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민국 나경원 손글씨가 적힌 방명록과 현장에서 찍은 나경원 모습.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우리 일본" 발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일민국 작성 논란에 휩싸였다. (자료=나경원 원내대표 페이스북)

[정현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내 광복절 기념식을 불참하고 지난 15일 중국 충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대일민국’이라고 적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앞서 나경원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우리 일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자한당 원내대표실은 "우리란 표현은 '의미 없이', 그리고 연결어처럼 덧붙여진 것이다. 말버릇이자 단순한 습관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광복절의 '대일민국' 글씨는 나경원 대표가 "우리 일본" 발언을 한 직후라 더욱 파문이 일었다.

나 원내대표실은 “원래 필체가 그런 것”이라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청사까지 ‘대일민국’이라고 방명록에 썼겠느냐. 상식적으로 판단해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나 원내대표의 예전 방명록까지 가져와 글씨체를 비교했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가 ‘한’자를 쓰는 방식을 패러디해 ‘나경원 필체’를 만들었다. 이 필체로 ‘자유한국당’ 로고도 만들어 ‘자유일국당’이라며 확산시키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실은 확산되는 논란을 막고자 ‘필체 논란 기사를 내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앞서 댓글이 맘에 안 든다고 백 수십여 명의 네티즌 고소에 이어 또다시 공당의 정치인이 비판이 듣기 싫다며 언론과 시민에 대한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대해 전우용 교수는 “‘김정은 대변인’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어서 모든 언론이 ‘김정은 대변인 논란’이라는 기사를 낸 건 아니다”라며 나 원내대표의 사례로 되짚어 반박했다. 정치인은 공인이라 싫든 좋든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고소를 하겠다고 나오는 막무가내에 대한 역설적 발언인 셈이다.

'대일민국'으로 보이는 글씨체와 '우리일본' 발언은 말실수가 잦은 나 원내대표의 해프닝이라고 좋게 봐주더라도 더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방명록 내용을 올리면서 함께 쓴 다른 글이 임시정부를 대하는 그의 역사인식과 함께 더 논란이 됐다.

그는 SNS에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 대한민국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의 "74년 전 오늘,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945년 8월 15일 당시 대한민국의 국호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해 반포한 1919년에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정해졌다고 봐야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누구나 상식적으로 주지하듯이 1919년에 수립이 됐고, 올해가 100주년이다. 실제 임시정부가 당시 선포한 헌법에 해당하는 1919년 4월 11일 임시헌장에는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광복절 기념식을 마다하고 평소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한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부랴부랴 임시정부 청사에 가서 기껏 임시정부의 뿌리를 부정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 원내대표 측은 대한민국 국호는 1948년, 제헌 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공식 제정된 거다, 그러니 이전에는 국호가 정해졌다고 할 순 없다, 이렇게 답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호는 1948년 7월 1일 제헌의회 표결에서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조항이 통과돼서 확정된 것은 맞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임시정부에서부터 쓰기 시작을 했고, 헌법에도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1945년 일본 압제하에서 해방을 맞이한 때가 아닌 뉴라이트 계열에서 제기한 1948년 건국절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으로 이어져 논란이 계속될 조짐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발자취를 찾아 중국 중경에 왔다"고 화두를 던지고 광복절 74주년을 맞이하는 자신의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쓴 글은 국내에서는 '노 아베'를 외치며 일본 아베 정권의 일방적 경제침탈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고 규탄하고 있을 때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와는 한참 동떨어졌다는 시각이다.

그는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흔들어대는 북한 앞에 관대를 넘어 굴욕을 보이는 이 정권은 지금껏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일본 아베'는 한 번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권과 북한이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의 단어는 정부를 비난하면서 9번이나 썼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싱크와이’ 소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거기가 충칭 대한민국 임시 정부 청사(重慶 大韓民國臨時政府 廳舍)라고 불리는 곳인데 알고 가셨겠죠?”라며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아가 그 뿌리를 부정하는 듯한 말까지 꺼내드는 것은 참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소장은 “1948년 국호가 정해진 것은 맞다. 나 의원이 광복절에 임시정부에 가서 1945년은 국호도 안 정해진 혼란한 상태였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며 ”36년 일제치하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싸우다 산화한 호국영령을 무시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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