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상사〗8회

신촌의 거리는 언제나 젊은이로 가득 찼다. 이화여대와 연세대, 서강대…… 길가의 젊음은 모애에게 더욱 청춘을 그리워하게 한다. 옷을 파는 거리의 상점가는 벌써 새로운 유행패션을 선보인다. 모애는 좀 더 젊어 보이면서 우아한 자기 스타일의 패션을 생각한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깊은 가을의 찬란한 날에 모애는 연대 뒷쪽의 캠퍼스로 이어지는 그 가로수 길을 걷고 걸으며 그를 생각하곤 하였다. 어느덧 배가 고팠다. 상점가에 특별세일하는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모애는 혼자만의 낭만적으로 자신만의 즐기는 이 습관을 사랑하였다. 사랑하는 그를 생각하며 붉은색 와인을 마시며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모애는 연어스테이크를 자르며 천천히 점심식사를 하곤 하였다. 레스토랑은 붉은 카펫과 아름다운 조명 가운데 반짝이고 있었다. 모애는 핸드백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이럴 땐 조용한 시를 적어보기도 하는 모애의 습성이었다.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천천히 적어보기 시작하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언제나 늘 보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아! 난 왜 이렇게도 그대의 모든 것으로 가득 찼는지…… 당신은 지금껏 만난 어떤 사람보다 나에게 가깝게 느껴지며 영혼과 몸이 하나가 된 듯합니다.

당신! 그대는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요? 대답해 봐요. 나 혼자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일까요. 그대의 눈동자, 그대의 목소리, 그대의 모든 것을 난 이미 사랑해 버렸습니다. 아! 괴롭고도 고독한 이 사랑!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싫은 이 사랑! 그리고 알려지면 부끄럽게 되는 이 사랑! 이 사랑에 왜 나는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대의 품에 안기며 그대의 따뜻한 피부의 숨결이 느껴지며 함께 영원토록 같이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서로가 마주치면 아닌 척 외면하고 가까이 다가갈 때면 자제하는 가운데 싱겁게 끝나버리는 이 반복되는 비극의 시간을 이제 끝마쳐야 하리라.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솟아오르는 연정을 누르고 눌러서 일그러뜨려야만 하는 이 반복의 순간들! 그것이 잘한 일이라고 몇 번이고 여기면서도 아쉬운 이 사랑!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은 어찌하시렵니까! 세상의 눈을 속이고 우리의 사랑을 진행하시렵니까, 아니면 이제 그 모든 것을 한 때의 불장난으로 여기고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까! 난 압니다. 그대가 나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의 자제하는 모습도 그 모든 것을 숨을 쉬듯 다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대의 분위기, 그대의 가치관, 그대의 아름다운 것들을 전 잃고 쉽지 않습니다. 갖고 싶고 누리고 향유하고 싶습니다. 정로를 걸어야 한다면 이것을 더러운 정욕으로 여기고 저 편의 바다에 내던져 버려야겠지요. 이렇게 다짐하고 하지만 다시 미련이 있어 돌아보는 어리석은 여인입니다.……>

여기까지 적어보고 모애는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은 왜 이런 고독한 사랑을 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자신의 피란 말인가!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눈을 떴다. 그런데 옆의 안쪽 깊이 자리 잡은 곳의 여자의 상체가 눈에 띄었다. 장미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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