과정과 관련된 현직 검찰 간부들을 경찰에 고소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수사가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 5월 당시 권모 법무부 검찰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문모 전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가 있던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던 권 전 감찰과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지시를 받고 서 검사를 면담하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정 부장검사와 문 전 법무부 대변인은 언론 대응과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서지현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 검사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은 직후 경찰은 고소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권 전 과장이 서 검사와 면담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당시 면담기록 등 검찰 내부자료가 필요하지만, 검찰이 경찰의 관련 자료 요청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에 대한 의혹 규명이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검찰은 정작 기초 자료 제출부터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 검찰이 '내부 비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까닭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최근 세 번째 자료 요구 공문을 보냈다. 앞서 두 차례의 자료 요청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모두 "관련 자료가 없다"며 법무부는 대검에, 대검은 법무부에 물으라는 식으로 자료 제출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검찰의 서로 미루기 행태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며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경위급 경찰관은 "역으로 검찰이 경찰을 수사했으면, 이런 기초자료를 확보하는데 이 정도까지 걸릴 일이겠냐. 한 달이면 확보하고 남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찰관도 "장관이 지시까지 한 서 검사의 면담 기록은 어떤 형식으로든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없다'는 이유로 제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하다"고 밝혔다. 고소인인 서 검사 또한, 해당 수사와 관련,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 검사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에 이들(현직 검사 간부)을 고소했지만 검찰의 자료 제출 거부로 수사는 멈춰있다"며 "피의자인 위 검사들은 검사장 및 최고 요직으로 당당히 승진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초경찰서는 자료 요청 회신 기한까지는 우선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세 번째 자료 요구 공문을 보냈다"며 "자료 회신 기간이 남아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수사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자료가 와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아직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서 검사의 주장에 따르면, 안태근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은 지난 2010년의 일이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쯤 한 장례식장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 안태근이 동석했다. 내가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됐는데,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검사는 이후 납득할 수 없는, 좌천 성격이 강한 지방 발령과 가해자로부터 사과 받지 못한 사실을 밝히며 이를 폭로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 검사는 이 일로 2014년에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2015년에는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서 검사는 인사발령 배후에 안태근이 있었다면서 "안태근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 검사는 검찰의 사건 배당 방식에 대한 개선도 주장했다. 서 검사는 지난 9월 9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판사도, 변호사도 잘 모르는 건데 검찰은 사건 배당을 부장, 차장이 손으로 한다”며 “사건을 들여다보고 주고 싶은 검사한테 주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70년대부터 무작위배당을, 2003년부터 컴퓨터 배당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장검사가 임의로 사건을 배당하면 검찰 내 ‘라인 챙기기’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검찰은 한 번도 (사건을) 무작위 배당한 적이 없다. 구속사건은 차장 이상이 주고, 불구속사건은 부장이 준다. 어렵고 힘든 사건은 말 안 듣는 놈 주고, 실적 잘 나올 사건은 말 잘 듣는 놈 준다”며 검찰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고발한 바 있다.

서지현 검사 페이스북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검찰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때 배당실이라는 빈방에서 사건 서류들을 쭉 가져다 놓고 손으로 배분하는 걸 직접 봤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마음에 드는 후배 검사만 키워주냐”는 글을 올렸다. “영화 부당거래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 서지현 검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검찰을 비판판 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조 후보자의 적격 여부도 잘 알지 못한다”며 “정 교수를 기소가 극히 이례적 수사라는 것과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도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가득한 검찰, 재판에 집중하는 판사들이 가득한 법원, 조직 논리를 따라가지 않은 공직자들이 가득한 공기관들을 만들 때 비로소 지속적인 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같은 날 “보아라 파국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 “제바알 제에발,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을 너무 모른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이 같은 게시물은 500건이 넘는 공유와 수백 건의 댓글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조폭 문화’란 지적이 나오는 검찰의 '무소불위' 행태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충실하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이들을 견제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숙제로 남는다.

검찰은 검찰끼리 챙기고 도와주는 소위 ‘조폭 문화’란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앞서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있을 때 연간 무려 1000여 차례 이상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라는 것인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렇듯 자기들끼리만 싸고도는 문화가 남아, 이와 같은 성추행 폭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실상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회가 밥그릇 싸움에만 관심 있고, 실제 제도적 미비를 고쳐야 하는 막중한 책임은 망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데 신임 법무부 장관의 입각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숙원이던 공수처 설치가 한발 성큼 다가왔다. 이제 좋지 않은 조폭 문화에 뿌리 깊이 길들여진 검찰 조직과 거대 기득권 언론, 정파적 이익에만 매달린 기득권 야당에 대한 견제를 국민이 앞장서면서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각계에서 입을 모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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