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논설위원장 / 영어컨설턴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한다는 것은 어휘력이나 표현방식과 함께 언어의 규칙에 맞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언어규칙'이란 바로 문법이다.

영어 문법을 배울 때는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것과 연결을 시키는 훈련이 요구된다. 문법 자체의 지식으로만 배우면 실질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문법은 영어를 쓰고 말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규범이다. 그렇지만 문법 학습 자체가 영어 배우기의 모든 것은 아니다. 영문법만 중시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그것을 간과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문법을 실제 영어를 사용하는 데에 접목시켜 전체 문장의 맥락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지만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려면 당연히 문법은 필수적이다.

통상 '학교에서 10년간 영어를 배워도 말 한마디 못 한다'는 비판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영어를 문법으로만 생각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단지 학교에서 실용적인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영문법 교육을 잘못된 과정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다.

사실 한국 사람이 모두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의 영어에 대한 열정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한국 사람이 생활영어 중심의 회화를 다 할 필요가 과연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한국 사람이 영어 독해를 모두 잘 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 시대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통하면 신지식이나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식 정보 사회에서 경쟁력이 된다.

평생 살면서 원어민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단 한 번도 없다 하더라도 매일 전 세계의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생활에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그 게임의 규칙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규칙을 배운 후에는 누구보다 더 그 게임에 몰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그 게임을 영어라고 해보자. 영어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그 룰(rule)부터 이해하여야한다. 그래야 영어를 배우는 전술도 전략도 효과적으로 짤 수가 있지 않겠는가? 표준영어(Standard English)는 올바른 어법과 문법에 맞는 영어를 말한다. 설사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법이 맞지 않거나 문법이 틀린 영어를 쓰면 그것은 표준이 아닌 말씨, 곧 영어 사투리(Non-Standard Dialects)라고 볼 수 있다.

개인 사이의 대화나 사적인 편지에서 영문법이 좀 틀렸다 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회화에서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또한 단어만 쭉 나열해서도 뜻하는 바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가 있다. 간단한 손짓이나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품격 있는 표준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나 외교나 학문 분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영어가 문법적으로 엉터리라면 이미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법의 기본을 갖추지 않은 영어 소통은 그 자체로 권위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한 원어민이라 해서 모두 표준영어를 쓴다고 할 수 없다. 그와 반대로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라 해서 표준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예단 할 수도 없다.

우리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우거나 원어민이 태생적으로 영어를 배울 때는 자연스럽게 언어생활 가운데 문법이 체득될 수 있다. 일단 모국어로서 언어를 익힐 때는 자연스럽게 이미 일정한 규칙에 맞춰 말을 터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리말을 배울 때는 문법을 몰라도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런데 만약 이 한국 아이를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기른다면 그 또한 영문법과 상관없이 영어를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외국어로서 언어를 배울 때는 문법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데 영문법이 아주 중요한 학습이 될 필요가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규칙을 제대로 알고 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독해나, 작문이나, 회화를 해야 올바른 영어를 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 골조를 먼저 세우고 나서 하나하나 건물의 외형을 갖춰 나가는 것처럼 문법은 영어 학습의 골조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문법은 식물의 줄기요, 사람으로 치면 뼈대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건물의 골조나, 식물의 줄기나, 사람의 뼈대로만으로 완성된 구조체가 아니듯이 문법만 가지고 영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각각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들을 갖추어야 비로써 완전하게 되는 것이다. 입시 영어를 위해 문법책은 달달 외우는 데 일상적인 회화는 미흡하다고 치자. 그럴 경우 정확한 문법의 바탕 위에서 생활영어는 나중에라도 집중해서 배우면 더 완벽한 영어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문법을 무시하고 생활영어를 익혀 의사소통은 된다고 치자. 그럴 경우 나중에 문법을 배워 이미 몸에 배여 버린 말하기 언어습관을 고쳐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비원어민에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법도 중시하면서 동시에 생활영어도 균형 있게 습득해 나가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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