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응원과 힘 얻어..악법도 법이란 말 싫다"

[ 정현숙 기자]고 장자연사건의 증언자인 윤지오 씨가 신변 보호 문제 등 증인으로서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8일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윤 씨는 국회에서 열린 초청간담회에서 회의실을 가득 채운 취재진을 보고 윤 씨는 "사실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태어나서 처음 본다.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범죄의 크기를 무엇은 크고 무엇은 작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이라며 장자연 씨 사건에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며 "저를 위해 와주신 분들이 법 위에 서 계신 사람들에게서 저를 구원해주셨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응원과 힘을 얻고 있다"며, "올곧이 걸어왔는데 앞으로도 여기 와주신 분들과 함께 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를 지지하는 모임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이후로 의원들이 윤지오 씨의 진실을 향한 투쟁을 외롭지 않도록 저희가 나서서 잘 지켜드리자는 취지"라며, 윤 씨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의원들이 의로운 싸움을 지켜주고 동행하겠다”면서 여야 의원들의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 결성 의사를 전했다.

안 의원은 “내일 행정안전위원회가 열리는데 관련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각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말씀드린다”며 “지금까지 윤 씨를 외롭게 혼자 내버려 둔 점에 대해선 우리 국회의원들이 깊이 성찰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안 의원 외에 권미혁·남인순·이종걸·이학영·정춘숙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윤지오 씨가 겪었던 두려움과 외로운 시간들에 대한 국회의 성찰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용기 내준 윤지오 씨에게 감사하고, 권력형 범죄 뿌리 뽑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기자수첩 통해 ‘윤 씨가 성공 위해 고 장자연 씨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여야 국회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윤 씨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 “아침에 뉴시스 기사를 봤다. 뉴시스에 정정 보도를 부탁드린다. 정정 보도 하지 않으면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분노의 심정을 토로했다.

가칭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이 주최한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의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윤 씨는 뉴시스의 일방적 보도에 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는 사실만 봐주시고 부디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지켜줬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씨는 기자들이 비공개 진행으로 퇴장하는 도중에도 “뉴시스 기자 안 오셨나요?”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언급된 뉴시스 보도는 장자연 씨와 윤지오 씨의 전 로드매니저들의 입을 빌려 윤 씨가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이 유명세를 위해 언론 앞에 나서고 있다는 요지의 '기자수첩' 형식 기사였다.

"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 선인가?"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기사는 8일 오후 2시 현재 윤 씨가 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론을 덧붙여 "'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을 제목으로 수정 게재된 상태다.

앞서 최지윤 뉴시스 기자는 이날 오전 기자수첩에서 윤 씨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고 장자연 씨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해당 기자수첩에 따르면 2008년 당시 고 장자연 씨와 윤지오 씨가 소속된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관계자였던 권모 씨는 “지오는 옛날부터 유명해지고 싶어 한 친구다. 3년 전 내게 연락이 와 ‘한국에서 연예계 일을 다시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 장자연 씨의 담당 매니저였던 백모 씨는 “지오는 자연이와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지 않았다. 따로 연락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따로 만났다고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뉴시스는 기자수첩을 통해 2009년 당시 장자연 사건 수사 검사 발언을 인용, “윤지오는 2008년 8월 강제추행 장면에 대해 매우 상세히 진술하면서도 정작 강제 추행한 사람의 인상착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참석한 남자가 3~4명에 불과하고 상당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음에도 강제 추행한 사람의 인상착의를 잘못 기억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지오 씨는 고 장자연 씨와 친분이 없었다고 주장한 기사 속 로드매니저 백모 씨의 발언에 대해 "언니와 나의 통화, 문자 기록을 검찰과 경찰 모두 가지고 있다. 반대로 내가 친하지도 않은 (백 씨) 저 사람에게 가타부타 이야기를 늘어놓은 적 없다"면서 "가해자와 가해자 측근들은 입을 맞췄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으며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매니저 권모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권 씨가 윤 씨의 JTBC 손석희 대표와의 인터뷰를 만류한 사실을 언급했다. 윤 씨는 "권 씨는 처음 인터뷰 당시부터 내가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며 그만 하라고 말렸다"면서 "권 씨는 고 모 대표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 나와 언니의 로드매니저로 파티와 가라오케에 데려다주고 나왔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정 언론(뉴시스)에 대한 윤 씨의 반론을 전하며 "(장자연 사건은) 언론 권력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고 지금도 그 권력이 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인식에 함께했다"면서 "윤 씨가 오늘 지목한 특정 언론과 문제시 되고 있는 거대 권력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또한 피해자의 이름으로 명시된 사건 이름을 가해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기본적으로 이 사건은 성접대 사건이 아닌 성폭행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 점은 우리 의원들과 윤지오 씨가 함께 의견 일치를 본 내용이다"라면서 "김학의 사건처럼 가해자가 적시되는 성폭행 사건이어야 하는데 그 가해자가 특정이 안 된다는 점은 유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인 윤지오씨가 민주당 안민석·남인순·권미혁 의원 등과 함께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기자수첩을 쓴 뉴시스 최지윤 기자는 “윤지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서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일상을 공개 중이다. 윤지오는 팔로워 76만명이 넘는 SNS 스타가 됐다. 그녀의 말은 곧 ‘진실’이자 ‘정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자연 문건에 이름이 특이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장자연, 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식을 잃었다’, ‘장자연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윤지오가 TV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들 발언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윤지오 씨는 “하루에 1~2시간도 못 자고 있다. 그렇게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말한 뒤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향해 “많은 분이 관심 가져 주시는 게 많이 놀랍고, 와주신 것도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고맙다”고 답했다. 이날 취재하러 모인 100여명의 기자를 향해서는 “있는 사실만 봐주고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 핵심 증인이 윤지오 씨이기 때문에 증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참석한 행안위 소속 권미혁 민주당 의원도 “굉장히 불안하실 것 같다. (윤 씨에게) 자그마한 사건·사고들이 매우 많은데, 증인에게 유·무형으로 가해지는 위해가 있으면 낱낱이 밝혔으면 좋겠다. 국회에서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위가 내일(9일) 상임위원 회의가 있는데, 모두 다 듣고 와서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진실이 묻히지 않고 반드시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국회에서 윤지오 씨는 장자연 증언을 생생히 기록한 그의 저서 '13번째 증언'의 북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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