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이 다양한 재능을 소유한 구성원의 경영참여 기회를 늘리고 그들 역할의 비중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종업원만족 경영이 고객만족 마케팅 못지않게 중요하게 되었다.

종업원만족(employee satisfaction) 경영이란, 종업원에게 경영 참여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고, 그들을 더 인간답게 대하며, 그들의 타당한 요구를 더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제도에서 경영을 하는 기업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다루는 경쟁 무기는 고객만족 마케팅이다. 시장이 금 밭이고 그 소유주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품질로든 가격으로든 서비스로든 그들의 흥미를 끌고 만족시켜 마음을 사로잡아야 경쟁에 이기고 판매에 성공할 수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 공급판매자 중심의 마케팅 시절에는, 지금처럼 고객의 요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렸고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의 불만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고, 그것을 해소해 주기 위한 애프터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고객의 욕망을 미리 살펴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는 다양한 유연성의 패러다임은 깨어나지 않았다. 보다 값싸고 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파는 걸 능사로 삼고 그게 마케팅의 정석이었다. 시장경쟁의 중심축이 가격과 품질에 붙박인 게 뿌리 깊었다. 그런데 정보화 시대가 열리고 네트워크의 구축이 보편화되고 확산되면서 고객은 시장에 넘치는 지식과 정보에 빠르게 깨우치고 상품을 비교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쯤에서 양산된 제품은 수요의 신장세를 앞질러 공급됨으로써 매출회전을 둔화시키고 시장 재고로 쌓이게 되면서, 경쟁의 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가열 시켰다.  그때까지 주 무기로 사용했던 저가 고품질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새로운 우위경쟁력의 개발이 절실했다.

해서 시장양상 변화의 산물로 소비자 중심 마케팅이 등장했다.
‘market-in’으로 표현하는 그 특징이란 문자 그대로 구매자인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마케팅’을 한다는 데 있다. 고객 또는 소비자의 욕구나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제품을 개발하고, 그들의 불만을 경청해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해결하는 게 곧 최선의 고객유지 책이고 판매의 회복이다. 나아가 그들에게 어떤 부가가치를 확보해 주는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시장의 유지는 물론 새로운 고객의 창출까지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마케팅 방식의 변화는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기회와 편의와 혜택과 이익을 주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구매자 고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많은 기회, 주문과 배달과 결제에 관련된 각종 편의의 제공, 다양하게 끊임없이 제공하는 유익한 시장정보와 상품정보, 우량고객에 제공하는 각종 혜택과 우대 조치 등 소비자나 고객은 돈주머니와 함께 ‘유익한 서비스 장바구니’를 공짜로 차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드디어 고객만족 마케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고객만족 마케팅은 시장경제의 총아로 기업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이젠 그 마케팅 방식에 이의를 달거나 반대하는 기업이 없다. 오히려 너무 그것에 편중돼 마케팅을 하느라 기업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시장의 우위경쟁력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신속하게 신제품을 개발해야 되는 매우 위험하고 과중한 개발투자 자금의 부담, 고객의 끝이 없고 불합리한 불만과 요구를 해결해 주기 위해 들이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고객관리 비용, 보다 나은 고객만족이 부추겨 날로 가열되는 치열한 경쟁, 애물단지에 계륵 같은 존재인 고객과 종잡기 어려운 밴드왜건을 예사로 올라타는 무책임한 소비자와 뜬구름처럼 변하는 로열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고객 등, 마케팅이 섬기는 왕이란 참으로 섬기기 어려운 존재가 시장에 혼재돼 있으며 어지럽게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어쨌거나 기업은 시장을 지배하는 소비자를 두려운 왕으로 여겨 지극정성으로 섬겨야 하기 때문에 기업철학이나 경영제도나 마케팅전략이 함빡 고객만족을 위주로 하는 경영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은 마케터들을 비롯한 경영 참여자의 가치지향적인 개인적 변화와 프로세스의 개선을 전제로 삼게 되었다. 마케팅은 더 이상 단순한 기법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고객만족 경영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복잡한 소비자나 고객의 욕구와 요구를 신속하고도 효과적이며 경제적으로 충족시켜 주기 위해 그에 적합한 재능을 소유한 구성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들이 참여하는 의사결정방식과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에 시장경쟁력의 우위성에 직결되는 생산성 위주로 경영 전략을 설계하고 경영하던 방식에서 진일보 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관리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시장경쟁력 못지않게 내부 경쟁력이, 제품경쟁력 못지않게 관리경쟁력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종업원만족 경영이 필요한 이유/pixabay

그러한 상황변화는 새로운 경쟁수단으로 지식경영을 도입함으로써 더욱 그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그들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그들의 올바른 결정이 중요해진 참여경영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된 현상이 나타났는데, 우선 그들의 불만을 가볍게 다룰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비단 불만이 쌓여 노사분규로 비화돼 큰 손실을 입히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영효율을 갉아먹으며, 개인 에너지의 시너지로의 합성을 방해하고, 경쟁마당에 필요한 활력과 신명을 죽인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은 때문이다.

