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걱정이란 무엇인가요? 걱정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쓰이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불안(不安)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요. 비슷한 말로 심려(心慮), 염려(念慮), 근심(根尋) 등이 있습니다. 근심과 걱정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근심걱정은 불안과 초조, 당황과 낙담이 일으키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 근심걱정은 두루 쓰는 말이지만, 각각 나뉘어 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는 있습니다. ‘근심’이 기왕에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 현재 불안의 상태로 나타난 것입니다. 반면에 ‘걱정’은 미구에 닥칠 것을 두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지요.

이 ‘걱정’이 습관적으로 되면 우울증이 됩니다. 이런 우울증이 지나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걱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worry’는 ‘사냥개가 짐승을 물고 흔든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걱정’은 삶을 물고 흔들어 서서히 죽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돈이 많다고 해서,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걱정’이 많은 이유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비교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많은 것을 가지려 할 때,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욕망’을 가지되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서울도봉구 도봉 1동에서 ‘무수옹(無愁翁)’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수옹이란 ‘근심 걱정이 없는 노인’을 말합니다. 무수옹이란 노인을 시험하려 했던 임금이 계책으로 구슬을 잃어버리게 했지만 우연히 얻게 된 잉어로부터 잃어버린 구슬을 찾게 되어 다시 걱정 근심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효행 담입니다.

조선조, 어느 임금님이 여러 나랏일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적이 쳐들어올까, 반란이 일어날까, 흉년이 들까, 자식들은 잘 클까 등, 걱정이 많았지요. 세상에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전국에서 근심걱정이 없는 사람인 ‘무수인(無愁人)’을 찾으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승 판서도 근심이 있고, 억만 장자들도 걱정이 있었으며, 어린아이까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노인을 찾았는데, 아들 열두 명을 모두 결혼시켰고, 아들과 며느리들의 효성이 지극해 매번 번갈아 극진히 모셨으니, 노인은 모든 것이 다 즐거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 노인을 ‘무수옹’이라 불렀는데, 소문을 들은 임금이 노인을 불러 무엇이 즐거운지를 물었습니다. 노인은 몸도 성하고 마누라가 잘 보살펴 주고, 자식과 며느리가 효도하고, 벗들도 많고, 자손들도 건강하고, 임금님이 나라를 잘 다스려 주어 춘하추동이 다 좋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고 말하였지요.

임금은 노인에게 근심거리를 만들어 줘 시험할 생각으로 구슬을 하나주고는 한 달 후에 다시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노인이 대접을 잘 받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강에서 배를 탔는데, 뒤에 따라오던 사람이 노인에게 말을 건네기를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임금이 맡긴 구슬을 꺼내다 이 사람이 팔꿈치를 치는 바람에 구슬이 한강 물에 빠지게 되었지요.

노인은 근심이 생겨서 집에 가서도 식음을 전폐하고 머리를 싸매고 눕게 되었지요. 자식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노인 혼자서 끙끙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노인을 위해 잉어를 요리해 주려고 했습니다. 며느리가 잉어를 잡아 배를 갈랐더니, 잉어 뱃속에서 구슬이 나온 것이지요. 이를 노인에게 말하자 노인이 보고는 자신이 강에서 떨어뜨린 그 구슬임을 알고 근심이 없어졌다고 좋아하였습니다.

한 달 후, 임금의 부름을 받고 노인은 다시 궁중에 들어가 구슬을 바쳤습니다. 깜짝 놀란 임금은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감복하였고, 구슬을 빠뜨리게 한 사람은 노인을 시험하기 위해 임금이 일부러 보낸 사람임을 밝혔습니다.

사람이 근심 걱정 없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과 주위의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만족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노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준 한 상담자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근심걱정을 분석해서 정리한 것이 있습니다.

40%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30%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결정에 대한 걱정/ 12%는 질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10%는 장성한 자녀들과 친구들에 대한 걱정/ 진짜 현실의 문제에 대한 걱정은 겨우 8% 뿐이었습니다. 즉, 걱정의 92%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지금도 어떤 일로 걱정하고 있습니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나요? 아니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지요? ‘걱정의 늪’에 자신을 빠뜨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은 생각하면 할수록 걱정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걱정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잊어버리고 일상에서 다른 즐거움을 찾도록 노력하면서 잊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항상 저처럼 크게 웃는 것입니다. 그럼 저절로 근심걱정은 다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제 살 만큼 산몸입니다. 지금까지 그런대로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설사 몹쓸 병이 찾아와도 저는 오히려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가급적 어서 갔다가 빨리 다시 오기를 바라서이지요.

자식들도 그런대로 잘 살아 지극한 효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손자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 자기들의 뜻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늦은 밤 까지 덕화만발의 글을 쓰고 잠이 들면 꿈도 없이 잘 잡니다. 또한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나 도반 동지들과 언제나 마음을 연하고 기쁨과 근심걱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집사람 정타원(正陀圓)이 몸이 부실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노⦁병⦁사(老病死)의 순리로 돌리고 마음을 편히 갖습니다. 이것이 바로 근심걱정을 없이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일 것입니다. 우리 이렇게 젊어서 진리를 깨치고, 중년에 제도(濟度)사업하며, 말년에 해탈(解脫)하면 원만한 일생이 아닌 가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2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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