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의 깜짝 선물
지난 4월 21일 한국재벌(財閥)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미국에서 터졌습니다. 너무나 감격적이고 가슴 따뜻한 이 일을 한국의 재벌들이 배울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벌이란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를 뜻합니다.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범(凡) 삼성가(삼성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이나, 범 현대가(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범 LG가(LG그룹, LG전자, GS그룹, LS그룹, LF그룹, LIG그룹) 등이 대표적입니다. 재벌은 영어사전에도 등재된 고유명사이지요. 물론 대한민국 재벌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말입니다.

재벌들은 혼맥(婚脈)과 혈연으로 맺어지고, 부와 권력의 세습이 강하게 이루어지는 등의 비교적 중세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어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재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정의가 아닙니다. 자수성가해서 대기업의 오너가 되어도 혈연적 관계의 인물들을 그 기업 고위직에 배치하지 않는다면 재벌에서는 제외된다고 하네요.

반면에 대기업이 아닌 어느 정도 자본이 있는 중견기업 급 에서 혈연적 관계의 인물들이 고위직에 있거나 족벌 식 계열사를 거느린 상황이라면 재벌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졸부(猝富)들은 재벌로 발전하기 힘들지요. 최소한 2세대 정도는 지나야 재벌소리를 듣습니다.

사실 새로운 갑부(甲富)는 ‘재벌’과 같은 혈연적 기업체로 발전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재벌은 정경유착과 고도성장 시기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규모가 매우 커져서 성장이 둔화되었고 재벌 규제로 혈연적 문어발식 복합기업 경영이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한국경제에 이바지 한 바도 크지만, 대체적으로 재벌로 성장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한창 기업승계를 위한 ‘상성바이오 로직스’ 사건이 아마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요?

그런데 바다건너 미국에서는 한 흑인 억만장자가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에 깜짝 선언을 했습니다. 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금, 우리 돈으로 500여억 원에 달하는 돈을 모두 갚아 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통 큰 선물 덕분에 졸업식장은 순식간에 축제로 변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장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를 배출한 이 대학 졸업생 400여 명 앞에서 사모펀드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설립자 ‘로버트 스미스’는 가 깜짝 발표를 합니다.

“우리 가족은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순간 스미스의 졸업 선물에 식장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습니다. 스미스가 이번에 약속한 지원금은 대략 4000만 달러, 477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학자금 대출규모가 1788조원을 넘어서 사회문제가 되는 미국에서 스미스의 기부는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청년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일라이자 네슬리 도무스라는 한 모어하우스대 졸업생은 얼마나 감격했는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외쳤습니다. “돈 많이 안 쓰고 검소하게 학자금을 갚으며 살았지요. 이 말씀을 듣고 무릎을 꿇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스미스는 2000년 설립한 사모펀드의 자산규모가 54조원이 훌쩍 넘는 억만장자입니다. 그리고 이 모어하우스 대 뿐만이 아니라 모교인 코넬 대학을 비롯해 교육⦁문화계에서 활발히 기부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스미스의 ‘깜짝 선물’에 졸업생 400명이 모인 행사장은 이내 환호와 환성,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학생들은 ‘MVP’를 외치며 열광했습니다. 스미스의 발표를 이날 행사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처음 들은 데이비드 A. 토머스 총장은 MVP가 ‘가장 소중한 사람’ 혹은 ‘가장 소중한 독지가’를 의미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지에 설명했습니다.

경영을 전공한 일라이자 도머스는 9만 달러(약 1억 원)의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 했다며 “할 수만 있다면 백 텀블링을 하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졸업식장에 오전 6시부터 나와 있었다는 제이슨 앨런 그랜트는 스미스의 연설이 시작할 때쯤 매우 피곤했지만, 대출금을 갚아준다는 발언에 졸음이 싹 달아났다며 “우리 아버지는 너무 좋아서 거의 돌아가실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서 근무하는 그랜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10년을 더 일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스미스는 학생들에게 “제군들의 학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 제군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달라고 당부한다.” 고했습니다.

AFP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치솟는 교육비와 학자금 대출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고 합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학자금 대출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788조원)를 넘어섰다고 추산했습니다.

스미스는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이 선행을 계속 이어나가리라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넬 대학을 나와 화학공학자로 일했던 스미스는 2000년 사모펀드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그의 재산은 무려 44억 달러로 추정되며, 2015년에는 유명 흑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미 연초에 모어하우스 대학에 150만 달러 기부를 발표하기도 한 스미스는 이날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스미스는 2017년엔 이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기부 서약’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이 스미스 같은 거인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는 없을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5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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