과거에는 종업원 불만 따윈 대수롭지 않게 여겨 가볍게 다루거나 일방적으로 묵살했다. 그것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고 나아가 회사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인식이 부족했으며, 그런 영향을 실제적으로 계산해 보지 않았다. 그것은 으레 낮은 보수나 열악한 작업환경, 비인간적인 대우에서 생기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것이 성취욕이나 공동체 귀속감이나 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이나 희망을 거는 기업 비전 같은 것들에 대한 불만족과 실망에서도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기업은 시장경쟁에 전 사원을 전사로 총동원해 출전시키면서 전투력을 북돋을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게 되었다. 실탄으로 쓸 마케팅 비용을 넉넉하게 지급하고, 광고와 판촉으로 지원사격도 하며, 힘내라 많은 판매수당을 주고, 목표를 달성하고 승리해 돌아오면 응분의 포상은 물론 전리품을 나눠 주겠다 약속도 한다. 그리고 승전을 위해 필요한 저들의 제안과 의견과 요구를 귀담아 듣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기업이 경청하고 소중히 다루며 왕처럼 섬겨야 할 대상은 소비자나 고객으로 시장에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 참여경영의 주체인 종업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저들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완수할 책임을 지우면서 동시에 그 성공적 달성을 위해 저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저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경영은 민주화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저들이 기업의 주인공으로 좋은 기업 만드는 주체요 저들의 만족에서 놀라운 시너지가 분출되고 경영성과의 달성도와 크기가 그 만족지수에 비례한다는 이치에 맞춰 경영하는 것을 일컬어 종업원만족 경영이라 한다.

우리나라 기업 특유의 고질 중에 한 가지가 ‘외화내빈 성향’이다.
그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네 기업들은 과거에 그저 바깥 시장에서 고객을 만족 시키는 마케팅이나 경영에만 정신없이 몰두하는 편향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느라 종업원은 갈 데 없는 찬밥 신세였다. 예컨대,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고 시장에다 거액을 처들여 약효를 가늠할 수 없는 전파매체 광고를 쏟아 부으면서도, 안으로 종업원들의 불만을 청취하고 조사하여 처리하는 변변한 조직이나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드문 실정이다.
 
종업원만족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그게 경쟁에 이기고 이익을 극대화 시키며 좋은 기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커다란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 힘은 기업을 성장, 발전시키는 힘일 뿐만 아니라, 기업을 위험과 공격과 퇴보와 부패로부터 방어하는 힘이기도 하다. 전자는 경쟁력이고 후자는 관리력인데, 모든 게 다 개인이 소유하고 발휘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그런 능력을 ‘사원 가치’라고 하고, 그런 능력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로 소유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발휘하는 종업원을 ‘가치 있는 사원’이라 한다.

따라서 사원은 가치 있는 사원이 되도록 자신을 변화시키고 계발해 능력을 소유해야 하며 부단히 노력해 그런 능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게 종업원만족 경영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고 그걸 누릴 사원의 의무이기도 하다. 

최근에 와서 부쩍 종업원만족 경영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종업원을 만족시킨다며 ‘깜짝 이벤트’까지 등장하는 유난스러운 변화양상은 어쩐지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이벤트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여서 그것을 통해 줄 수 있고 받는 감동이란 요란하게 벌이는 만큼 만족의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유의 이벤트가 마치 ‘매운 맛 나는 닭발’처럼 너무 화끈하고 너무 감칠맛 나서 다른 맛을 다 죽인다면 문제를 낳는다. 웬만큼 감동을 주어서는 만족할 수 없는 ‘감동의 활상滑翔현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에는 저런 유의 감동보다 훨씬 더 오래 가고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감동거리가 많다. 그런 것들이란 그렇게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화끈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며, 딴 맛들을 시들하게 느끼게 만들 만큼 미혹 적이지 않아도, 기업한테 조강지처 같은 사랑을 쏟게 한다.

요즈음 대기업들 치고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데가 없는데, 그것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방어력은 화끈한 닭발 같은 깜짝 감동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성숙되고 질긴 유대감에서 나오는 가족정신에 있는 것이며 가장 충성스러운 우군이란 사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종업원만족 경영을 하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금기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첫째는 사원을 어떠한 이유에서든 부정비리의 하수인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그런 짓은 신뢰를 죽이는 적이며 감동을 죽이는 독이다. 애사심이나 충성심이란 깨끗한 사원한테만 깃들 수 있고 정직한 사원만이 정상적으로 감동해서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사원이 부패하게 되면 만족의 눈금자가 작동을 멈추며 감동의 감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원을 부품처럼 여기지 말아야 한다.
사원을 존중하지 않는 종업원 만족 경영이란 있을 수도 없고 무의미하다. 사원을 인간답게 존중하는 것은 지혜로운 경영의 기본이다. 사원을 부품처럼 여기면 그의 마음을 얻는 것이 불가능함은 물론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재능도 부품 수준으로만 발휘되며 시너지로 승화시킬 수 없다.

셋째는 사원을 머슴처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사원을 경영의 주체로 삼을 때만이 그들의 재능이 소중하고 강함을 알 수 있고 비로소 그들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사원을 머슴쯤으로 여기며 부리는 한 그럴 필요가 없다. 결국 공존공영의 윤리나 정신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종업원만족 경영이란,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발언권이 강해져서 저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경영성과를 높이고 동시에 기업 평화를 유지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대세를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 하는 것이다.

종업원만족 경영이란, 무슨 시대적 패러다임이 아니라 경영의 기본이요, 지혜로운 경영의 정도일 뿐이다. 종업원만족 경영도 역시 마음먹기에 따라 시작할 수 있고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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