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전자 인간'의 태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인간을 위해 봉사하던 로봇암은 인간의 인형에게 조금씩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이 외출한 사이 로봇이 인형을 안고 있던 모습을 발견한 인간은 로봇 앞에서 인형을 파괴해버린다. 분노한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려 하지만 로봇1원칙에 의해 스스로 제지당하고 좌절한다. 부서진 인형을 로봇 앞에 던지고 자신과 인형,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인간 앞에서 로봇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문화행사 일환으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로봇아트를 선보였다. 살아 숨 쉬는 배우로서 로봇을 만나 볼 수 있던 공연 ‘MONO ROVE’의 제목은 monologue+robot+love 세 단어의 합성어로, ‘무대 위’에서 AI로봇과 사람, 인형이 등장하는 연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푸른달의 기적’을 일으켰던 박진신 연출은 극 안에서 인간과 인형, 로봇의 비극적 갈등 구조를 제시함으로서 로봇에게 감정(호흡)과 생각(드라마)을 부여하며 “AI에게 감정이 부여된다면, AI의 감정적 행동을 어디까지 용인하여야 하는가?”라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2017년 1월, EU의회에서 공상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소설에서 언급했던 ‘로봇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3원칙을 뼈대로 로봇(AI프로그램, 자율주행차량, 드론, 돌봄ㆍ의료용 로봇 등)을 ‘전자 인간’으로 규정하고 로봇의 의무와 권리의 법적 규정 채택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지금 '전자 인간'은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
공연예술에서 배우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지막 요소이다. 따라서 배우가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전혀 새로운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로봇아트들은 대부분 예전에는 구현되지 못하던 기술들의 뽐내기 작업의 형식이 많아 비전문가들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소통의 부재를 깨고 하나의 이야기들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일반인들에게 한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다.
일정패턴을 가진 반복 작업에 적합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구동되는 것이 이전 세대의 로봇이었다면 머신러닝(‘티칭’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음)을 통해 예술가와 프로그래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로봇은 창조성, 파격성 등 때문에 인간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지던 예술분야에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아직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가 대부분이지만, 언젠가는 로봇과 협업하여 예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킬 스위치(비상 상황에서 로봇의 작동을 멈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실험적이고 감동 있던 공연 <MONO ROVE>는 인형탈과 거인의 손과 발 등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하며 세심한 시도가 돋보이는 박진신 연출과 정유경 배우, 인형 KUHA, 로봇암 KUKA, 사운드 디자인/작곡 강안나, 비주얼디자인 최혜정과 엔지니어 원강호 그리고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전공 김호동 교수의 제작지도로 함께 만들어졌다.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사상 첫 도심형 과학축제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원의 최고 과학기술 성과를 한 곳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과학문화 행사도 다양하게 선보이며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과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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