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애는 TV 모니터를 눌렀다. 뉴스였다. <큐레이터>라는 여인의 보도였다. 가짜 학벌과 가짜 박사학위가 들통 났으며 고위직 정치인과 그렇고 그런 관계다, 그녀가 자신과 관계한 정치계의 남자들을 까발리고 그들의 도덕성을 드러내고,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였다.

모애가 볼 때는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였다.

“저 여자가 무슨 매력이 있어 남자들이 빠져드는지 모르겠어요?”

“왜… 야들야들한 가냘픈 매력이 있잖아!”

남편도 그 여자를 가까이 접하였다면 빠져들었을 것이다. 여자가 보는 눈과 남자가 보는 눈은 달랐다. 모애는 주의 깊게 다시 한 번 여인을 훑어보았다. 매력적인 여인이라서 그 수많은 명사들이 그녀와 관계되었고, 어느 날 자신이 위급해지자 되돌아선 그들에게 앙심과 보복의 감정…… 한때는 사랑하였던 사람에게 원망이 섞인 하소연! 명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그 여인은 어떤 여자일까! 자신의 매력을 확신하였고 자신에게 빠져드는 남성들의 모습을 볼 때, 황홀감과 함께 탐욕과 결탁된 관계! 한 남자를 자신에게 빠져놓게 하고 또 한쪽에서 다른 남자를 향하여 끊임없이 유혹의 매력을 발하면서 자신의 진가에 도취되어 보이는 그 여인……

자신의 몰락을 처절함 속에 도전하는 그 파렴치함과 허물어져 가는 이미지에 대한 고통. 제2의 술수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여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려 몸부림치는 듯하였다. 역시 매력을 담보로 하였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나락! 또 다른 센세이션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몸부림이었다.

한애자 소설가

모애는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 여자를 사랑하였던 남자들! 그러나 이제 물거품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고 그녀 역시 예전의 그 타오르는 매력은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이제 버림받은 외로움 속에서 절규할 것이다. 바로 지금이 그 모습이었다. 처절한 절규!

그 처절함과 몰락을 예감하면서도 모애의 가슴에 또 다시 상사가 가득 차올랐다. 그와 달콤한 키스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의 가슴에 안기며……

밤마다 그의 애무를 상상하며 즐기며 곁에 피곤하여 코를 고는 남편을 두고 아니, 어떨 땐 남편의 애무를 받으면서도 그를 생각하며 황홀해 하였다. 모애는 상사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니, 한쪽에선 허무한 게임이라고 그 결말을 예감하면서도 자신은 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이 한 때 사랑하였던 그들과 단 한 번의 데이트나 식사시간을 따로 개인적으로 가져보지 못하였다. 그저 한 직장에서의 지나면서 스침과 눈 마주침! 전체 모임이 있을 때, 남들이 느끼지 못하게 남몰래 주고받는 뜨거운 시선들! 그것이 전부였지만 실제로 함께한 시간 그 이상으로 그들은 가깝게 사랑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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